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민선의 〈바퀴벌레와 이야기했네.〉는 기본적인 희곡 작법의 규칙을 무시하고 쓴 작품이라 할 수 있지만, 다른 작품들과 변별되는 참신성, 독창성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 작품은 만화 같은 세계를 그리고 있어 상상력 있는 무대연출이 요구되며, 만화적 상상력을 어떻게 연극적 상상력으로 변모시킬 것인가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강백의 평
이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이, 처음 시작할 때보다 다음 시작이 더 어려운 법이다. 3년 전 ‘신작희곡페스티벌’ 이 갓 태어난 아이처럼 울음을 터트렸을 때에는, 출산의 기쁨이 워낙 커서 다른 것들은 생각조차 못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린애를 어긋나지 않게 키워야하는 때여서 여러 가지 걱정과 어려움이 크지 않을 수 없다. ‘신작희곡페스티벌’은 응모한 희곡들을 선별하는 첫 단계와 그 뽑힌 작품을 수정 보완하는 두 번째 단계 그리고 극장에서 독회를 갖는 세 번째 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나는 두 번째 단계를 담당한 선생이다. 그러나 내가 학생과 작품을 선택하는 것은 아니며, 학생이 선생을 선택해서 작품을 수정, 보완하게 된다. 이 일방적인 방법이 행복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상대방을 충분히 알지 못한 상태에서, 소위 궁합이 맞을 때는 사랑이 될 수 있는 것이 궁합이 맞지 않을 때는 폭력이 되기 때문이다. 〈바퀴벌레와 이야기했네〉는 발상이 신선하고 형식이 재미있다. 아마 경민선이 다른 지도 선생을 선택했더라면 수정보완 과정에서 행복한 결과를 얻었을 텐데. 소위 궁합이 맞지 않는 나를 택하는 바람에 엄청난 폭력을 겪어야 했다. 아무 쾌감도 없이 폭력을 행사한 나도 괴로웠지만 아무 소득도 없이 폭력을 당한 경민선도 얼마나 괴로웠을 것인가. 차라리 수정 보완이라는 단계를 생략하고 생생한 그대로의 작품을 독회 하는 것이 그 결과에 있어서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작품에 대한 전적인 책임, 작품이 갖고 있는 장점과 단점의 선명한 드러남, 그것이 지금 필요한 때인 것 같다.

경민선
한국예술종합학교 극작가 출신으로 작가와 연출을 겸하여 판소리극, 연희극, 연극 등 개성 있는 작품 창작으로 주목받고 있다. ‘로미오보다 여행이다’, ‘ 일생에 한번은 순례여행을 떠나라’ 와 같은 여행 에세이 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현) 극단 ‘멀쩡한 소풍’의 극작가이자 ‘장애 여성 공감’ 의 연극 아카데미 교사.안녕, 안녕'(김서진 연출/ 쌈지 스페이스), '엄청난 거짓말쟁이 척척 생겨'(최여림 연출/ 문화일보홀) 등의 희곡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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