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민 '세상에서 가장 효율적인 소개팅'
서로 빠르게 조건을 따져보는 관계가 진정한 관계로 발전할 수 있을까?
글쎄. 애초에 ‘진정’이 무엇인가도 참 말하기 어려운 문제다. 20살의 진희를 상상해 본다. 채팅에서 진희의 프로필을 보고 어떤 남자가 대화를 건다. “진희씨 미인이십니다. 진지하게 알아가고 싶어요." 진지라는 것은 가벼운 말이 아니다. 진희도 고민 끝에 답한다. “오빠는 37살. 저는 20살. 우리는 나이 차이가 너무 나요" 답이 돌아온다. “에잇 조건 엄청 따지네. 나도 김치녀는 싫어." 37살의 남자는 진심을 다해 진희를 혐오하며 채팅 방에서 나간다.
약을 탓할 수 있는 세상에서 진희는 여러 조건을 따져볼 수 있다. 진희는 김밥 하나에도 연신 고마워해야만, 오빠는 대물이라고 무조건 칭찬해야만 하는 관계에 임하기 싫다. 이 이야기는 진희가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진짜 좋은 관계를 맺을 남자를 찾는 이야기다 술자리까지 제안한 진희의 도전이 과연 성공할 지에 대해서는 작가도 모른다.
서동민
젊은 연극인들을 대상으로 한 간담회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러니까 작가시죠?" 내 모호한 자기소개를 듣고 누군가 물었다 그리고 나의 대답. “에, 아뇨? 저는 그냥 취준생인데요?" 이런 자의식 과잉의 흑역사 제조기 같으니 발표한 작품 유무와는 별개로 작가에 관한 이야기들이 궁금해서 참여한 것은 맞다. 그 관심이 계속 이어졌고 요새 취업 준비는 안 한다. (사실 그때도 안 했다) 그렇다면 지금이야 말로 나는 작가인 것인가? ‘작가지망생’ 정도로 해두자 그래도 그 사이 지망할 용기를 냈다. 좋아하는 작품은 야스미나 레자의 <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