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 65

송인현 '뮤지컬 어디메와'

심학규는 뺑덕이를 앞세우고 황성을 찾아나선다.  그렇지만 뺑덕이 역시 맹인이다. 맹인이 맹인을 끌고 가는 것이다.  더군다나 뺑덕이는 황봉사를 데리고 가는데 황봉사는 뺑덕이와  배가 맞은 자로 심학규의 재산을 노리고 개흉내를 내며 따라나서는 것.  심학규는 황성에 가서 눈을 뜨고 한자리 하겠다고 생각하나  뺑덕은 아무데서나 자리잡고 육신의 안녕을 누리며 살기를 바란다. 그러다가 이들은 반대편에서 황성을 찾아가는 맹인들을 만난다.  양쪽 맹인들은 자기들이 온 방향은 절대 황성이 아니라는 것만 알뿐  어디가 황성인지는 알지 못한다. 그들은 서로 자기들이 맞게 황성을  찾아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다시 길을 떠나기로 한 심학규는 황봉사가 방향을 잘못 틀어 자기가 온  방향으로 되돌아간다. 맹인들은 자신들이 바..

한국희곡 2024.09.17

한윤섭 '후궁 박빈'

서민 집 아낙인 흥부처 29세로 연년생 아들 12명을 출산했고,  착하디 착한 남편 흥부은 처에게 쥐어사는 모습이고,  하루일과를 마치면 색시와 동침하는 게 낙이다.  마침 대궐에서는 왕과 중전 사이에 대를 이을 자손이 태어나지를 않고,  궁녀들과 동침을 해도 세자가 태어날 기미가 보이지를 않으니,  백성들과 신하들은 물론 산천초목까지 후사 걱정을 하게 된다.  그러니 자연 12명의 떡두꺼비 같은 아들을 낳은 여인이 왕의 씨받이 대상  1순위로 떠오르게 되지만, 흥부처에게 어엿한 남편이 있는 것이 문제라,  신하들은 계책을 짜 여인을 설득시켜 대궐로 데려간다. 물론 착하고 바보 같은  흥부에게는 나들이를 잠시 다녀오는 것으로 핑계 댄다.   대궐로 간 흥부처는 왕과 신하들 앞에서 12명의 남동생이 있는 ..

한국희곡 2024.09.17

장 아누이 오세곤 번안 '반바지'

여성 속에 갇힌 남자의 이야기다. 반 바지의 이야기는 가상의 사회를 배경으로 벌어진다.  서울 한복판 종로. 이곳에서 여성이 모든 관직을 장악하는 혁명이 일어나고 모든 사회 구조가 여성을 중심으로 재편된다. 예술원 회원이자 언론인인 주인공 맹호돈은 보수 우파 신문  논설위원이며 가부장적인 사고에 젖어 있는 인물. 그는 자신의 하녀를  농락하여 임신시켰다는 이유로 집에서 고문기둥에 묶여 처벌 받고 있다.  그의 아내 권세라는 자유여성협의회란 조직 일원으로 그 힘을 빌어  남편을 묶어놓고 정신 개조를 시키려고 한다.  재판을 몇 시간 앞두고 맹호돈에게 친구 변호사 여필종이 찾아온다.  그는 사회와 권력층이 변할 때마다 항상 그 권력에 아부해 출세한 인물.  여성이 권력을 장악한 이 사회에서도 예외는 아니어 ..

외국희곡 2024.09.16

손유미 '달무리'

작은 섬마을. 작은 횟집.  어느 날 영은이 집으로 돌아온다.  영은은 자신의 할머니 신을 받은 무당이다.  영은의 엄마인 미숙은 그런 영은이 편하지 않다.  미숙은 한평생 무당의 운명을 대물림 받지 않기 위해 애써왔다.  미숙은 무당이 된 영은을 외면하는 한편,  영은이 다시 돌아온 이유를 궁금해한다.  미숙의 남편인 춘길은 미숙과 닮은 영은을 예뻐하면서도  안쓰럽게 여긴다. 무당으로서의 굴레를 벗어난 미숙은 자신의 삶을  지키려 하고, 영은은 그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춘길은 이 둘을 안타깝게 지켜본다. 자신의 운명에 거부감을 느끼는  둘과는 달리 춘길은 자신이 받은 운명을 직시하기 위해  미숙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바다로 떠난다. 춘길이 떠난 뒤 미숙의 친구 문희는 폭력을 행사하는 남편에게서  ..

한국희곡 2024.09.16

김지일 마당놀이 '홍길동전'

홍판서의 둘째 아들로 태어난 길동은 서자라는 이유로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한다. 집을 나선 길동은 도둑의 소굴에서 우두머리가 되고  가난한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해 ‘활빈당’을 세운다. 팔도 관아의 부정축재한 관리들과 공직자들의 행적에  분개한 홍길동은 분신술을 사용해 곳곳의 사이비 양반,  탐관오리, 압구정동 오렌지족 등을 골탕먹인다. 참다 못한 탐관오리들은 임금을 찾아가 홍길동에게  벌 줄 것을 간청한다.  이에 홍길동의 대적 상대로 배트맨·황비홍·동방불패 등을  거론하고 최종적으로 동방불패를 선정, 홍길동과 한판 승부를 벌이게 한다.  이 작품에는 작가인 허균이 참고인으로 등장한다. 그는 이 작품을 쓴 배경 등 당시의 양반 및 권력층의 비리와 그들에 희생당하는 백성들의 아픔을 이 작품을 통해 ..

한국희곡 2024.09.15

크리스토퍼 고어 '뮤지컬 페임FAME'

1970년대 후반 뉴욕.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명성의 예술고등학교에 입학한  신입생들. 그들은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여 세상으로부터 인정을 받도록  열정적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입학 오디션부터 졸업식까지,  그들은 예술가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뉴욕의 예술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스타가 되기를 꿈꾸는 학생들의  삶과 갈등을 그린 뮤지컬이다. 코코를 비롯한 예술 고등학교의 학생들은  뚜렷한 목표의식 없이 그저 화려한 스타의 모습을 동경한다.  코코도 스타가 되기 위해 노력하지만 생각처럼 쉽게 인기를 얻지 못한다.  하지만 꿈을 버리지 않고 재능을 발휘하는 노력을 계속한다.  그러면서 학생들은 목표를 찾는다. 화려한 무대 뒤에 감추어진 젊은이들의  숨은 노력과 땀으로 이룬 결실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뮤지컬 ..

외국희곡 2024.09.15

뒤렌마트 개작 '원형 파우스트'

학문에 절망한 파우스트와 신에 의해 인간세상에 내던져진 메피스토펠레스, 원하는 것을 모두 이룰 수 있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의 도움을 받아 파우스트는 학문에 대한 절망을 쾌락으로 보상받지만, 그들의 거래는 오래가지 못한다. 우연히 만난 파우스트와 순수한 처녀 마가레테는 서로 한눈에 반하지만, 마가레테는 자신의 감정을 애써 자제하려 한다. 사랑의 노예가 되어버린 파우스트는 메피스토펠레스를 사주해 그녀를 얻지만 그의 행동은 순진한 여인을 파멸로 이끌고 만다. 마가레테와 발렌틴은 세상에 둘도 없는 오누이지만, 마가레테에게 파우스트가 나타나면서 둘의 사이는 멀어지고, 비극은 시작된다. 파우스트를 찾아간 대학생은 그만 파우스트인 척하는 메피스토펠레스를 만나고 만다. 순진한 학생은 메피스토펠레스의 손에 놀아나고 결국..

외국희곡 2024.09.15

윤미현 '크림빵을 먹고 싶었던 영희'

때는 1960년대 중후반. 마님 댁의 일을 돌보며 살아가는 영희네 가족, 마님이 좋아하는 오리를 키우며 오리를 잡고 탕을 만들어 마님한테 올리는 일에 영희 엄마아빠는 전력을 다한다. 맛있게 먹으면 쌀을 주고, 그것을 끓인 국물이라도 먹고 살 수 있기에. 정성을 다한다. 영희의 꿈은 10원짜리 크림빵을 먹는 것. 1년에 명절 때나 먹는 그 빵을 자주 먹는 것이다. 그러나 영희네의 이 일도 사단이 난다. 영희 오빠와 국민학교 같은 반인 마님네 아들 가래가 거들먹거리자 숯돌로 가래를 때린 것. 그 일로 마님은 득달 같이 영희네로 와서 다 나가라고 한다. 영희 부모는 워낙 어렵게 살아왔고  악의가 없는 순박한 사람들인지라 오히려 그간 고마웠다고  인사까지 하고 나온다. 그리고 영희 엄마아빠는 시장통에 시금치 목..

한국희곡 2024.09.14

호키모토 게이코 '주머니 속의 연기'

“누군가가 보고 있어. 당신은 누구시죠?”애매모호하고 형태도 없는 알아차릴 틈도 없이 사라져 버리는 주머니 속의 연기.이 이야기는 실체가 없다. 주머니에 넣었다고는 하나, 어쩌면 넣지 않았을지도 모른다.아무것도 없는 장소, 그곳에 한 명의 임산부가 등장한다. 이쪽으로 얼굴을 돌린다.상당히 큰 배로 보이는 큰 주머니를 목에 걸고 있다. 만삭이다.출산의 고통. 크고 무거운 배가 그녀를 힘들게 하고 체력을 앗아간다.'내보내자, 내보내자' 라는 노래가 어디선가 들려온다.달려나가자, 생각해 나가자, 튀어나 가자' 출산준비에 돌입한 여성의 자리로한 팀의 남녀가 나타난다. 이쪽으로 얼굴을 돌리는 두 사람,남자는 자상한 모습으로 아이를 받을 위치에 섰다.필사적으로 힘을 주는 임산부. 괴로워하며 소리를 지르고 마침내배에..

외국희곡 2024.09.14

김현영 '마지막 녹음'

배경은 밤 11시 45분 지하철 플랫폼.  의자 세 개가 전부인 단출한 무대,  단 두 명의 배우만 출연한다. 20대로 보이는 남녀.  여자는 울고 있을 뿐이다.  남자는 모노드라마에 가깝게 느껴질 만큼 객석을 향해,  또는 여자를 향해 혼자 말한다.  내용은 하나. "울고 있는 저 여자…왜 저기서 저러고 있을까요?" 빌려 입은 듯 제 몸에 맞지 않는 헐렁한 양복을 입고  입사원서를 내고 왔다는 남자의 현실,  묻어둔 사연 하나 꺼내 같이 울고 싶게 만드는 여자의 눈물,  그러나 여자는 말이 없이 울고 그 역시 얼마전 다른 여자의 말 건넴을 묵살한 적이 있었다.  단지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었을 그 여자가  그 이후 선택한 길을, 울고있는 저 여자에게 자신의 말 건넴이  묵살당했던 이 남자가..

한국희곡 2024.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