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리추리극 `얼굴 뒤의 얼굴'은 근래 보기 드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막이 오르면서부터 공연이 끝날 때까지 시종일관 긴장감이 감도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하는 아내가 남편의 파멸과정을 아들에게 녹음으로 남기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학력을 속인 비밀이 드러나면서 그동안 쌓아온 성공과 사회적 지위를 한꺼번에 잃어버리는 한 남자의 이야기가 추리극으로 펼쳐진다. 증권회사의 중견간부 박성덕은 과거를 폭로하겠다며 돈을 뜯어 가는 초등학교 여자 동창 종원을 살해할 수밖에 없었던 까닭을 절제된 움직임과 대사를 통해 무대 위에 쏟아낸다. 그의 아내 지연은 이사 자리 하나를 두고 죽기 아니면 죽이기로 싸울 수밖에 없었던 이 샐러리맨에게 찾아온 좌절을 더욱 실감나게 했다. 학력과 인맥의 혜택에서 비켜가려는 한 남자의 소외가 진정으로 사랑을 알지 못하는 아내의 모습에 오버랩 되면서 묘한 여운을 남긴다.

감각적인 연극에만 익숙한 관객들에겐 조금 지루할지 모르지만 인생의 험난함과 상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가난하거나 병이 들거나 하는 이유가 아니라도 느껴지는 외로움이 있다. 이 작품은 이처럼 객관적 상황보다 주관적 심리 상태에서 오는 현대인의 공통된 소외심리에 초점을 맞췄다. 살인사건을 배경으로 보통사람의 성공 콤플렉스가 초래하는 비극을 통해 인간이 소외감을 어떻게 극복하며 살아야 하는가 하는 문제를 제기한다. 극작가 정복근씨와 명콤비인 연출자 한태숙씨 또 같이 호흡을 맞춰 초연 공연한 작품이다. (극단전망 1996. 2월 초연)

“학력과 출신을 속여 신분상승을 꾀한 남자가 과거를 감추려 애쓰다가 결국 파멸하는 과정을 통해 현대인의 공통된 소외심리와 우리사회의 병리현상을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극중 박성덕의 아내인 지연과 그를 협박하여 미치게 하는 종원을 1인2역으로 처리한 이유는 평범하고 교양을 갖춘 지연 속에 잠재된 악의를 표출시키려 했다"고 작가 정복근은 얘기했다.

'한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전옥주 '영혼의 소리' (1) | 2020.01.08 |
|---|---|
| 김성수 힙합 뮤지컬 '춤추는 새벽' (1) | 2020.01.07 |
| 곽병창 '꽃신' (1) | 2020.01.04 |
| 박새봄 '매듭' (1) | 2020.01.03 |
| 정승애 '32일의 식탁' (1) | 2020.01.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