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이강렬 '옛날 옛날에'

clint 2021. 8. 1. 10:42

 

 

 

어느날 무인도에 한 여인이 건장한 남자에게 이유없이 납치되어 오게 된다.

이곳에서 아들을 낳고 가정을 꾸려 살게되지만 그 이후로는 말을 잊고 살게 된다.

세월이 흘러 아들A는 자라게 되고 행복한 생활이 계속된다.

그러던 어느날 전남편과 자식B가 어머니를 찾아 이곳으로 표류하여 오게 된다.

어머니의 이러한 과거를 알게 된 아들A는 자신의 친 아버지를 죽이게 된다.

그리고 전 남편은 함께 이곳을 떠날것을 종용하지만

어머니와 아들A는 떠나지 않고 이 섬에 남고 만다.

 

 

 

 

작가가 일본에서 다년간 연극수업을 받았기에 이 작품의 배경에는 일본과 한국의 미묘한 적대관계가 얽혀있음을 느끼게 된다.  함축적인 대사와 음악으로 창을 도입하여 민족의 한(恨)을 더한층 부각시키기도 하고 무용극으로도 공연될 정도로 민속춤이 적절히 어울어진다.

 

 

 

 

이강렬 / 극작가. 부산대를 거쳐 일본대대학원을 나왔으며 창고극장에서 연극활동을 했고 극단 대표도 역임한다.

대전대 등에도 출강. 전 한국희곡작가협회 회장, 중앙승가대학 객원 교수를 역임했다. 한국희곡문학상 수상, 포스트모던작품상 수상하였다저서로는 <중국의 놀이문화>, <한국 사회주의 연극운동사>, <문화를 느끼고 싶다>, <민속과 축제, <한국 연극의 이해> 등 다수가 있다.

 

작가의 글

근원은 어떠한 이해의 대상도 될 수가 없는 듯하다. 모든 근원은 그 가까이로 손을 뻗어 접근한다고 해도 이제까지의 이해가 얼마나 보잘것 없는 것인가를 깨닫게 된다. 그러므로 근원의 이념은 항시 아무것도 없음이었다. 현실이란 반드시 역사를 근간으로 하는 진실의 현장이다. 섬과 뭍 사이를 넘나들었던 끝없는 갈등과 한이 맺힌 자취들은 지금 이 순간까지 생명으로, 근원의 회귀를 희구하며 오열하고 있다. 이 땅은 그러나 참다운 사람, 슬픔의 사람들이 참고 견디며, 짓밟히면서, 쓰러지면서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운 곳이다이 역사로서의 얼굴인 현실에 엎디어 뜨거운 사랑의 포옹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섬으로 한 여인의 납치. 언어를 상실. 아들의 출산. 행복. 전 남편과 자식의 출현. 여인의 잊혀졌던 과거의 되살아남. 아들이 아버지를 죽임. 전 남편과 아들이 떠남. 그러나 여인과 아들은 섬에 남고 만다.

일본에 잔류하고 있는 재일교포들을 보면서 역사적 조명을 하므로서 뭍과 섬 사이의 거리감이나마 감지해보고 싶었다. 애초에 상당한 분량의 글이었지만 모든 말은 항시 되풀이되는 공허한 말뿐이라는 생각에 잘라내다 보니 결국 춤이 이 작품의 전체를 끌고 나가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한일관계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너무나 가깝고도 멀다. 그 상처받은 생명들이 오늘도 고향을 그리며 숨 쉬고 살아있다. 그러나 그들은 영원히 고향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영원히 섬사람이 되어지는 것도 아니다. 억수를 통해 극과 극으로 대칭 되어지는 두 개의 큰 역동적 관계를 하나로 보고 우리의 전통적 윤리관과 폭력을 현실과 역사로 뒤섞어 내던져 보이고 싶다. 과거는 현재를 낳고 따라서 현재는 과거를 뒤돌아볼 수 있는 거울이다. 근원의 상징으로서의 여인이 겪는 일대기는 바로 우리의 과거였고, 오늘을 낳고 있다. 오늘 속에 담겨있는 역사의 먼지를 훌훌 털어내고 그 관계되어있는 끈끈한 생명력이 숨쉬는 사람들을 보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