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재호 '마누라 맞바꾸기'
박호철과 애그네스 홍은 중년부부다. 미국 유학중인 딸이 하나 있고, 각각의 일에 바쁘다.
유명 건축가인 박은 집에서 일하고 패션디자이너인 애그네스도 프리랜서로 일하며 지명도가 높다.
그들의 문제는 언제부터인가 서로에게 애정을 못느끼고 급기야 부부관계도 몇 년째 없다.
즉 무늬만 부부인 것이다. 그리고 각각 은밀히 만나는 애인이 있다는 것이다.
박에게는 여성 정신분석의인 문박사가, 애그네스에겐 미스터 강이란 남자.
이들 부부는 관계개선을 위해 여러 노력을 하지만 결국 실패하고 협의이혼하는 수순에 이른다.
그리고 밝혀지는 것이 미스터 강이란 남자가 문박사와 이혼한 호철의 후배인 미스터 차로 밝혀진다.
작가의 글
결혼은 곧 대화다. 단순한 대화의 의미가 아니라 몸과 마음을 다 줄 수 있는 진정한 대화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그런 가치관은 이미 낡았나 보다. 무엇이 우리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어느 누구도 감히 우리를 설득할 수가 없다. 다만 우리는 그런 변질된 가치관에 따라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있다. 슬픈 일이다. 도대체가 <나>는 <너>를, <너>는 또한 <나>를 의식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사랑은 고작해야 겨우 600일 정도라고. 그 후 부부는 노력하지 않는다. 기다려 주지도 않는다. 오로지 자기만의 이기심에 따라 배우자를 판단하고 요리한다. 일상의 부부 대화를 듣고 있다 보면 결혼한 독신생활이 틀림없다. 이미 그들은 부부가 아니다. 서로를 위해 고통이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게 아니라 저마다 자기에게 유익한 것만을 쫓는다. 완전한 타인이다. 본 작품을 잘못하면 부부의 공공연한 외도로만 생각할 수는 있다. 작가는 외도문제가 아니라 현실을 살고 있는 부부들의 가치관을 더불어 음미하고 싶다.
그 의미를 미국에서 부부학을 공부하고 있는 미혼의 딸에게서 발견하고 싶은 것이다.
그녀가 어째서 <스와핑>라고 독백했을까? 관객 여러분에게 모든 것을 맡긴다.
오재호(吳在昊.1938∼ )
극작가. 전남 광주 출생.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어과 수료. 196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희곡 <담배내기>가 당선되었다. [동우회] 희곡분과위원장 역임.
【작품】<특별수사본부>(청담문화사.1989.14권) <귀로(歸路)><담배내기> <주인들> <점을 칩니다> <갈가마귀>
【저서】<그래도 부부싸움을 합시다>(부부학사.1991) <어쨌든 부부싸움은 하는 것입니다>(부부학사.1992) <부모는 자녀를 가르칠 수 없습니다>(프레스빌.1995) <끝없는 도전>(서정문학.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