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사종 '섬 그리고 섬'
‘8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입선작.
홍사종의 「섬 그리고 섬」은 금괴를 건지려 섬으로 가는 밀수꾼과 이 밀수꾼을 잡으려고 잠복한 형사가 조그만 포구에서 서로 만나는 데서 드라마가 시작된다. 이들은 섬을 저 앞에 두고 각자가 도달하려는 섬(꿈)을 그린다. 결코 합칠 수 없는 꿈과 현실의 거리만큼 섬은 항상 먼바다 한가운데 떨어져 있는 것이며 이 세상이 하나의 섬이기도 하고 어쩌면 인간과 인간 사이에도 섬 만큼의 거리가 있다는 추상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심사평
이 작품은 대사나 전개 방법 등이 자연히 시적인 분위기를 띠고 있어 상당히 고급스럽게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가 이에 말려 들어가지 못하는 이유는 reality(사실성의 문제)에 봉착하기 때문이다. 형사와 밀수꾼이 외딴 포구에서 만났으나 상대를 의심하지 않고 인생 얘기를 주고받는다는 설정 자체에도 문제가 있으며 마지막의 결론은 물론 집배원이 전보용지를 건네주고 이를 땅에 떨어뜨리고 또 벌통이 쓰러져 잠수복이 삐져나오고 하는 등 복선이 자연스럽 못한 것도 흠이 된다. 거듭 말하지만, 드라마를 끌고 가는 힘은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기대감과 그에 따른 긴장감이다. 이 작품에서 관객은 드라마가 조금 진행됐을 때 이미 두 사람의 관계(쫓는 자와 쫓기는 자)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주인공들은 전혀 긴장감 없이 딴 세상 얘기만 주고받는다면 그 연극의 효과는 어떻게 될까? 무대 위에 형상화됐을 때를 상상하면 이 희곡의 허점이 들어날 것이다. 이 작가에게는 무대에 대한 좀 더 체험적인 인식이 필요하며 세련된 문장력에도 불구하고 희곡의 대사와는 거리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극작가 윤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