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욱 '내 가방'
전기종과 라온의 말도 안 되는 가방 찾기가 시작된다.
가상의 미래도시. 메트로폴리탄 무법시티!!
웅장한 도시의 한가운데서 벌어지는 멀티 코믹 액션 느와르다.
도시 한가운데 한 벤치에서 무기력한 30대 후반의 한 남자 전기종과 여고생 라온이 우연찮게 만나게 된다. 어처구니없이 모든 걸 잃은 전기종은 라온의 권유로 잃어버린 가방을 찾기로 결심하게 된다. 방법을 찾던 그들은 2인조 떼강도 팀 "노트르담 드 떼강도'를 결성하게 되는데...
막이 오르면 우선 검은 톤의 무대장치와 정면에 보이는 육중한 2층 무대에 압도당하며 무엇인가 심상치 않은 사건이 벌어질 것이라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작품은 미래의 가상세계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통하여 지금의 정치와 사회분위기 속에 처해져 있는 우리의 모습을 빗대보인다. 중앙에 보이는 line on은 게임의 시작을 암시한다. 외부세계와 단절되고, 세력들에 의해 철저히 통제된 공간에서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보통 인간의 모습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권력에 의해 철저히 조작되고 지배당하고 있지만 이 모든 사실이 게임 속의 장면이라고 느끼게 하는 것은 극중의 수법을 통해 인간성의 몰락과 반복될 상황을 부조리하게 표현하고 있다. 지배 권력의 횡포와 인간의 진실을 파헤치고 있는 「내 가방」은 컴퓨터 게임, 세발자전거, 시스랩타워, 키위드, 2층 무대 뒤에서 뛰어넘어 등퇴장, 쓰레기통 등퇴장 등 다시 한 번 작가겸 연출 강태욱의 창의적 아이디어가 풍부하게 무대를 뒤덮었다. 또한 시종일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전기종과 세력에게 조작되어 통제되고 있는 라온의 절제된 연기는 극의 흐름에 잘 융화되어 나타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와 감동보다는 적지 않은 혼란을 가져다주었다. 낚시를 하는 첫 장면과 끝 장면 그리고 키워드 당첨일이 12월 19일 4시 9분이란 사실로 작품을 선거와 정치적 현실의 암시로 유추하기엔 젊은 작가의 상상력이 과도하여 희곡을 무대 형상화하는 과정에서 관객의 상상력을 훨씬 뛰어넘고 있지 않을까? 관객들에게 전달되지 않은 주제는 자기만족의 오류를 범할지 모른다
이 작품은 작가가 연출을 겸한 작품이다. 물론 작가와 연출을 함께한 훌륭한 공연들도 많이 있다. 또한 작가가 자기의 정체성을 확실히 드러내며 희곡상에 뚜렷한 자신의 목소리를 담는 것은 대단히 가치 있고 당연한 것이지만 이 희곡을 무대 언어로 새롭게 재해석해서 정제해줄 연출의 존재가 아쉽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