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한경 작, 홍단비 각색 '두아 이야기'
중국 4대 고전비극 중 하나인 두아 이야기(원제: 감천둥지두아원)은 관리가 도적되고, 도적이 관리되는 세상, 두아의 억울한 죽음, 그리고 피맺힌 원한의 복수극이다.
두아는 어려서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 두천장에 의해 빚 대신 민며느리로 팔려가고, 결혼한 지 얼마 안 되어서는 청상과부가 되고, 돈을 노리고 접근한 장여아에게 혼인을 강요당하다 그의 계략에 걸려 살인 누명을 쓰고, 탐관오리의 불공정한 재판을 받고 결국 참수형을 당하는, 기구한 운명의 여자로 묘사된다. 이후로 그 지역에 3년 동안 가뭄이 들고, 결국 염방사가 되어 부임한 아버지에 의해 잘못된 판결이 바로잡혀 두아의 한이 풀린다. 그녀는 건달패의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낯선 남자에게 의존하려 하는 시어머니를 비난하며 피가 튀고 살이 터지는 온갖 고문에도 굴하지 않는 의지가 강한 여성이지만, 시어머니가 고문당하는 것을 차마 볼 수 없어 거짓 자백을 하고 시어머니가 가슴 아플까 봐 형장에 가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는 따뜻한 인간미를 지닌 여성이기도 하다. 그녀를 괴롭힌 것은 표면적으로는 악랄한 건달패, 탐관오리였지만 근본적으로는 돈과 권력이 최고인 세상, 선한 자가 보상받지 못하고 악한 자가 활개를 치며 법 집행이 불공정해 ‘백성들이 입이 있어도 말하지 못하는’,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세상이었을 것이다.
원나라 잡극은 중국 연극사에서 희곡이 가장 꽃피웠던 시기에 탄생한 연극 양식이다. 노래, 대사가 적절하게 어우러진 잡극은 세련되고 간결한 특유의 형식미를 보인다. 특히 중국의 셰익스피어로 불리는 관한경이 집필한 두아 이야기는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작품이다.
각색의 글 - 홍단비
여기에 이름이 두 개인 한 필부가 있습니다. 이 여인은 어릴 적부터 뭣 좀 원하는 것 좀 해볼라치면 누군가를 잃었습니다. 책 좀 읽어보려하니 아버지가 떠났고 계집이라 과거를 볼 수는 없어 책을 썼더니 사랑하는 남편은 매 맞아 죽고 뱃속의 아이도 죽음에게 빼앗기지요. 그리고 웬 불한당 같은 놈을 거절하자 그녀 자신이 억울하게 죽는 것입니다. 이 팍팍한 여인이 원귀가 되지 않았다면 그게 더 이상했을 테지요. 결론은 여차저차 해서 한을 모두 풀고 악덕한 이들이 벌을 받자 마을 사람들은 만세를 외칩니다. 그런데 이 해피엔딩이 홍단비에게는 너무 허망하고 부질없이 느껴졌답니다.
〈꽃은 다시 피지만 젊음은 다시 오지 않네. 부귀도 길게 누릴 것 없고 편안한 게 신선〉 나무의 꽃은 내년이면 또 다시 피겠지만 두아는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것입니다. 억울한 판결은 고쳐졌지만 어떻게 그녀의 맘이 편해질 수 있을까요. 한 번 맺힌 한어 완전히 풀릴 수 있을까요? 그래서 저는 처연하게 무대 위에 혼자 앉아 있을 두아를 생각하며 이렇게 이
야기하고 싶은 것입니다. ‘모두들 한 맺히지 말고 좀 삽시다! 한은 맺히게도 마시고, 못되게
굴어 남 한 맺히게도 하지 마시고, 하고 싶은 것 하고 먹고 싶은 것 먹으며 주위 사람들과 오순도순. 신선처럼 삽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