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이근삼 '허생전'

clint 2021. 8. 13. 16:32

 

 

도포가 나타나 세곡 때문에 농토를 버리고 고향을 등지는 이농민들, 돈 먹을 욕심에 죄수를 따라가는 옥리들, 처녀들을 사고파는 인신매매상들, 고루하고 이기적인 학자들의 행렬이 나라를 어지럽게 한다.. 도포는 스승의 아들 성국과 함께 스승의 친구인 허생을 찾아 한양으로 나선다. 이때 허생은 이들에게 장사란 무엇인지 보여주겠다며 장안 부자를 찾는다.

갑부 변가의 집에 남루한 옷차림의 허생이 나타나 돈 만냥을 꾸어달라고 말한다. 구두쇠로 유명한 변가는 뜻밖에 선뜻 승낙하고 만냥을 꿔준다안성 장터에는 각도에서 모여든 과일상들이 소리높여 외치며 과일을 사고팔 때 허생이 나타나 시세의 2배 값을 주고 과일을 몽땅 긁어모은다. 흔하던 과일이 동이 나자 값은 수십 배로 뛰고 그나마 제사에 쓸 과일조차 구할 수 없어 한다. 한편 돈을 불린 허생은 제주도의 말총을 매점해 버린다. 갓과 감투를 구하지 못하게 된 양반들은 서민들에게 갖은 수모를 다 겪는다. 이런 기상천외의 상술로 돈을 번 허생은 변산에 있는 수천여 명의 도둑소굴로 찾아간다. 허생은 이 돈을 모두 줄 것이니 도둑질을 그만 두고 색시와 농기구를 구해서 남쪽에 있는 기름진 외딴 섬으로 가 떳떳하게 살자고 설득한다. 며칠 후 변산포구에는 개심한 도둑들이 각기 신부감을 구해서 합동결혼식을 올리고 새 희망과 환희에 넘쳐 춤을 춘다. 그 광경을 바라보던 허생은 흐뭇한 마음과 닥쳐올 여러 가지 시련을 염려하면서 보람된 그 날을 향해서 힘차게 걸어갈 것을 다짐한다. 몇 년 후 허생은 도민들에게 희망과 꿈과 큰 뜻을 가슴 뿌듯하게 안겨주고 또 다른 꿈을 이루기 위해 홀연히 섬을 떠난다. 한양에 온 허생은 변가 부자에게 빚을 10배로 갚아주고 변가와 이완(어영대장. 변가의 친구)에게 조선이 나가야 할 방향을 일러주고 홀연 잠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