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곽노흥 '워낭을 찾는 사람들'

clint 2019. 12. 16. 20:47

 

 

 

소를 키우는 아버지와 구제역으로 소를 살 처분해야만 하는 공무원 아들과의 갈등을 심도 있게 그려낸 작품이다. 생명의 존엄성과 생명을 아무렇지 않게 죽여야 하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구제역으로 자식 같은 소를 죽여야 하는 노인과 공무원이 되어 구제역 파동으로 살 처분에 앞장서는 그의 아들의 심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소를 가족으로 여기는 사람들과, 전염병 확산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소를 무차별적으로 살처분하려는 사람들과의 갈등을 통해 죽음 앞에서의 인간과 동물의 차이를 생각해 보게 한다.

 

 

 

 

 

워낭은 소의 목에 달아놓은 방울을 말한다. 예로부터 소는 한 집안의 가산이고 동산 중에 제일 으뜸가는 인간과 가장 친숙한 동물이었다. 그래서 혹여 도둑이 소를 훔쳐갈까 워낭을 달아놓고 한밤에도 소의 동선을 감지하곤 했다. 노인은 우순이란 이름의 소를 자식보다 더 아끼는 전형적인 농부다. 그의 아들 용우는 공무원으로 소 덕분에 대학을 졸업하고, 시청 공무원이 되었다. 아들은 구제역 파동으로 살처분에 앞장서게 되고 마침내 노인의 우순이도 살처분의 위기를 맞는다. 한동네에 살던 기수는 대식이란 수소를 싸움소로 기르는데 우순에게 씨를 주었다. 오늘 내일, 우순은 대식의 새끼를 분만할 예정이다. 인간들이 저지른 바이러스성 구제역은 이들 가족에게 비극을 가져오고 있다. 같은 시청 공무원인 종일은 살처분의 비인간적인 방법론에 매우 부정적이고, 소의 생명가치를 존중하는 젊은 후배였다. 그는 용우와 함께 방역초소 근무 중에 음주운전 차량에 치어 즉사하고 만다. 하마터면 두 사람 다 저승으로 갈뻔했던 끔찍한 순간을 떠올릴 때마다 용우는 소와 인간의 운명의 관계를 동일시하기에 이른다.

 

 

종일의 죽음과 아버지의 소, 우순의 죽음, 아버지는 우순에게 살 처분 지시가 내리자 마당에 드러누워 자신을 먼저 죽이라고 난리를 친다. 기수도 함께 와 시위를 벌이는데 휴대폰을 받는다. 대식이가 묻혔다는 벽력같은 소식을 접하자, 그는 이성을 잃고 낫을 들고 난동을 부린다. 다행이 용우가 찾아와 눈물로 두 사람을 설득해서 천도제가 열리는 절로 보낸 후, 작업을 하게 된다. 며칠 후 노인과 기수는 소를 잃은 충격에 심한 우울증을 앓는다. 잠을 못이루고 사라진 소를 그리워하며 술로 날을 보낸다. 용두리에 구제역이 나타났을 때 두 사람은 소를 몰고 깊은산 속 어둔골로 피신해 세상과 격리시켜 자기들이 소만큼은 살려내자고 맹약했던 사이였다. 그러던 어느 날 두 사람은 동네에서 실종된다. 온 동네를 뒤지며 찾았지만 나타나질 않는다. 실종되기 전날 밤에도 두 사람은 술에 취해 헛소리를 하며 소 울음을 흉내 내고 워낭을 찾는다고 난리를 부렸다. 며느리는 헛간을 확인하던 중 제초제 한 병이 없어진 것을 발견한다. 가족들은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힌다. 이미 어머니는 노인의 죽음을 예견하고 체념하고 있다. 불안한 가족에게 이장이 다가온다. 어둔골에서 두 사람의 시신을 발견했다고 전한다. 결국 두 사람은 워낭을 찾으러 저 세상으로 소와 여행을 떠난 것이다.

 

 

 

 

 

곽노흥 교수는 인간과 동물의 본질은 대자연의 진리에 비춰볼 때 서로 같다. 이 작품을 통해 인간과 동물이 공존공생(共存共生) 해야 한다는 의지와 믿음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밝혔다.

 

곽노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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