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이만희 '그래도 기차는 간다'

clint 2021. 8. 16. 10:00

 

 

특급호텔 컨벤션 홀에서 영화 바이바이 샌프란 시스코의 파티가 흥겹게 벌어지는데 영화감독 장유나의 인사말이 끝날 무렵 딸이 교통사고로 병원으로 이송 되었다는 연락이 온다. 병원 으로 달려온 장유나는 원장에게 책임을 묻고 다그치다가 병원으로 찾아온 전남편과 언쟁을 벌이고 집으로 돌아온다.

여자로서 성공한 영화감독으로 자리 잡은 유나는 일 때문에 남편과 이혼하고 딸 예림이를 키우며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그런 유나에게 현직 검사인 김검사가 끈질기게 구애를 펴나 유나는 영화를 포기하고 가정에 안주할 생각이 없어 번번이 거절한다. 장유나의 가장 절친한 친구이며 잘나가는 쇼핑호스트 채빈이 집으로 찾아와 장유나를 위로 하다가 영화감독으로 성공하려면 딸을 돌봐주고 살림을 잘하는 베이비시터와 같은 남편을 구할 것을 제안한다. 채빈의 제안에 장유나는 공감하고 살림 잘하고 말 잘듣는 착한 남자를 찾기 시작한다. 그런데 마침 장유나가 새로 시작하는 영화의 오디션에 응모한 강수호가 채빈과 유나가 찾는 조건에 일치한다. 채빈의 충고를 받아들여 어수룩한 배우지망생 강수호를 영화의 단역 배우로 기용하여 아예 자기 집에 기거시키며 수호의 마음을 붙들기 위하여 장유나는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한다. 수호는 영화감독으로서 유나를 존경하는 마음으로 기꺼이 장유나의 집에 들어와 살림을 도와주고 딸을 돌보지만 장유나에게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다. 유나와 수호의 관계는 시간이 흐를수록 진실한 사랑으로 발전하며 두 사람은 일과 사랑의 선택 순간을 맞게 된다. 한편 장유나를 대학 시절부터 짝사랑하는 김 검사와 강수호에게 자신의 인생을 걸고 매달리는 악세사리 노점상 봉자의 맹목적인 사랑이 버무려지며 네 사람의 사랑은 복잡하게 얽히게 된다. 마침내 장유나는 강수호의 마음을 붙들기 위하여 최후의 수단을 동원하는데...

 

 

 

16장으로 구성된 이 작품 그래도 기차는 간다는 마치 영화처럼 빠른 장면 전환과 속도감 있는 극 진행과 마치 총알처럼 톡톡 튀는 재치있고 생동감에 넘치는 대사로 관객을 휘어잡는다. 그러면서도 극중 인물의 심리와 갈등을 간접화법으로 능숙하게 그려내어 관객을 극 속에 몰입케 한다. 이 작품은 이만희의 수려한 극작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근래의 쾌작이라고 할 만하다. 딸아이를 베이비시터 같은 착한 남편에게 맡기고 자신은 영화에 몰두하여 영화의 성취도를 높이고 자신의 만족을 얻으려는 여류 영화감독 장유나와 영화배우가 되어서 부모처럼 자신을 돌봐준 누님에게 은혜를 갚으려는 강수호가 벌이는 만남과 사랑, 이별의 갈등이 가장 커다란 사건이며 대학 시절부터 장유나를 사랑한 현직검사 김재룡과 장유나의 가장 가까운 친구로 홈쇼핑 호스트로 한창 잘나가는 임채빈이 장유나와 강수호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역할로 사건을 이끌고 강수호를 짝사랑하는 악세사리 행상 봉자와 포장마차 샌드위치 가게를 하는 강수호의 누나는 연극의 흥미를 고조시키며 도시 서민의 밝고 건강한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제목은 마지막에 유나가 엄마 유언이라면서 던지는 대사 똥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에서 따온 것 같다. ”수호도 내 곁을 이렇게 떠나가는구나, 똥개가 아무리 짖어도 기차는 가겠지?“ 결국 유나의 작전은 성공한다.

이 작품은 베이비시터란 제목으로 2005년 공연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