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카엘 발부스, 황제 레오 아르메니우스의 최고 야전사령관,
그는 불충과 비방 때문에 여러 차례 고발된 후, 황제에게 반역하기로
비밀리에 공모한다. 황제는 추밀고문관 엑사볼리우스를 통해
그에게 경거망동을 삼가도록 자주 경고했다.
하지만 미카엘이 결심을 바꾸지 않으므로 불시에 체포되어
황제가 몸소 원고 겸 판사로 있는 추밀원에서 화형판결을 받는다.
그가 장작더미로 끌려가는 동안 황제는 황비 테오도시아의 강력한 요구에
성탄절 뒤로 형을 연기한다. 그사이 미카엘은 자신을 구하기 위한 모든
수단을 강구한다. 한편 황제는 두려움과 대담함으로 흥분하여,
밤이 되자 직접 지하 감옥을 방문하는데, 황제나 입는 자줏빛 도포를 입고
잠든 미카엘을 발견한다. (수놓은 신발을 보고 황제를 알아본) 보초에 의해
이 사실이 미카엘에게 알려진 후, 미카엘은 극도의 절망 속에서
자신과 공모한 자들에게 즉시 도와주지 않으면 모두 폭로할 것이라고 협박한다.
이들은 비상한 계략으로 성으로 들어오는데 성공했고,
제단 앞에서 황제를 비참하게 살해한다.
이 작품은 작가가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여행하던 중 집필을 시작해 슈트라스부르크 (Strasburg, 현재의 스트라스부르)로 돌아와 여러 달 집중 작업을 통해 달고했으나(1646년 10월), 출간을 위임했던 슈트라스부르크 출판업자의 손을 떠나 작가도 모르는 사이 프랑크푸르트/마인 출판업자 요한 휘트너(Johann Hüttner)에게 원고가 넘어가 1650년 출판되어 세상에 나오게 된다. 이 작품은 그뤼피우스가 이탈리아 여행 중 알게 되었을 것이라는 '예수회 드라마'인, 요제프 시몬(Joseph Simon)의 라틴어 희곡 <레오 아르메니우스>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학계는 추론한다. 그러나 그뤼피우스는 작품 서문 '친애하는 독자여'에서 이 작품은 12~13세기 두 사람의 비잔틴 역사가 케드레누스와 조나라스의 레오 5세 (재위 813~820)에 대한 서술에 근거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주인공 황제 레오는 순전히 자기가 만든 인물임을 강변한다. 애초 전통 비극의 효과에 궁극적인 목표를 두지 않은 시몬의 경우, 5장으로 된 작품에서 첫 세 장은 그뤼피우스의 <레오 아르메니우스>와는 전혀 다른 인물들이 등장해 전혀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시몬은 잔혹한 성격의 소유자 레오 황제를 성상 파괴를 주도하고 성상 숭배자를 혹독하게 박해한 이단자 이자 가톨릭 신앙의 적으로 묘사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시몬과는 달리 그뤼피우스의 작품에서는 초반 1막 1장과 2장에서 벌써 인물들이 상대를 각각 역적과 폭군으로 비난하며 맞서는 갈등구도를 보인다. 그리고 이 구도는 황제의 추밀 고문관과 미카엘 사 이의 논쟁(1막 4장), 그리고 법정 장면(2막 1장)으로 계속된다. 이 법정장면에서 미카엘과 판사들 사이에, 그리고 미카엘과 황제 레오 사이에 격렬한 언쟁이 벌어지는데, 인물 사이의 이러한 언쟁 속에서 독자나 관객은 바로크 문학의 특징인 강렬한 언어를 만나게 된다. 이러한 갈등 구도에 황비의 자비가 끼어들지만 이것 역시 갈등을 비극으로 치닫게 하는 결정적인 동기가 된다. 작품전체에서 보이는 황제와 주변인물들이 만들어 가는 빈틈없는 줄거리 통일성은 시몬의 것과 비교해 독창성과 예술성을 보여준다.
그뤼피우스는 9세기의 역사적 소재에 자신이 살고 있는 17세기 절대주의 시대의 격렬한 논쟁거리였던 “폭군 시해에 대한 정당성 문제"를 접목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작품에 시의성을 부여한다. 그는 작품 서문에서 "인간의 감정에서 온갖 종류의 불순하고 해로운 성향을 씻어 내는 편리한 수단”이었던 고대 그리스의 비극과 같은 극을 쓰고자 한다고 밝힌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좋은 비극은 포악한 자가 행복하다가 불행해지는 구성은 피해야 한다고 말한다. 연민(eleos)이나 공포(phobos)의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없기 때문이다. 왕권신수설을 지지하는 그뤼피우스는 황제 레오를 포악한 성격에도 불구하고 비극의 주인공(protagonist)으로 세웠기 때문에, 관객의 감정이입이 가능하도록 이 드라마에 몇 가지 장치를 한다. 드라마 첫 장면에 레오의 상대역으로 반역을 선동하는 불충한 미카엘을 등장시킨다. 그러고는 바로 다음 장에서 레오로 하여금 황제로서의 고충을 호소케하여 미카엘의 불충을 부각한다. 그리고 미가엘과 그의 공모자들 외에는 더 이상 황제의 결함을 성토하는 존재를 내세우지 않는다. 또한 이러한 노력의 하나로 작가는 미카엘과 그 무리의 이단성을 강조하는데, 인간으로서 상상할 수 없는 일을 행하는 마법사 얌블리쿠스를 통해 지옥의 악령에게 도움을 청하는 장면을 넣는다. 이 장면은 이들이 관객들에게 어떠한 호감도 얻을 수 없게 만드는 작가의 매서운 양념이라 하겠다. 황제로서 주인공 레오에게는 자신과 국가 존립을 위해 위험 요소를 제거해야 하는 강제성과 당위성, 그리고 시급성이 있다. 하필이면 이때가 성탄 전야였기에 황비의 경고와 요청으로 형집행은 연기된다. 성탄절 형 집행연기는 신심의 문제이기는 하지만, 황제로서 보여줘야 할 관용의 문제이기도 했다. 황제 레오의 비극은 현실에 존재하는 냉엄한 생존 법칙과 황제에게 요구되는 덕치의 의무가 충돌하면서 선택을 요구하는 데서 출발한다. 이 극은 두 개의 피할 수 없는 명제 사이에서 주인공의 선택으로 발생하는 전형적인 비극이다.
미카엘 비극은 이 극의 첫 번째 이야기로서, 자신의 혀를 다스리지 못한 죄로 화형판결을 받음으로써, 모든 영광을 잃고 몰락할 것이라는, 허망한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공포를 맛보게 해준다. 그런데 미카엘의 비극은 비극적 결말로 흘러가지 않고, 레오의 비극으로 옮겨간다. 그는 상황을 역전할 시간을 벌어 보고자 자식들에게 편지를 쓸 시간만 달라고 절절히 읍소했는데, 레오는 위험을 감지했음에도 불구하고 황제로서 자신의 몰인정에 대한 비판을 걱정하여 미카엘을 잠시 감옥에 넣어 시간을 주었다. 그사이, 황비가 출현해 성탄절이니 처형을 유예하라고 주장한다. 그 바람에 미카엘은 황제를 살해할 기회를 잡고 비극에서 빠져 나와 레오의 비극을 만드는데 성공한다. 이 드라마의 마지막에는 미카엘의 비극 그리고 레오의 비극과 얽힌 세 번째 비극으로서 황비의 비극이 있다. 황비의 비극은 미카엘의 처형을 연기할 것을 요청하고 이를 관철하기 위해 황제와 논쟁을 벌이는 2막 5장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5막 3장에서 황비가 반역자들이 끌고 가는 레오의 시신을 발견하고는 시신을 빼앗아 안고, 극한의 고통 속에 정신을 놓아 버리는 장면에서 끝난다. 이 장면은 미카엘이 아직 사슬도 풀지 않은 채 왕위에 오르는 장면과 대비되면서 황제 죽음과 황비의 몰락을 더욱 비참하게 만든다. 황비의 비극은 황비 스스로 알고 있듯이 신앙심에 바탕을 둔 "동정심" 때문에 남편의 죽음과 황비 자신의 몰락을 초래하는 이야기다.
"그들은 이 위대한 세상의 모든 화려함을 경멸했다. 오직 지극히 높으신 분을 기쁘게 하려는 사랑 때문에".
이 경구를 통해 작가는 다름 아닌 "삶의 덧없음"을 환기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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