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 '카나리아 핀 식탁'
애인의 유품을 챙기러 온 서희는,
부모님의 사고소식을 듣고도 태연하게 집을 보는 아리와 맞닥뜨린다.
없는 애인과 아버지 사이에서 둘의 관계는 참 애매하다.
대화를 해볼수록, 서로는 너무 비슷하고, 또 너무 다르다.
결국 미묘한 신경전 속에서 식탁 하나를 두고 견제를 반복하다, 언성까지 높이고 만다.
후에, 안정이 결핍된 시간에 통증을 느끼면서 맞물릴 수 없었던 서희와 아리는
서로를 통해 외로움의 기회비용을 헤아리게 된다.
소통에 관한 단상인 이 희곡에서, 기억과 과정에 대한 언뜻한 그림자를 본다. 어떻게 보면 흔하고도 진부한 이야기인 이 작품은 여러 가지 과거와 마주하는 대면의 시간 속에서 거리 두기를 시도한다. 단절과 소통, 절대 가능할 것 같지 않은 관계 속에서의 화해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의 글
열네 살 때, 백화점 화장실에서 금반지를 주운 적이 있습니다. 세공이 섬세한, 제법 무거운 금반지, 마냥 값지다는 인식 없이도, 단번에 현혹되고 말았습니다. 철모르는 여자 아이의 눈에도, 반짝반짝, 보석은 보이는 법이니까. 분실물 신고처 앞에서 몇 번을 망설였나……. 왔다 갔다…… 갔다 왔다……. 터질 것 같 은 심장을 부여잡고 뛰쳐나왔던 길거리가 어찌나 낯설던지. 비교할 순 없겠지만, 연극 [카나리아 핀 식탁] 제겐, 열네 살 때의 설렘과 조금 닮았습니다. 얼떨떨하게 벅차오르면서, 한편으로는 조마조마하고 덜컥 겁이 나기도 합니다. 연극을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대학로 공연을 올리는 것만큼 감격스러운 일도 없을 것입니다. 허나 아는 것보다는 모르는 것이 더 많기에 부담감 역시 만만찮습니다. 금반지는 얼마 안가 도둑맞고 말았습니다. 처음부터 내 것이 아니었기에, 안타깝기보다는 속이 후련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연극은 거저 주운 것이 아니라고 여길 작정입니다. 얻을 수 있는 것은 하나도 놓치지 않고 가져가고 싶습니다. 연출님과 이야기를 하고, 배우분들 연습을 보고, 공연을 위한 대본 작업을 하면서 많이 배웠습니다. 공연 날짜가 다가올수록 저 스스로도 몹시 궁금하고 기대가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