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삼 '무너진 왕국'
<무너진 왕국> 중동극회, 드라마센터 공연 1964년
1960년대 초 서울시 변두리의 어떤 산 언덕 밑 무허가천막을 무대로 고아들을 모아 밑바닥 인생을 하는 두목 두더지와 그와 고아원에서부터 동생으로 같이 생활한 송아지, 그리고 일군의 고아들이 이곳에서 합숙하며 지낸다. 이들은 낮에 버스표와 극장표를 시민들에 팔아 돈을 벌고, 저녁엔 깡통을 들고 밥을 동냥, 구걸하러 나간다. 이들에겐 이름이 없다. 그렇기에 부르기 쉬운 동물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송아지는 공민학교에 다니며 공부를 하는데 두목인 두더지가 한 명은 글을 읽고 영어도 알아야 한다는 신념에서다. 특히 ‘선생’이란 별명을 가진 두목 또래의 청년이 얼마 전부터 여기에 합류했는데 그를 통해 송아지는 공부에 도움을 받는다. 두더지는 돈을 벌어 이 고아들과 땅을 사서 목장을 할 꿈을 가지고 있고, 지금은 힘들어도 미래에는 이들과 시골로 갈 계획이다. 그러나 상황은 어렵게 흘러간다. 천막이 있는 곳의 땅이 팔려 주인이 비워달라고 하고 게다가 예전에 깡패로 형무소에 간 독수리가 두더지에게 복수하려고 패거리를 끌고 온다고 한다. 두더지는 상황이 심상치 않은 것을 느끼고 송아지와 선생, 그리고 어린 고아들을 샛길로 내려가라고 보낸다. 선생은 대학입시에서 떨어져 자살하려다가 두더지가 구해 여기에 합류한 거고 신문에 부모가 애타게 찾는다는 광고가 실려있단다. 결국 두더지는 깡패들에게 복수당하고 뒤늦게 다시 올라온 선생과 송아지는 슬퍼하지만 잘 될 거라 하며 막이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