김나영 '소풍혈전'
<소풍혈전>은 아버지의 재산상속과 관련해 부친 생신날 자녀들을 야유회 장소에 집합시켜 놓고, 자녀들의 포부와 역량을 경기형식으로 가름해 상속재산 50%, 20%, 10%를 분배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아버지는 실향민이고 휠체어 신세를 지고는 있지만 상당한 재산가이고, 장남은 병원을 운영하고, 장녀는 교회 목사의 부인이고, 차녀는 입시학원을 경영하고, 차남은 음주로 나날을 보내지만 조그만 가게라도 할 생각이고, 막내는 일본에서 일시 귀국해 참석한다. 비서를 대동하고 등장한 아버지 앞에 생일음식 대신으로 내놓은 장남의 특제 김밥, 장녀의 송편, 차녀의 외국산 과일, 차남의 맥주깡통, 막내의 내림커피가 등장하고 아버지는 가져온 음식을 모두 탐탁하지 않게 여기고 막내의 커피를 마신다. 아버지는 비서에게 벽에 차드를 걸어놓고, 포부 밝히기, 2인 3각 경기, 사탕 많이 먹기, 진흙탕 싸움 등을 개최해 가장 우수한 자녀에게 재산 50%를 물려주겠다고 약속한다. 장남은 아버지 성함의 병원을 개원하겠다고 하고, 장녀는 신도 5000명이 되는 교회를 건립해 신도 전체가 낸 연보를 부친께 드릴 것처럼 이야기하고, 차녀는 학원과 관련한 이야기, 차남은 조그만 가게라도 열어 삶을 개척하겠다고 하고, 막내은 군대 문제가 해결되면 귀국하겠노라고 한다. 각자 점수가 주어지고, 사탕먹기 대회가 자녀들 모두의 얼굴이 온통 흰 분말로 덮이며 치러지고, 진흙탕 싸움은 배경막에 옥색 주름 잡힌 커튼이 열리면서 그 안으로 들어가 벌어진다. 승자에게 붉은 하트 무늬의 상징물을 부착시켜주지만 결국 난장판 같은 경기는 승패를 가리지 못하고 끝이 나고, 아버지는 결론을 내리지 못한다.
아버지는 경기를 통한 재산 상속을 선포하고 5남매는 경기가 진행될수록 추한 몰골로 변해간다. 과연 유산은 누가 차지하게 될까? 대한민국 이권 다툼을 하는 정재계, 종교계의 모습을 한 가정에 빗대어 보여주는 통렬한 풍자연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