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이해수 '그리고 그들의 뒷 모습'

clint 2023. 11. 5. 05:49

 

 

무대는 폐광이 된 탄광촌의 선술집.

한때는 손님이 많았으나 지금은 탄광이 문 닫고 사람들은 떠나 거의 손님이 없는 술집.

주인인 진천댁과 작부인 형자가 술집을 꾸려 가는데,

여자 딸애와 남편을 두고 이 생활을 시작한 형자는 7살 난 딸애가 그립다.

매달 조금씩 돈을 붙이지만 그 돈마저 주인집으로 간다고 푸념이다.

화투패에서 비오고 님 보는 쾌가 나왔다며 손님 오길 기다리는데 비가 온다.

그리고 20대의 여자 손님이 혼자 온다.

누구를 찾는지 물어보는 게 많은 손님은 메밀묵과 녹두지짐을 시킨다.

어릴 때 엄마가 해주던 기억으로 시킨단다그리고 예전의 가족 얘기를 한다.

진천댁의 표정이 조금씩 반응하는 게 뭔가 사연이 얽히는 것 같다.

그 여손님이 가고 진천댁은 그애가 자신의 큰딸인 미사인 것을 직감한다.

다음날 형자와 그 여자얘기를 한다. 형자도 전혀 모르는 진척댁의 과거얘기를 듣는다.

아들하나 딸 둘, 세명의 자식이 있었고, 고향동네의 남편이 겁탈해

그만 결혼하고 생활무능력자인 남편은 처자식을 때리고 돈벌어 오라는 위인이라

할 수 없이 술집의 주방에 일을 했단다.

그리고 똑똑했던 장남이 교통사고로 죽자 다 포기하고 집을 나왔다고 한다.

그래서 진천 댁은 형자에게 자식을 버려 두고 집 나온 것이 평생 죄로 남는다고

애를 찾아 같이 살라고 다그친다. 그래서 형자는 그러기로 맘 먹는다.

그리고 어제 왔던 미사가 다시 오고 엄마와 재회하는데

오랜만에 만나 얘기하는 모녀는 냉랭하기만 하다.

딸은 왜 자식들을 버리고 떠났냐며 다그친다.

변명같지만 진천댁은 그런 과거를 진솔하게 얘기한다.

그러나 딸은 이해를 못한다. 특히 여동생이 얼마전에 죽었단다.

신우염으로 콩팥이식이나 정기 피 수혈을 받아야 하는데

같은 형액형인 엄마가 없어서 죽인 거란다.

그리고 집에 딸을 보러 갔던 형자도 다시 오고….

형자가 이 상황을 눈치채고 두 모녀를 부추기는데….

마지막의 결말은 관객들을 더 슬프게 한다.

 

 

 

 

이해수의 『그리고 그들의 뒷 모습』은 여성작가가 쓰고 연출했으며 여배우들만 출연하는 여성연극이다. 「어머니를 위하여」란 부제처럼 이 극은 여느 페미니즘 연극처럼 목소리를 높여 여성 현실을 고발하기 보다는 이 사회에서 버림받은 어머니들의 잃어버린 모성얘기를 잔잔히 그려내는 작품이다. 15년전 아들을 잃은 충격에 정신병원을 전전하다 탄광촌 선술집 주인으로 전락한 진천댁과 작부 형자 그리고 자신을 버리고 떠났던 어머니를 찾아오는 진천댁의 딸 미사가 나오는데 이들이 펼치는 소외된 여성의 잃어버린 모성애가 주제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뒷모습]은, 잃어버린 모성에 대해 역설적인 방법으로 접근한다. 이 작품은 포악하고 무책임한 남편으로 인해 빚어진 생의 질곡 때문에 딸을 기를 수 없었던 한 어머니와 15년만에 어머니를 찾아온 딸의 이야기이다. 그들의 어색한 해후와 질긴 분노의 매듭, 그리고 그것을 용서와 화해의 몸짓으로 풀어 나가는 사랑의 회복을 축으로 하여 우리들 생애의 근원적 그리움인 모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형자가 분위기메이커로 나와 예전의 술집 노래들을 간간히 불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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