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정웅의 “미실”은 신인작품상에 당선된 작품으로 습작의 경륜이 상당한 길이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신인으로 이 정도의 작품을 소화할 수 있었다는 것이 이 작품을 당선작으로 선택할 수 있었을 것이다. 삼국유사와 삼국사기의 신라법흥왕과 진흥왕의 연대의 화랑 사다함과 궁녀의 미실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작품의 배경이 된 초기 신라에는 순장이란 장례제도와 형사취수, 혹은 골품제도로 인한 근친상간 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던 시대이다. 근친상간의 문제는 우리나라 고대사 뿐 만이 아니고 구약 시대의 율법에서도 예의 있어온 인간타락의 결과물이었다.. 일부다처제의 유대사회의 풍습과 비교할 수는 없을 것이지만 왕조 사회에서 일부다처의 혼인 제도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통치체제의 유지와 권력의 승계 수단으로 묵시적으로 허용되고 있었다. 주인공 미실은 바로 권력의 심층부에 사랑이란 묘약을 안고 들어오는 가련한 여인이다. 다만 이 희곡에서 작가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할 수 없을 만큼의 조급함을 보이고 있다. 이 작품의 분량으로는 장막극이 되어야 함에도 15회의 장면전환을 함으로써 에피소드의 단절로 이어지게 하는 등 구성에 무리수를 두고 있다. 연출가의 안목에서 무대를 짜임새 있게 계산하다보니 대사로 풀어져야 할 사다함과 미실, 세종 등, 중심인물의 캐릭터가 충분하게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막의 전환이 많다보니 무용이나 노래로 넘어가기 때문에 자연 총체극으로 극의 전반적인 테마의식이 분산된 듯한 느낌이다. 미닫이문을 통한 빠른 무대전환은 연출 감각에서 우러난 것이지만 연출에 신경을 쓰다 보니 캐릭터가 동선에 의존해야 하는 단점이 보인다. 짧고 충분한 대사로 극의 진지함을 가필해 보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 된다. 옥진과 미실의 방줄 술은 극의 흥미를 이끌어 내기에 충분하고 기발한 착상이다. 그러나 미실의 긴 대사들은 연출적으로 보완 되어야 할 것이다. 장광설의 지루함을 극복할 수 있는 극적 묘미를 건져내야 한다는 말이다.

‘작가’라는 타이틀이 어색할 만큼 연출가로 잘 알려진 양정웅이 『화랑세기』 이야기 구조에 끌려 〈미실〉이라는 작품을 내놓았다. 그동안 극단 여행자의 작품은 직접 각색과 창작을 했던 그는 화랑세기에 나오는 미실이라는 여인이 주는 강렬함에 매력을 느꼈단다. 고대사회에 있을 수 없었던 인물, 그러나 (그것의 진위여부가 판가름 되지는 않았지만) 인간의 본성과 본능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한 인물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처럼 『화랑세기』에 서술되어 있는 내용은 가히 충격적으로 근친혼 · 동성애 · 다부제 등 고대사회의 실상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작가의 글
『화랑세기』는 판본이 전해지지 않고 삼국사기에 극히 일부가 몇 줄, 중간 없고 또 몇 줄 이런 식으로 되어 있는데 한때 이 책에 대해서 위서인가 진서인가 하는 진위 여부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던 때가 있었어요. 과연 그 시대에 ‘미실’이라는 여인의 그 삶이 과연 가능 했을 것인가? 하는 거였는데… 개인적으로는 이야기들이 너무 구체적이어 허구라는 생각은 별로 안 들더라고요 그때 이 이야기를 읽어보면서 굉장히 강렬한 느낌을 받았고 한 여인의 삶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죠. 사실 이 작품은 3년 전에 단막극으로 혜화동 1번지에서 공연을 올렸던 작품이에요. 어떤 주제로? 무엇을 이야기 할 것인가? 하는 질문 받을 때마다 별로 이야기를 안 하는 편입니다. 제가 건방져서나 상대방을 무시해서가 아니라, 그것은 지극히 관객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경우에 따라서 제가(작가이자 연출가로서) 어떤 이야기를 하면 그것이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는 것에 방해가 될 수 있는 소지가 있거든요 이야기는 열려 있는 상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작품을 3부작까지 쓸 생각이거든요 그러면 한 10시간이 넘는 공연이 되겠죠? 그런데 그 책을 읽으면 제 상상력에 제한이 생길 것 같아서요 마찬가지로 제 생각도 열려있도록 하려는 거죠. 하지만 그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되기를 바랍니다,(김별아 작가의 미실이란 소설)
제가 정식 희곡작가는 아니지만, 희곡은 분명히 여느 장르와 다른 구별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인물’이 살아있다는 거죠 저의 글쓰기의 중심이 바로 그 ‘인물’이고 거기에 한 개인보다는 인간군상이 살아있는 작품을 선호합니다. 말장난 같지만 연극은 인물 속의 이야기지, 이야기 속의 인물이 아니거든요 그 인물의 생명력을 찾아가는 작업이 연극작업이고 희곡쓰기의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을 쓰게 된 것도 미실이라는 ‘인물’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었고, 그 인물과 주변의 다양한 인물들의 삶에 재미를 느꼈기 때문이었고 그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삶을 표현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미실’ 은 고대 신라시대의 여인이었지만 굉장히 현대적인 감각과 사고를 가진 인물입니다. 그 인물과 주변의 인물들이 만들어낸 이야기가 또 다른 신라시대의 한 단면을 엿보는 재미를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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