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임정혁 '대감놀이'

clint 2019. 12. 13. 21:23

 

 

 

강신무권의 굿에서 연행되는 대감거리에서 노래와 춤으로 노는 과정을 대감놀이라고 한다. 대감은 공통적으로 재물과 전량을 늘려 주는 신격으로 대감을 잘 놀리면 재복이 늘어난다고 하는 관념이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대감을 화려하게 풍성하게 놀려야만 재수가 있고 재물이 늘어난다고 하여 특히 중시한다대감이라고 하는 용어는 역사적으로 기원이 오랜 말이어서 신라부터 고려를 거쳐서 조선시대까지 두루 사용되었다. 그러나 굿에서 놀리는 대감은 조선시대의 정2품 이상을 일컫던 관념에서 유래되어서 상감, 대감, 영감 등의 용어와 견주어지는 것이다. 대감은 여러 가지 종류가 있으며 집안에서 벼슬을 한 인물 가운데 조상신으로 섬기는 대감, 벼슬살이를 한데서 말미암은 대감, 집안을 수호하는 대감의 성격을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벼슬에 관련된 내력을 지닌 대감이 있고, 명과 복을 관장하는 대감도 있으며, 특정하게 변형되어 직능을 맡은 신도 있음이 드러난다. 대감이라고 하는 돌림자를 통해서 다양한 신격을 적용하며, 이에 여러 가지 신을 구현하는 것이 대감신으로 구체화된 것을 볼 수 있다. 대감신은 기본적으로 벼슬을 통한 조상신의 성격과 함께 갖가지 직능이 첨가되고 확장되면서 신격이 대체로 중요하게 늘어난 것을 볼 수 있다. 대감놀이는 대감거리라는 굿의 한 절차에서 대감신을 모시고 익살스러운 해학적인 놀이를 펼치는 놀이적 측면이 강화되면서 연극적인 굿놀이와 다른 놀이성을 갖춘 굿거리로 인식된다대감놀이는 서울경기 지역과 황해도 지역에서 확인되는데, 그 실질적인 연행 방식과 신격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서울과 경기 지역의 강신무굿에서 대감거리를 할 때 여러 대감신을 모시게 되는데, 이때 여러 대감을 모시고 복을 떠 주면서 타령을 부르는 것이 공통적이다. 이때 등장하는 대감신으로는 벼슬에 올랐던 집안의 조상이 있는 경우 벼슬군웅대감이 있고, 그 외에도 집안을 지키는 군웅대감과 대주나 기주의 몸주대감, 집안의 터를 지키는 텃대감, 집안 수호신 가운데 도깨비대감, 진노귀굿에만 있는 망자하직대감 등 여러 대감이 있다. 이러한 대감신들은 각 신을 나타내기 위해 별도의 복색을 입는다. 대감신은 순차적으로 연속해서 등장하기 때문에 무당이 이 굿거리를 할 때는 여러 겹의 대감신 신복을 입고, 차례로 하나씩 벗으면서 각각의 신을 표현한다. 대개 남치마를 가장 안에 입고, 그 위에 전복을 여러 신의 종류에 따라서 겹쳐 입고, 맨 위에 군웅대감 의대를 입고서 머리에는 전립을 쓴다. 전립 역시 여러 신의 종류에 따라서 종류가 달라지고, 신이 바뀔 때마다 전립도 바꿔서 쓴다무당이 각 굿거리장단에 몸을 실어서 춤을 춘 다음에 대감신을 본격적으로 모시고, 대감이 들어오면 무당은 부채를 들고 여러 사람을 위해 복을 떠서 주는 행위를 하면서 소망이야”, “어쑤등의 말을 반복한다. 이후 본격적으로 잘 대접을 해 준 자손들을 위해 도와주고 명과 복을 주겠다고 하면서 <대감타령>을 부르게 된다. 이 장면에서 무당이 <대감타령>을 부르면서 흥겨운 굿판으로 놀이의 현장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서울경기 지역에서는 매우 흥미롭고 즐거운 굿거리로 인식되어서 대감놀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하겠다. “어떤 대감이 내 대감이야로 시작하는 <대감타령>은 신격에 따라 여럿이 있어서, <군웅대감타령>, <몸주대감타령>, <텃대감타령> 등 각 대감별로 몫을 구분한다. <대감타령>은 서울경기 지역 강신무들의 음악적 기량을 엿보는 중요한 수단이었다. 과거에서 이 노래를 잘 부르면서 굿의 분위기를 잘 살리는 사람을 일명 대감방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중요무형문화재 제104호 서울새남굿의 보유자였던 고김유감의 경우에도 젊은 시절에 대감방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황해도굿의 경우에도 대감신들을 모시고 노는 별도의 세 개 굿거리가 있다. 일명 소대감으로 불리는 소찬으로 받는 대감신을 모시는 소대감거리와 육찬신인 여러 대감을 모시는 대감거리, 걸립도청에 모시고 있는 여러 대감신을 모시는 걸립대감거리가 있다.

 소대감거리는 육고기를 받지 않는 소대감신을 모시는 굿거리다. 그러므로 신성한 신으로서 황해도굿의 초반부에 섬긴다. 소대감거리는 머리에 패랭이를 쓰고 흰 무명이나 고운 베로 만든 소대감복을 입고, 손에 소대감 베를 들고, 소서낭기를 손에 쥐고 시작한다. “솔솔 불어 드리는 소대감님으로 등장해서 소대감 베에 여러 명과 복을 담아서 단골집의 가족들에게 안겨 준다. 이때 명 타러 가잔다.”, “복 타러 가잔다.”의 사설이 들어가는 <명복타령>을 즐겁게 부르면서 명과 복을 한껏 담아서 주는 과정이 매우 흥겹게 진행된다.

 소대감과 달리 육대감신을 모시는 대감거리는 굿의 중반부가 지나서 육찬신을 받는 굿거리의 하나로 연행된다. 육대감신은 하나가 아니고 여럿인데, 그 실상이 대감거리의 만세받이 청배 사설을 통해서 확인된다. “노십시다 노십시다 대감님들 노십시다/ 진사대감 판사대감 벼슬대감 흥패대감/ 박패대감 재물대감 보물대감 병조판서/ 이조판서대감 부귀천자대감 인복대감 천복대감/ 몸주대감 직성대감 천신대감 철룡대감/ 삼대물 식신대감 대감마누라들이라고 하였으므로 이들이 다양한 성격의 대감임을 알 수 있다.

 복색으로는 서울경기 지역의 무당들과 같이 여러 겹의 신복을 기본적으로 겹쳐서 입는 것은 동일하다. 먼저 마찬가지로 남치마를 가장 안쪽에 입고, 남쾌자를 위에 겹쳐 입은 후에 대주네가 벼슬대감을 섬겼으면 홍철릭을 입고 꽃갓(빛갓)을 쓰고, 벼슬대감을 섬기기 않았으면 쾌자에 전립을 쓴다. 감기만 하고 진행한다.

 

   

 

 

 

황해도의 대감놀이는 만세받이, 긴노래, 흘림공수, 벼슬대감재담,술일배, 명복타령만세받이장단, 텃대감놀이, 쑹거타령, 긴노래, 날만세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대감놀이는 재담과 타령 등의 말과 노래가 결합되어서 전개되는 특징을 지닌다. 놀이의 핵심인 재담은 신의 행색을 묘파하고 자신의 성격을 구현하면서 놀이를 하는 것이다. “외줄 끝에 놀던 대감 쌍줄 끝에 놀던 대감 만백성 조공 받던 벼슬대감이라네. 말은 해야 맛이요 음식은 짓씹어 먹어야 맛이고 처녀궁둥이는 뚜둘려 봐야 맛인데.” 등의 각 대감별로 해학적인 재담을 이어 간다. 대개 이들 재담의 내용은 대감의 내력을 소개하고, 굿상에 차린 음식과 안주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트집을 잡으면서 대감신의 위력을 과시하는 것이 요점이다.

  특히 황해도 대감놀이의 특징적인 타령 중의 하나는 소대감과는 다른 방식으로 명복을 축원하는 <쑹거타령>이다. 무가의 후렴구에 어리수 쑹거야라는 사설을 반복함으로써 그 명칭이 붙은 것이다. <쑹거타령>은 본래 뱃굿에서 뱃사람들에게 풍어와 안전을 기원하면서 부르는 무가에서 기원한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풍어와 안전 기원의 주술적 목적을 빌려오는 수단으로 노래가 이용된 것이다.

  이들 소대감, 육대감거리와 또 다른 대감거리의 하나로 황해도만의 특징적인 대감거리로는 걸립대감거리가 있다. 걸립대감거리는 황해도 무당의 진적굿에서만 연행되는 굿거리로, 일명 걸립도청에 모신 여러 대감들을 한껏 놀리는 굿거리이다. 걸립대감놀이는 걸립도청에 모신 여러 대감의 신복과 무구들을 모두 꺼내서 무당을 비롯한 여러 단골들이 나눠서 입고 손에 들고 시작한다. 대감복을 입은 일행이 굿을 하고 있는 장소를 떠나서 마을의 여러 곳으로 무리를 나누어셔 흩어져서 다양한 물건들을 걸립해서 오는 놀이판으로 진행된다. 이웃집에 들르기도 하고 쌀가게나 물건을 파는 가게 등을 들러서 먹을거리를 비롯해서 온갖 종류의 물건들을 구해온다. 걸립대감거리의 후반부는 걸립해 온 것들을 서로 나누어서 먹거나 물건들을 나누면서 흥겨운 자리를 벌인다. 이는 황해도 지역 무당집 굿에서만 볼 수 있는 것으로 흥겨운 놀이이며 잔치판이다.

   그 외에도 대감거리가 서울경기황해도 지역 외에도 관서관북 지역의 무속에도 있으나 놀이가 발달했다고 보기는 어려워서 연행적 측면에서 차별성이 있다. 대감놀이는 늘어난 재물의 근원이 대감신에게 있다는 관념과 연계된 강신무권 무속의 특성을 반영한 현상의 하나이다. 조상신으로 특별한 기원을 받는 대감신을 위한 굿거리로서 의의가 있으며, 또한 우리나라 굿놀이의 형성과 관련되어 매 중요한 증거가 되는 연행 현상이라는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

  본디 대감거리는 조상신의 한 측면으로 볼 수 있는 굿거리적 특징을 갖고 있으며, 이러한 굿거리적 특징의 흔적을 보여 주는 사례로 황해도의 제장대감거리를 들 수 있다. 제장대감거리는 무당의 집안에서 돌아가신 조상 중 특정 인물이 신으로 좌정한 경우에 붙이는 이름이다. 예를 들어 남성에 해당하는 돌아가신 친정아버지나 시아버지, 남편 등의 경우에 무당이 신으로 모시는 것이다. 이들 제장대감으로 모시는 조상들은 특별한 직능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존재가 아닌 경우가 많으며, 그저 무당과의 특별한 인연으로 조상이면서도 신으로 모셔지기를 바라는 존재들이다. 그리고 무당이 모시는 것에 보답하기 위해 주술적인 보답을 한다.

 또한 굿에서는 조상 이외에도 인격신이 아닌 존재들에 대해서 대감신으로 섬기는 사례도 있다. , 벌판을 지키는 수호신, 여자나무, 남자나무, 소나무신, 버드나무신 등을 벌대감, 목신대감이라는 명칭으로 모시는 황해도굿의 벌대감굿 굿놀이가 그 사례이다. 이들 벌대감에 속한 여러 대감신들에 대한 의례 역시 각 신들의 등장 순서에 따라서 재담을 주고받는 극적인 형식으로 진행된다. 벌대감굿은 굿놀이로서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 목신대감 등이 황해도뿐만 아니라 서울경기 지역에서도 확인되는 것을 통해 대감신이 공통적으로 인격적인 존재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대감놀이의 특징 중의 하나는 놀이적 형식이 발달된 굿거리라는 점이다. 지역에 따라서 대감놀이에 대한 형태가 조금씩 다르지만 특히 서울경기 지역에서는 이 놀이를 잘하는 인물을 흔히 대감방이라고 하여 가장 널리 섬겼던 것은 매우 중요한 특징이다. 특히 <대감타령>과 같은 음악적 형식의 발달은 우리나라의 굿에서 놀이와 타령이 굿놀이의 발달과 밀접한 양식적 관련성이 있음을 증명할 수 있는 중요한 증거가 된다서울경기 지역은 물론 황해도의 대감굿에서도 확인되는 텃대감놀이와 도깨비대감놀이는 이러한 증거 자료로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텃대감을 놀 때는 텃대감 시루를 이고 막걸리를 뿌리면서 집안의 여러 터를 돌아다니는 과정을 매우 흥미롭게 진행한다. 이때 텃대감의 형상을 표현하거나 텃대감의 성격을 표현하기 위해서 무당이 해학적인 재담을 던지거나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는 과정이 이어진다. 도깨비대감을 놀 때는 무당이 도깨비인 양 얼굴을 재로 검게 칠하고 도깨비신이 있는 장소를 돌아보고 와서 여러 재담을 주고받는다. 도깨비대감 역시 익살스럽고 변덕스러운 신이기 때문에 재담의 내용은 매우 해학적이다.

 그리하여 과거 특별히 놀잇거리가 많지 않던 시절에 특히 대감거리는 중요한 볼거리 중 하나였다. 대감놀이는 창부거리와 함께 서울경기 지역의 굿을 대표하는 굿거리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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