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연지아 '마지막 헹굼 시 유연제를 사용할 것'

clint 2020. 1. 2. 12:12

 

2020 부산일보 신춘문예 희곡당선작

 

 

 

 

[심사평] 회복해야 할 상대 있다는 믿음 보여줘.

2020부산일보신춘문예 희곡 응모 작품을 심사하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단어는 외로움이었다. 작품 속 인물들은 대체로 혼자거나, 가족과 분리된 상태로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들은 친구도 드물었고 주변을 지키는 사람도 극소수였다. 아마도 현실의 우리 삶이 홀로이고, ‘1인 가구이며, ‘혼밥을 먹고, ‘1인 고시원에서 아직 결혼도 안 한 상태로 놓여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당선작 역시 이러한 조건들 속에서 탄생했다. 어느새 우리 생활 반경의 필수품이 된 듯한 코인세탁소에서 만난 두 사람은 세상과 분리된 자아들이었다. 그들에게는 동전을 나눠 쓸 여유조차 없는 삶만 덩그러니 남아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희곡 속에서 그들은 달라졌다. 느슨한 교류와 파격적인 선물을 공유하면서, 그들에게도 돌아갈 곳이 있으며 회복해야 할 상대가 있다는 믿음이 생겨났다.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그 지점을 보여 준 솜씨는 당선작으로 손색이 없어 보였다. 자신의 외로움에 갇혀 사회와 단절되어 가는 자아를 보여준 꿈의 벌레나 고시원에서의 필사적인 생존기를 그린 송지은 VS 송지은’, 그리고 유사한 빨래방이지만 또 다른 현실 풍경을 그린 로터리 빨래방도 넓은 범주에서는 홀로 이 세상을 살아야 하는 우리의 삶을 반영한 작품들이었다. 비록 당선의 영예를 누리지는 못했지만 폭넓은 공감대와 상당한 내공을 갖추었다는 점에서, 미래의 영광을 예견하게 하는 작품들이었다. 또 다른 시작을 예견하게 하는 그들 모두에게 깊은 사색의 시간이 주어지기를 고대한다.

- 심사위원 김남석

 

 

 

 

[당선소감] 불완전한 세계 있는 그대로 그려낼 것

무대 위 세상이 내가 감각하고 있는 세계와 다르지 않음을 깨달았을 때부터 줄곧 연극을 꿈꾸었습니다. 누군가의 말과 이야기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덧 깨닫곤 합니다. 한 사람이 마주한 거대한 벽은 비단 그 사람만의 것이 아님을. 그의 이야기가 곧 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음을. 인물 간의 관계를 만들어나갈 때, 늘 관계에서 벗어나 하나의 개인을 생각합니다. 관계 안에서 결코 이해되지 못하고, 이해될 수 없는 지점이 있다는 것 자체가 살아 있는 숨이라 여기며 삶을 그리겠습니다.

늘 응원과 진심 어린 조언 아끼지 않으셨던 고연옥 선생님, 박상현 선생님 그리고 연극원 선생님들 감사드립니다. 희곡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셨던 김성희 선생님, 김수진 선생님, 항상 지지해주신 양연주 선생님, 용기를 불어넣어 주신 오세혁 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 지현, 인선을 비롯한 사랑하는 친구들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연극을 만들며 함께 호흡했던 창작집단 혜윰 단원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나를 믿고 힘든 길을 같이 걸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 모든 작품의 첫 독자가 되어 주시는 부모님, 시부모님 그리고 승현. 재성에게 감사합니다. 그리고 내가 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절대적 지지를 아끼지 않는 남편 재홍에게 감사와 사랑을 보냅니다. 심사위원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사람을 향한 마음이, 또 목소리가 바래지 않도록 계속 쓰겠습니다. 불완전한 언어로 불완전한 세계를 있는 그대로 그려 내는 길을 묵묵히 걷겠습니다.

 

 

 

연지아

약력: 1991년생. 본명 최수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 졸업.

창작집단 혜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