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용 '난중일기에는 없다'
서기 1594년, 선조 27년의 혼란스러운 세월 속 조선. 누명 아닌 누명을 쓰고 파직되어 백의종군의 길을 걷게 된 장군 이순신은 어느 이름 없는 전투에서 일본무사 요시무라 사스케의 포로가 된다. 고난을 겪으며 부산항으로 향하던 두 사람은 우연히 시골의 한 사당에서 기도를 올리고 있던 처자를 만나게 되고, 일본 무사는 더 자세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처자가 사는 동네로 염탐을 떠났다가 파랑국 병사가 쏜 화승총에 맞아 사경을 헤맨다. 이를 본 처자는 일본 무사를 살리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다하고 이순신 또한 자신도 모르게 일본 무사에게 연민의 정을 느끼게 된다. 그들은 전쟁과 굶주림을 피해 또 다시 목숨을 건 여정을 떠난다. 힘겹게 도망을 계속하던 중 마침내 부산항 근방 치열한 전투지의 중심에 몰린 세 사람. 이순신과 일본 무사는 자신들을 향해 돌진해 오는 적과 동지 사이에서 갈등하나 서로를 구하기로 결심한 두 사람의 칼날은 결국 동지의 가슴을 향한다. 늦여름의 붉은 저녁 빛, 치열한 전투가 끝나고 이제 각자의 길을 가야 하는 이순신과 일본 무사, 그리고 처자는 알 수 없는 마음의 공허를 느끼며 작별 인사를 나누던 중 세 사람은 뜻밖의 상황을 맞이하는데...
역사 왜곡 코믹 사극 연극 ‘난중일기에는 없다’는 이순신 장군이 작성한 난중일기에 없는 3일 간의 묘연한 행적을 코믹하게 재구성한 창작극이다. 위엄 있는 장군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시원하게 욕설 여러 마디를 할 줄 아는 소심하고 직설적인 인간 ‘이순신’을 그려내려고 했다. 또한 임진왜란 중 어느 산골 아가씨와, 일본 무사 그리고 한국의 장군이 3일 동안 동고동락하는 코미디 극이며, 관객들에게 유쾌한 재미와 폭소 그리고 현 시대 우리가 찾는 진정한 영웅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작가의 글
어느 날 문득 낮잠을 자다가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아주 먼 옛날 어린 아이가 되고 커다란 느릅나무 밑에서 수염이 길게 자란 웃기게 생긴 사람이 구수하게 옛날이야기를 하면 나는 얼마나 행복할까?" 저녁 늦게까지 이야기를 듣다 엄마가 밥 먹으라고 부르는 소리에 신나게 뛰어가는 내 모습을 상상하면 입가에 미소가 생긴다.
젠장! 나는 나이가 들었고 아이가 아니다.
그럼 나는....! 옛날이야기를 구수하게 하는 웃기게 생긴 아저씨나 되어야지!!
그렇게 해서 생긴 게 <난중일기에는 없다>라고 하는 웃긴 이야기다.
이 작품이 어떤 표현법을 사용했으며 어떤 철학을 담고 있고 어떻게 현실을 투영하냐고요?
어렵습니다.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나는 웃기게 생긴 아저씨입니다. 사람들이 배우들이 연출이 나에게 도대체 이 작품으로 뭘 말하고 싶은가 라고 물어보면 "나는 열심히 뛰고 싶습니다. 똥간으로 그리고 똥간 문을 걸어 잠그고 울면서 소리칩니다.
"그래서 뭐 우짜라고요!"
속마음은 이렇지만 실제로는 뭐 대단한 거 아는 것처럼 열심히 떠듭니다. 나는 아직 덜 웃기게 생긴 아저씨인가 봅니다. 누군가가 아직 덜 웃긴 아저씨가 하는 옛날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어줬구나 하는 데서 또 한 번 신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