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현진건 '운수 좋은 날'

clint 2021. 4. 5. 09:14

 

 

탈 것이 필요한 사람들을 인력거에 태워 원하는 곳까지 데려다주고

돈을 받는 인력거꾼 일을 하는 김 첨지에게 아픈 아내가 나가지 말라고 애원하던 날,

아내를 뿌리치고 일을 나갔지만 전에 없던 행운이 이어져 많은 수익을 얻게 된다.

김 첨지는 계속된 행운에 오히려 불길함을 느끼지만

그럼에도 일을 계속 했고, 일을 마친 뒤 친구와 집 앞 술집에서 술을 마셨다.

그리고 아내가 먹고 싶어 하던 설렁탕을 사들고 집으로 가지만

집에 도착했을 때에는 아내가 이미 죽어있었다.

 

 

 

 

1920년대 사실주의 소설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운수좋은 날>, 김 첨지라는 인력거꾼의 하루 동안의 일과와 그 아내의 비참한 죽음을 통해 일제 식민지 치하 하층 노동자의 궁핍한 생활상과 기구한 운명을 집약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김 첨지의 뇌리에 끊임없이 작용하는 아내의 죽음에 대한 예감과 돈을 벌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서로 갈등을 일으키고, 또한 외형적으로 더해가는 행운과 내면적인 불안감이 상호 맞물리면서 작품 전개의 박진감을 더해 준다. 그러나 김 첨지는 그런 불안감에도 불구하고 바삐 귀가하지 않고 술을 마시며 횡설수설한다. 이것은 불안감이 극에 달했음을 드러내는데, 그 불안은 집에 들어서면서 순간적인 공포로서 절정에 이르고, 방안에 들어서면서는 곧바로 죽음을 확인, 비통한 결말에 도달하게 된다. 이 작품의 구조는 전체가 '반어(아이러니)'로 이루어져 있다는 특징을 갖는다. 전반부의 김 첨지의 운수 좋은 하루가 후반부에서는 아내의 죽음이라는 비극적 결말로 이어지는 극적인 반전을 통해, 인간의 운명적 반어(상황의 아이러니)를 공감할 수 있고, 이 작품의 사회적 주제를 선명히 부각시키는 효과도 거두고 있다. 제목인 '운수좋은 날' 도 가장 참혹하고 비통한 날에 대한 반어적 표현으로서 그 참모습이 드러난다. 사실과 달리 운수 좋은 날로 표상한 이 아이러니는 단순히 아이러니컬한 제목 수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이 아이러니의 간극만큼 비극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돈을 벌 게 되어 '운수 좋은 날'이라고 생각한 바로 그 날이 가장 운수 사나운 날이 되고 마는 처절한 삶의 실상을 아이러니를 통해 표현하려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