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기호 '나는 지금 나를 기억한다'
연극 속 연극, 연극 밖 연극의 삼중 구조 극으로 현실과 연극,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허물면서 철학적 질문인 '나는 누구인가'를 이야기한다. 극은 캐스팅을 앞둔 여배우와 연출가, 연출가의 수업을 듣는 학생이 관객으로 공연장을 찾으면서 시작된다. 공연 시작 전 화장실에서 휴대전화 분실사건이 발생하고, 관객은 사건에 대해 공방을 벌이다 급기야 경찰까지 출동한다. 사건은 커지지만, 진실은 알 수 없다. 이후 수많은 가면을 만들어 쓰는 마이미스트의 공연이 이어진다. 마이미스트는 가면을 쓴 얼굴이 자기 것인지 가면 안에 있는 얼굴이 자기 것인지 알 수 없다.
이번 작품 ‘나는 지금 나를 기억한다’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으로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허물어 가며 연극의 다양한 층위를 통해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극장, 관객, 연출가, 배우, 작가 등의 이야기가 연극 속의 연극, 연극 밖의 연극 등의 흥미로운 작품 구조로 풀어내며 관객을 극 속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이 극의 특징이다.
이 작품은 누구도 알 수 없는 질문에서 출발해 공간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이 배우인 동시에 관객이 되는 독특한 형식으로 구성했다. 관객은 공연을 보는 내내 내가 관객인지, 극중 배우인지, 알 수가 없는 모호한 경계를 느끼게 되며, 공연을 보는 동안 알 듯 모를 듯 의문이 생기지만 공연이 끝나고 나면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되는 연극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연극 ‘나는 지금 나를 기억한다’는 2019년 제2회 노작 홍사용 단막극제에서 ‘누굽니까?’라는 제목으로 시작해 수정 보완 후 같은 해에 선돌극장에서 선보였다. 초연 당시 촘촘한 공연 구성과 배우진의 연기력, 연출 구성으로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이번 작품은 그동안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창작 작품 세계로 마니아의 관심을 받았던 극단 이루 손기호 작, 연출의 그 동안의 작업스타일과는 다른 시도이다. 손기호의 섬세한 문장 구성과 무대 구성을 통해 극단 이루만의 감각적 체험, 진짜 연극의 매력을 선사한다. 이번 ‘나는 지금 나를 기억한다’는 동일한 텍스트를 가지고 연극과 영화 두 가지 장르를 함께 제작한 특별한 차별성을 가진 프로젝트 사업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프로젝트 시작부터 같은 텍스트를 가지고 연극과 영화의 다른 예술 장르로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작업을 한 극단 이루는 2019년 공연 후, 같은 연출과 같은 배우가 그대로 참여해 영화 제작에 들어가 영화버전 ‘누굽니까?’의 촬영을 완료했다.
손기호 작가 겸 연출은 “이번 작품은 ‘연극’이라는 장르의 특성, 즉 배우 입장에서 ‘연기하고 있는 감정은 나인가? 내가 나를 연기한다면 연기하고 있는 나는 나인가?’와 관객 입장에서 ‘우리가 허구의 연극을 보고 있는가? 우리가 이 허구의 연극에 출연하고 있는가?’라는 전환적인 인식을 기본 배경으로 ‘나는 누구인가?’를 질문하고 있습니다. 여러 면에서 기록적인 연극이 될 것입니다.
손기호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