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정승애 '32일의 식탁'

clint 2020. 1. 3. 08:06

 

2020 매일신문 신춘문예 희곡당선작

 

 

 

 

심사평

1차 심사에서 5편이 선정되었다. 희곡 '32일의 식탁', '단 하루', '택배가 온다', '현수막: Colorful Daegu', 시나리오 '표절시비'가 바로 그것이다. '현수막:Colorful Daegu'는 지역 사회에 대한 알레고리와 사회 풍자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판단되었으나, 구성의 혼란과 캐릭터 창조의 미흡 등으로 탈락되었다. 시나리오 '표절시비'는 비교적 성공한 성격 창조와 구성의 완결성 등이 인정되었으나, 작가로서 사회를 바라보는 깊은 시선 등이 엿보이지 않고 단순한 사건 전개 등으로 본격적인 논의에서 제외되었다.

최종 본심에 오른 세 편의 작품은 공통적으로 단막극의 전형적인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 즉 단 하나의 공간에서 최소화된 인물, 그리고 반전으로 인한 예상치 못한 결말 등이 바로 그것이다. 또한 세 편의 작품 모두 현실의 공간에서 오늘날의 사회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도, 작가로서 자기 나름대로 철학과 전망을 가지고 인물 창조와 결말을 맺고 있다. 이는 세 작품의 작가 모두가 한 명의 희곡작가로 자질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동시에 세 편의 작품 모두가 벌써 전형 화된 틀을 답습하였다는 것도 의미한다. 때문에 세 편의 작가들은 앞으로 자기만의 깊은 성찰을 통하여 개성과 창의성을 갖출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최종 당선작 '32일의 식탁'은 희곡으로 갖춰져야 할 중요한 덕목, 즉 연극성에 주목하여 선정하였다. 특히 극중 엄마 역인 해진이라는 캐릭터가 보여줄 연기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딸을 잃어버린 상실감에 모든 것이 망가진 중년 여인의 절규와 애타는 집착을 무대 위에서 발견하는 극적 매력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불분명한 딸의 죽음과 성급한 결말 등은 다시 고민해봐야 할 지점이다.

사족. 원고지 80매 안팎을 지키길 권한다. 그것은 신인작가로서 자질을 파악하는데 중요하다. 평소 써두었던 100매 이상의 작품들 여러 편을 마구 투척(?)하는 것은 신인작가를 찾는 신문사와 심사위원들의 진지한 노력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 최현묵(극작가·대구문화예술회관장), 박근형(한국예술종합대학 연극원 연출과 교수)

 

 

 

 

당선소감

아직도 당선 소식을 듣던 오후의 공기가 제 주위에 머무르는 것 같습니다. 목소리를 갖고, 말을 하고, 대화를 나눈다는 것에 감사하던 날들이었습니다. 지금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저의 서투른 이야기가 세상 밖으로 나올 기회를 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흐릿하던 시야에 선과 색을 더할 수 있도록 배움을 선물해주신 명지전문대 문예창작과 교수님들께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특히 부족한 제게 조언과 격려를 해주신 전성희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고, 사랑하기에 글을 쓰는 것이라고 말씀해주시던 재작년의 봄을 지나 이곳에 올 수 있었습니다.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던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은 사랑과 믿음으로 저를 지지해주신 가족들, 말을 하지 않아도 제 그늘까지도 알아봐 주는 벗들, 켜켜이 쌓인 시간 위로 다정한 눈짓을 건네는 문우들. 모두 감사합니다. 제게 내어주신 마음들에 기대어 하루 더 쓸 수 있었습니다.

잊지 않겠다는 말을 습관처럼 하곤 합니다. 망각을 두려워하는 일은 어렵지 않지만, 슬픔을 마주하는 일은 언제나 힘이 듭니다. 늘 남겨진 이들이 어떤 얼굴로 살아가는지, 어떤 시도와 실패 속에 내일을 맞이하는지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그 속에서 우리가 함께 위로를 발견할 수 있길 바랍니다. 저의 언어가 우리의 기억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게으르게 쓰지 않겠습니다. 조금은 믿어보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정승애

명지전문대 문예창작과 졸업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