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은 '그렇게 산을 넘는다'
2017년 11월 열린 ‘한국 국제 2인극 페스티벌’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관객과 관계자들의 극찬을 받은 연극이다.
극은 아들을 잃은 아빠의 이야기로, 아픔보다는 그리움을 그려내고 있다.
작가 임정은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사건을 겪은 이후 떠올린 생각들을 작품 안에 녹여냈다.
작품에서 아빠는 끊임없이 아이와의 공존을 시도하는데, 그것은 유년의 기억, 함께 있음의 환상,
귀환의 바람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심지어 아이의 죽음이라는 엄혹한 현실 속에서조차
아버지는 아들과 함께 있고자 한다.
이를 통해 극한의 아픔 속에서도 사랑이라는 놓쳐지지 않는 삶의 이유를 말한다.
아빠와 아들, 2인이 등장한다. 단편적인 줄거리보다는 극 중 아들의 말들이 나의 마음을 울린다.
“처음엔 재미있었지만 지금은 힘들어요.” 좋아해서 시작한 것들, 현실과 부딪힐 때면 괴롭고 지친다.
좋아한다는 이유로 시작한 일들이 힘들어지기 시작하면 그것은 버팀목이 흔들리는 거나 다름없다.
“아빠,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땐 어디로 가야 하죠?”
우리는 직선의 일차선도로만 걷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삶에 있어서 일차선도로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양한 도로들이 뻗어있고 선택의 길에 서 있을 때,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묻는다. 아빠에게 물어도 길을 잃는다. 누구에게도 물을 수 없다. 아무도 정확한 답을 내려줄 수 없다. <그렇게 산을 넘는다>에 나오는 아들의 모습은 현재 나의 모습과 같고, 내 주변 사람들의 모습과 같고, 더 나아가 우리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