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우 '캘리포니아 드리밍'
1981년 긴급조치. 그리고 10.26, 5.18로 이어졌던 희망 없이 암울했던 시대.
무기력한 대학생활을 하던 김영준은 논산 훈련소에 입소를 한다.
그리고 대졸 훈련병 출신 서정도를 만난다.
서정도는 입소 첫날부터 이상한 행동을 하고 결국 총이 무섭다는 이유로 총기수령을 거부한다. 서정도는 김영준에게 총기수령을 악착같이 거부하는 자신의 행동이 캘리포니아로 이민 간 여자 친구를 찾기 위해서라고 이야기한다. 그 소리에 김영준은 그를 한층 더 조소하고 경멸한다. 서정도의 돌출 행동은 윤 하사의 잔혹한 구타 앞에서도 굽혀지지 않고, 결국 정신 이상자로 찍혀 군병원에 정밀 검사를 받게 된다. 하지만, 서정도는 이상 없음이라는 판정을 받고 훈련소로 귀대하던 중 달리는 트럭에서 뛰어내려 사망한다. 퇴소식 날 김영준은 윤 하사에게 서정도에게는 애초부터 여자 친구가 없었다는 뜻밖의 얘기를 듣는다.
연극 <캘리포니아 드리밍>은 서정도라는 별종의 인간을 바라보는 김영준의 시각으로 펼쳐진다. 그는 자신의 꿈을 위해 총기 수령을 거부하는 서정도를 조소하지만, 가혹한 구타 속에서도 끝내 자신의 신념을 접지 않는 서정도에게 묘한 열등감을 느낀다. 그리고 사실은 서정도의 신념을 경멸하지도, 그렇다고 이해하지도 못하는 이율배반적인 자신의 모습에 당황한다. 서정도의 죽음 후, 제대한 김영준은 시대에 대한 책무와 대의명분으로 80년대 뜨겁고 치열한 격동과 혼돈의 세월을 살아낸다. 하지만, 그 뜨겁고 격렬했던 시대가 지나고 90년대에 들어서며 그 뜨거운 기대와 희망이 분노와 배신감으로 바뀌며, 열정과 환상이 허무와 환멸로 다가올 때 비로소 서정도가 외쳤던 '인간에게 궁극적으로 남겨질 수 있는 건 오직 사랑'이란 말을 떠올리며, 스스로를 되돌아본다.
연극은 소설가 박상우가 연작 형식으로 발표한 <캘리포니아 드리밍>, <호텔 캘리포니아>, <캘리포니아 블루스>를 연극화 한 것이다. 작품은 뜨거운 가슴과 열정으로 세상과 마주섰던, 이제는 되돌리 수 없는 지나간 세월과 청춘에 대한 송가이다.
각색의 말
이 연극은 「군대」이야기가 아닙니다. 이 연극은「이념」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 연극은「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변치 않은 냉혹한 「인간의 조건」아래에서의 삶의 희망 찾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삭막하고 각박한 「세상살이」속에서의 잃어버린 「추억」과 「꿈」의 회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