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인파들로 붐비는 서울역.
엄마를 잃어버린 가족들의 다급한 마음은 점점 불안해진다.
신문광고를 내고, 전단지를 붙이며 엄마의 행방을 쫓아다녀보지만
엄마는 좀처럼 찾을 길이 없다.
새삼스레 엄마에 대한 기억들을 되짚어 보며 가족들은 서로가 잘 모르거나
무심코 무시했던 엄마의 인생에서 새로운 사실들을 하나 둘 발견하게 된다.
언제나 그 자리에 말없이 희생으로 존재하던 엄마,
병을 앓던 엄마의 고통에 무관심하기만 했던 가족들은
이기적인 이유로 엄마 혹은 아내를 필요로 했던
자신들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엄마를 부탁해'는 작가 신경숙이 2008년 11월 5일 창비에서 발간된 장편소설로, 2007년 겨울부터 2008년 여름까지 《창작과비평》에 연재되었다. 기차역에서 자식의 집에 가려다 남편의 손을 놓쳐 실종된 어머니를 찾는 가족들이 엄마의 흔적을 추적하고 기억을 복원해 나가는 과정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며 각 장은 자식들과 남편, 그리고 엄마의 시선으로 시점이 바뀌면서 서술된다. 2인칭 서술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으며, 이러한 2인칭 서술을 주요한 서사 전략으로 사용한다.
이 작품은 작가 신경숙의 자전적 소설이다. 이런 자전적 성격은 그의 1995년 작품인 외딴방에서도 드러나는 것이다. 신경숙은 지방에서 태어나 지역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졸업하고 가정형편으로 진학 대신 도시로의 상경을 선택한다. 4년 동안 함께 상경한 가족들과 함께 방에서 생활하여 일과 공부를 병행하였다. 엄마를 부탁해를 비롯한 여러 작품에서 나타나는 고백적 성향은 당시의 내적 갈등과 이러한 개인적 체험에 영향을 받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엄마를 부탁해는 보편적인 모성애에 대한 공감대와 감동을 이끌어내고자 하였다. 지방에서 농사를 짓고 지내는 부모가 자식들의 부름에 도시로 오게되고 도시의 기차역에서 실종되므로써 벌어지는 간단한 이야기이지만, 이를 밀도감 있는 필력과 섬세함으로 전달했다고 평가된다. 가난하고 배운 것 없지만 열심히 일해 자식들을 사랑하고 가르치는 산업화 시기를 살아온 어머니에 대한 당대인의 공감대를 두드러지게 표현한 것이다. 이는 한국적 요소에 국한된 것이 아닌 인간 공통적인 보편적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여러 언어로 번역되었다. 반면, 작품에서 다루는 모성애에 관해 한국 문학내 모성애를 다루는 통속적 관점에서 벗어났다는 평가와 다른 작품에 비해 그다지 높은 수준에 도달한 것은 아니라는 평가가 있다. 이는 영어 번역본의 평가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아, 사라진 자기희생적 가치를 입체적으로 다뤘다는 평가와 지나치게 한국적인 신파소설이라는 평가가 공존했다.
2009년 9월 미국 출판사 크노프에 "엄마를 부탁해" 영문 번역 판권이 팔렸고, 2011년 4월부터 'Please Look After Mom'라는 제목으로 미국 시장에서 판매가 되고 있다. 미국 뿐만 아니라 영국 폴란드 등 22개국에 출판되기도 하였다. 엄마를 부탁해는 현대 한국어 소설 가운데 가장 많은 학술적 연구가 진행된 작품이기도 하다. 문학적 측면 뿐만 아니라 인간 보편적 가치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번역 및 영어를 매개언어로 한 제 3언어로의 중역 등 한국어 작품의 번역에 관한 연구에서도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고 있다.
가족들에 대한 절대적인 '사랑'과 '희생'으로 귀결되는 엄마의 존재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에게 원작가 신경숙은 말한다. "엄마가 처음부터 엄마로 태어난 사람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이 깨졌으면 좋겠다. 엄마와 자식 사이 뿐 아니라 사회적 관계 자체가 모성적이었으면 좋겠다"라고.
'엄마'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 엄마라는 존재를 보다 인간적으로 접근하고자 하는 원작이 지닌 메시지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연극 <엄마를 부탁해>는 비슷한 소재의 여느 작품들과는 또 다른 새로운 시선으로 '엄마의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을 던진다. 작품 속 가족들이 기억해내는 엄마는 신화화된 존재가 아닌 한 인간, 한 여자로서의 모습으로 새롭게 발견되며, 가족 모두는 엄마에게서 무한한 위로를 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엄마를 위로할 수 있게 되는 깨달음을 얻는다. 원작소설 <엄마를 부탁해>를 이 작품을 본 관객들은 문득 엄마의 어린 시절, 우리 엄마의 꿈, 그리고 사랑까지도 궁금해 하며 엄마의 존재를 그리워하게 되고, 또한 단순히 '모성'에 대한 애찬, 동조가 아닌 인간성에 근원을 둔 치유와 소통이 이루어짐을 갖게하는 작품이다.
원작 <엄마를 부탁해>에서는 엄마를 찾아 헤매는 자식들과 남편, 그리고 엄마의 시선으로 그 시점이 전환되며 이야기가 전개되어 가족들 각자가 간직한. 그러나 서로가 잘 모르거나 무심코 무시했던 엄마의 인생과 가족들의 내면을 파편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가족들의 기억은 때로는 현실이 아닌 환상 속의 이야기인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하는데 결국 현실과 환상이 기묘하게 연결이 되어 작가가 의도하는 보편적 진리를 말해주고 있다.
'1인칭실험소설'이라 불리기도 한 독특한 시점의 이야기는 장녀와 엄마의 1인칭 시점으로 정리, 과거와 현재를 오가던 전개방식은 엄마를 잃어버린 현재의 프롤로그로 시작 후 엄마의 결혼식으로 역행, 다시 연대기 순으로 진행된다. 또한 소설 특유의 감성적 문체는 '연극'이라는 입체적 장르를 만나 호소력 있는 무대 언어로 탈바꿈했다. 달이 물로 걸어오듯' '인류 최초의 키스' 발자국 안에서' 등 인간 내면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주목 받는 여성 극작가 고연옥이 원작을 분해하며 무대에서의 완결성 있는 희곡적 텍스트로 완성시켰다.
극본 고연옥 작가의 글
전혀 모르는 이야기도 하기 어렵지만, 너무 잘 아는 이야기는 더 어렵습니다. 엄마에 대한 기억은 각자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결국 자식으로 태어난 사람들의 죄의식을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하기도 어렵고, 듣기도 힘든 이야기입니다. 요즘 엄마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졌다는 것은 그 만큼 우리의 삶이 고단하기도 하지만, 한층 진지해졌다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엄마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 가운데, 우린 어떤 모성을 표현할 것인가 그것이 가장 큰 고민이었습니다. 제 자신이 두 아이의 엄마이기 때문에 모성에 대한 이야기는 더 조심스럽습니다. 모성이 우리의 영원한 안식처이고 위안이며, 인간이 가진 가장 숭고한 미덕일 수도 있겠지만, 저를 비롯한 대부분의 엄마들은 내가 가진 모성이 과연 우리 아이를 바르게 이끌고 있는지,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지에 회의를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부에서는 모성이 인간에 대한 가장 잔인한 사랑이 되기도 합니다. 그것 역시 이 시대에 엄연히 존재하는 모성일 것입니다. 소설 '엄마를 부탁해'는 모성을 환기시키거나 모성을 통해 위로와 안식을 주고자 하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지금 엄마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순간순간 마주치는 고독과 허무, 그리고 평생 엄마로 살아온 사람들에 대한 연민과 위로를 주는 이야기일 겁니다.
엄마란 '어느 날 갑자기 우리 곁에서 사라질 수 있는 존재'라는 이 가슴아픈 진실이 최대한 표현되도록 노력했습니다. 제가 작가를 꿈꾸던 시절부터 존경했던 신경숙 작가님을 만나게 되어 큰 영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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