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엄인희 '이혼해야 재혼하지'

clint 2022. 4. 8. 10:24

 

인생 문제 해결사인 오순이나 상담소를 운영하며 많은 남녀의 인생의 고달픔을 덜어주고 있다.

컴퓨터 교사인 조양수는 이혼 후의 고충으로 시작하여, 사회적 활동의 욕구는 강하나

전업주부로서의 노릇은 제대로 할 수 없었던 결혼 시절의 갈등과 이혼 후의 첫 섹스,

이혼녀의 생활을 오순이의 요상한 상담 절차에 따라 하나씩 재현한다.

속내를 내보이게 된 조양수는 마침내 재혼으로도 성공할 수 없었던 자신의 결혼생활의

아픔을 털어놓는데.

매일 의미 없이 되풀이되는 가사노동과 며느리 알기를 아이 낳는 기계 정도로 여기는 시어머니,

무조건 인내만을 강요하는 친정식구에 반기를 들고, 끝내 이혼을 선언한다.

다시 결혼, 그는 여전히 가부장제 속박을 벗어날 수 없음을 깨닫는다.

또 이혼을 결심하고 되뇐다.

다른 건 다 자신 있는데 남의 가족과 섞여 사는 건 왜 이리 어려운지 모르겠어요.”

 

 

 

 

그동안 금기시해 왔던 여성의 성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는 이혼해야 재혼하지는 다소 가정적으로 들리지만 연극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남편 역할, 아내 역할을 지키면서 불행한 삶을 사는 것보다 이혼이 자신을 덜 불행하게 하는 최선의 선택이라면, 이혼을 선택해야 한다는 메시지이다. 이제껏 결혼과 이혼의 문제를 다룬 작품들은 더러 있었지만, 이혼이라는 대사건 이후의 얘기를 할 수는 없었다. 이혼은 모든 것의 끝으로 인식해왔고, 대다수 사람에게는 끝이라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작품 이혼해야...는 이혼이라는 상황을 통해 자신의 인생살이에 적극적으로 사고하고, 고통을 이겨내며 선택해 나가는 한국 여성의 참모습을 보여주면서 인간의 어떠한 선택도 인생의 끝이 아님을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