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최원종 '이모티콘 러브'

clint 2022. 3. 31. 17:04

 

 

 

"이모티콘 러브"는 한쪽 다리를 교통사고로 잃은 17살 소녀와 얼굴에 화상을 입은 채 30년을 살아온 한 남자의 사랑이야기다. 오랜 시간동안 외부와 단절된 채 살아온 17살 소녀와 30살의 남자가 인터넷 공간에서 사랑의 언어를 찾아간다는 소통의 이야기다. 둘은 인터넷 아바타 공간에서 만난다. 둘은 인터넷 공간에서 결혼하고, 신혼여행을 간다. 매일 아침 자신들의 이메일에는 신혼여행을 간 자신들의 아바타들이 사진을 보내오고, 시간이나, 계절,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아바타들이 그들 대신 온 세계를 여행하고 다닌다. 둘은 포르노사이트에 들어가 서로가 원하는 체위로 섹스를 하기도 한다. 둘은 하루만 살다가 죽기로 프로그래밍 된 아이를 낳기도 한다. 새벽에 태어나고, 아침엔 사춘기를 맞고, 오후엔 어른이 되고, 밤이 되면 늙어버리는 그런 아이 하나. 그래서 둘은 오프라인 세상에서 자신들이 할 수 없었던 사랑의 모습들을 인터넷 공간에서 찾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한쪽 다리가 없는 17살 소녀가 오프라인 세상에서 직접 섹스를 해보고 싶다고 말한다. 그것이 어떤 느낌인지 알고 싶다고.....

 

 

 

작가의 글 - 최원종

사랑은 통역이 되나요?’ 라는 제목의 영화가 있다. 그 제목처럼... 제목처럼 사랑엔 통역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랑을 하기 전, 난 사랑의 언어를 몰랐다. 사랑이 하고 싶어 미칠 것 같았지만, 온 인생을 걸고 오직 단 한 번 사랑하기 위해 울고 웃고 외로움을 잘도 참아냈지만, 난 사랑의 언어를 몰라서 헤매기만 했다. 사랑을 시작할 무렵, 사랑에는 또 다른 언어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랑을 식지 않게 하는 다른 언어들이 그렇게 한 사랑과 이별하고, 그렇게 또 다른 한 사랑과 만나게 될 때마다, 매번 다른 사랑의 언어를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30년 짧은 인생을 살아오면서 배우게 되었다. 마치 외국어를 공부하는 것 같다. 언제나 서툴고, 외롭고, 지겹고, 평온한 외국어를 공부하는 것 같은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띄엄띄엄 공부하면 외국어가 늘지 않는 것처럼 사랑도 그런 것이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사랑은 떠나버린다. 변할 것 같지 않던 사랑도 변하고, 다시는 사랑 따윈 하지 않겠다고 수없이 다짐해도 사랑은 다시 찾아온다. 나는 통역관이 되기 위한 노력을, 희곡을 통해 계속해 나아간다.

"이모티콘 러브"는 한쪽 다리를 교통사고로 잃은 17살 소녀와 얼굴에 화상을 입은 채 3년을 살아온 한 남자의 사랑이야기다. 그 둘의 사랑 언어를 찾는 소통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