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조선일보 신춘문예 희곡당선작

“자살 명소라는 게 괜히 생기는 게 아니죠.”
5만원짜리 절벽, 7만원짜리 나무, 10만원짜리 자동차.
돈을 받고 자살 장소를 제공해 주는 끝내주는 절벽에 한 여자가 찾아온다.
자살 방법을 친절히 설명해 주는 절벽 주인에게
여자는 어떻게 죽을지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하며 시간을 끈다.
절벽 풍경과 죽어가는 다른 사람들의 사진을 찍는 여자.
그녀는 왜 끝내주는 절벽에 찾아온 것일까?
연극 '절벽 끝에 선 사람들'에서 주 무대는 절벽이다. 절벽은 돈을 내면
확실하고 편안하게 자살을 할 수 있는, 이른바 ‘자살 명소’로,
작품은 절벽 끝에서 돈을 주고 자살하려는 사람들과 그들의 자살을 도와
돈을 버는 사람의 모습을 통해 냉혹한 우리 사회의 이면을 비틀어 보여준다.

심사평 - 임선옥·평론가, 오경택·연출가
응모작의 전반적 경향은 대한민국의 사회 병리적 현상에 집중되어 있었다. 작품 소재와 관심사는 다양했지만, 거대담론이나 정치 이데올로기보다는 일상담론의 비중이 컸다. 청년 실업, 자살, 경제적 고통, 세대 갈등, 가족 붕괴, 학교폭력, 요양원, 타인에 대한 혐오, 차별 등 현재 대한민국에 산적해 있는 문제들을 소재로 삼았다. 가끔 독립운동, 위안부, 디스토피아적 미래 사회 이야기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다수의 작품이 언론에서 자주 접하는 사회적 이슈에 극적 구성을 얹어 표면적 현상을 나열하거나 한탄하는 것에 그치고 있어 아쉬웠다.
많은 응모작 가운데 '절벽 끝에 선 사람들', 이예진의 '자리 없습니다', 윤미희의 '오후 2시', 이수민의 '이류'가 최종심에 올랐다. 심사위원들은 '절벽 끝에 선 사람들'을 이견 없이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절벽 끝에 선 사람들'은 자살을 소재로 대한민국의 현실을 날카롭게 해부해 블랙 코미디 형식에 담아낸다. 제목, 등장인물, 장소, 오브제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절벽 끝에서 자살하려는 사람들과 자살을 도와 돈 버는 사람과 그 장면을 기록해 취업하려는 사람 이야기를 통해 냉혹한 현실을 보여준다. 기존의 자살 소재 작품들이 보여주었던 전개방식과는 다른 독창 적 관점에서 자살과 관련된 등장인물을 다루고, 연극적 특성을 최대한 살려 시공간과 오브제를 운용한 방식이 효과적이었다. 작품의 밀도 있는 전개, 단계적 긴장감 고조, 반전 결말의 극적 구성 또한 다른 작품들보다 흡인력 있었다. 블랙 코미디 분야에 출현한 샛별 작가의 별빛이 예사롭지 않게 빛난다. 김준현 작가의 당선을 축하하며, 더욱 빛나는 작품을 기대한다.

당선소감
2019년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한 해인 것 같습니다. 2월에는 의경 복무를 마치고 무사히 전역하였고 12월에는 이렇게 조선일보사에서 큰 선물을 받았으니 말입니다. 고교 시절부터 이런저런 백일장에 나가고는 했지만 한 번도 수상해본 적이 없습니다. 대입 후에도 매해 여기저기 글들을 투고해 보았지만 역시 당선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조선일보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저는 직감했습니다. '아, 이거 꿈이구나.' 입시 치를 때도, 의경 지원할 때도, 이런 식으로 합격했다고 연락이 오는 꿈을 꾼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짐짓 별로 기쁘지 않은 척 당선 전화를 받고, 친구들과 술 한잔마시고, 다음 날 일어나서 휴대전화를 켰더니 조선일보에서 온 문자가 정말 현실에 남아 있었습니다. 그제야 당선됐다는 사실이 실감 났습니다. 전역할 때처럼 춤 한바탕 추었습니다.
기다리는 시간이 지나가고, 다시 쓸 시간 입니다. 이제 정말 시작입니다. 앞으로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늘 저를 지원해주시는 부모님께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오진원 선생님, 저는 여전히 선생님께 배운 것으로 씁니다. 백로라 교수님, 교수님께서 쓴 소리 해주신 덕분에 이 글을 고칠 수 있었습니다. 언제나 내 글을 읽어주는 선용이, 그리고 친구들. 모두 고맙다.

김준현
―1995년 서울 출생
―중앙고 졸업
―숭실대 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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