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전과 5범인 대철과 강도상해범 경호는 탈옥하여
어느 명승지 콘도미니엄 빈 방에 숨어 있다.
마침 이 방으로 오게 된 작가지망생 지영과 자유기고가 금숙은
사흘 간의 휴가에 대한 기쁨으로 들어섰다가 뜻하지 않게
탈옥수들과 만나 불안에 떨게 된다.
난폭하고 충동적인 대철은 지영과 금숙을 상대로 파티를 강요한다.
탈옥 후 언제 붙잡힐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부터 벗어나고 싶은
대철은 지영과 금숙을 상대로 술판을 벌이고 노래를 부르라고 하지만
탈옥수들로 인해 불안해진 지영과 금숙은 어울리지 못한다.
이에 격분한 대철은 점점 난폭한 요구를 하게 되고,
같이 탈옥한 경호는 그런 대철을 말리며 지영과 금숙에게 미안해한다.
대철의 추근댐으로 지른 비명을 들은 옆방의 연락을 받고 올라온
관리인은 지영, 금숙과 함께 욕실에 갇힌다.
대철은 술에 취해 잠이 들고 경호는 지영과 이야기를 하면서
갈등을 겪는다. 언제나 사람들에게 이용만 당하고
무시와 천대를 받는 사회의 천덕꾸러기였던 대철을 두고
혼자 위험에서 빠져나가기 어려웠던 것이다.
그러나 어머니가 보고 싶어 탈옥한 경호는 망설이다 지영의
권유로 나간다. 경호가 나가고 모두 방에서 빠져나가려고 할 때 대철이
잠에서 깨어나오고 경호가 간 것을 알고 흥분한다.
한편, 경호는 나갔다가 곧 경찰에 잡히고 콘도를 포위한 경찰은
대철에게 자수를 권유하지만 대철은 인질을 잡고 대치한다.
이에 경호는 경찰에게 자신이 처리하겠다고 약속하고 올라와
대철에게 지하실에 숨어있었다고 안심시키고 다가가 칼로 찌른다.
흥분한 대철이 무고하게 인질을 살상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모든 일이 끝나고 경호는 경찰의 손에 끌려 나간다.
어찌 보면 세상 만사가 표리부동하고 이율배반적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이것을 그저 듣기 좋은 소리로 세상살이가 다 상대적이 아니냐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분명히 진실은 결코 상대적이 아니고 절대적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요즘 휘몰아치고 있는 개혁과 변화의 세찬 바람을 보면, 부정을 뿌리뽑겠다던 사람들이 더욱 부정을 자행했고, 정의를 부르짖던 사람이 뒷구멍에서는 더욱 더 불의를 자행했음을 깨닫고 심한 배신감과 함께 서글픔을 느낀다. 그래서 더욱 더 세상은 믿을 것이 하나도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국민은 나라를 못 믿고 서로 더불어 사는 사회를 못 믿고 부모자식 간에도 못 믿고... 뭔가 일을 하나 이루려면, 서로 약속하고 다짐하고 서류 만들어 도장 찍고 사인하고 보증인 세우고 담보 세우고... 그렇게 해도 믿음이 깨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니 더 한층 서로가 서로를 불신해야 하는 서글픈 불신의 굴렁쇠를 다람쥐 쳇바퀴 돌리 듯 돌려댄다. <콘도에서 생긴 일>은 바로 인간이 가장 절박한 극한 상황에 처했을 때 어쩔 수 없이 드러나는 불신과 신의, 위선과 본능, 자기와 타인의 그 심오한 대립관계를 통해 이중적인 인간의 본질을 지적해 본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무거운 주제이지만 재미있게 표현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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