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박지선 '낯선 인터뷰'

clint 2022. 3. 14. 18:44

 

 

 

박지선이 쓴 '낯선 인터뷰'는 보편적인 삶을 살아가지 않는다고 여겨지는 주변인에 대한 모순된 우리의 이중적 심리를 날카롭게 드러내면서, 과연 '여성이란 무엇인가?', '남성이란 무엇인가?', 그러면 '남녀의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삶의 다양성과 성의 정체성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들을 던지고 있다. 연극은 끊임없이 자신을 발견하고 창조적으로 변화시키고, 타인을 깊이 이해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연극 속에서 '트렌스젠더'로 살아가는 이희주라는 인물의 삶을 이해하고 배우로서 그 인물을 구축하기 위해서, 이태원에 '드렉쇼', '트렌스젠더 쇼'를 보러 가는 학생들의 얼굴에 나타난 '다름'에 대한 낯설음과 호기심, 그리고 열심히 논문을 만들려는 열의를 보면서, 인물에 대한 몰입과 이해가 단지 연극 속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자신과 타인의 정체성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로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가져본다.

 

 

 

 

작가의 글 - 박지선

원래 이 작품의 초고는 인터뷰를 한다는 설정이 없다. 제목도 <나와 함께 춤을>이다. 그때는 소재가 너무 큰 탓에 잘못하면 소수에 대한 편견은 고쳐져야 한다는 계도극이 될 위험이 있었다. 그 후, 공연화시키는 작업과정에서 좀 더 매끄러운 연결고리를 찾고 확실하게 매세지를 전달할 수 있는 것을 찾다보니 인터뷰의 구조가 들어가고 장면들이 달라졌다. 인터뷰라는 것은 누군가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것에 대한 답을 하는 형식이다. 그 대답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그것은 인터뷰하는 사람도, 인터뷰를 보는 사람도 모른다. 오직 진실을 아는 사람은 대답하는 사람이다. 이 극 안에서의 용도도 처음에는 단순한 하나의 논문을 완성시키는 과정을 보여주기 위한 도구로 쓰인다. 그러나 마지막 장면에서 박소연은 자신을 인터뷰한다. 모순된 심리 속에 숨어버린 자신의 모습을 들 여다 보게 되는 그녀의 질문들- 그녀의 질문은 대답을 들을 수 있을까.

이 작품은 긴밀한 관계였던 '그 사람'의 비밀을 알고 난 후,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기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줄거리를 써놓고 보면 한줄도 채 나오지 않는 이 단순한 구조에서 중심축이 되는 것은 '비밀'이 아니라 그 비밀을 알게 된 후의 변화이다.

- 당신은 알아 버리고 말았다.

- 당신은 그 사람으로부터 도망칠 수도 있다.

- 어느 누구도 당신을 도망쳤다고 비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묻는다. 그 사실을 알았을 때, 이제까지 사랑하던 그 사람을 다르게 보는 너는 누구냐고, 사랑, 관계, 이성, 감성.... 결국 이야기는 나를 들여다보는 나. ‘인간의 정체성'으로 모아진다. 그러나 현실은 멈춰진 혼란일뿐이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수도 있고, 혹은 변할 수도 있지만, 이것을 어떻게 느끼고 받아들이는 가는 관객의 몫이다. 어쩌면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는 것은 이희주와 같은 사람이 아니라, 바로 박소연- 우리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