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윤조병 '황진이, 가능의 캐릭터'

clint 2019. 12. 11. 10:31

 

 

 

황진이의 생애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담는다. 황진이는 시대에 도전한 예기(藝妓색기(色妓개혁적(改革的) 저항기(抵抗妓)이다. 황진이의 성격은 활달하고 논리적이고, 행동은 절대적 가치와 상대 배려의 세계를 지향한다. 그래서 치열한 감성과 행동으로 폐쇄적 제도와 종교와 관습, 양반 군림의 관료사회를 넘어선다. 동시에 창조적 능력과 재현기질을 천부적으로 타고난 열려진 여성이다. 그 실천이 강력한 끼로 나타나 반도덕적 행위로 보이기도 한다.

 

 

 

 

작가의 글

황진이 캐릭터와 틀을 찾는 시작, 황진이에 대한 관심은 초등학교와 중학교 국어시간이었다. 시조 벽계수에 대한 해석이었다. 그때의 정설은 한 남성, 즉 수령에 대한 연시(戀詩)였다. 수물리(數物理)가 좋아 엔지니어가 꿈이던 소년이 무엇을 알까만, 그 해석이 싫었다. 벽계수는 양반 수령이 아니고, 첩첩 산속 천연의 절벽에서 떨어지는 폭포수가 깊디깊은 계곡을 도도하게 흐르는 물이고 그 모습이다. 그래서 미련하게 고집을 부리다가 한번은 출석부로 머리를 기분 나쁘게 얻어맞고, 한번은 손으로 뺨을 얼얼하게 얻어맞았다그 후 황진이를 소재로 문학 · 영상 · 공연예술작품이 수없이 많이 나왔는데, 그때마다 벽계수는 수령으로 등장하고, 그 시조는 연시로 휘날렸으며, 전설인지 설화인지 하는 요소들이 덕지덕지 매달렸다. 나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으므로 머리나 뺨을 맞지 않았다. 그러니까 무관심일까 망각일까 속 불만일까 그렇게 수십 년이 지나갔다. 수년 전, 거창하게 말해서 20세기 말경에 어떤 인연으로 오페라 황진이를 참견하는 입장이다가, 리브레트 각색에 참여하게 되었다. 만나보니 오페라단 대표가 미와 멋을 두루 갖춘, 황진이 역을 꼭 해야 할 아름다운 분이어서, 고생을 더 억수로 했는데, 앞에 말한 것들이 그대로 존재하는데도 불구하고, 이미 허물어뜨릴 수 없이 만들어진 상태라 바꾸지도 빼지도 못했다. 그때, 언젠가 희곡을 써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한두 해 후, 황진이는 시대에 도전한 예기. 색기. 개혁 저항기(批抗技)이고, 그녀의 시문은 연시(戀詩)가 아니고 삶의 평등에 대한 강한 메시지를 지니고 있다는 전제로, 희곡을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그동안 써온 틀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구 때문에 초고를 수없이 뒤집었다. <황토물림굿거리덧뵈기활용, 씻김마당의 틀, 길군악 · 굿거리 · 반서림 · 부정청배 · 관능 등 토속적 요소, 흔하지만 시공과 생사 넘나들기, 꼬작치기 · 날개치기 · 건드렁 · 꺼끔 등, 절반음악 연주 · 절반민요의 허한 정서로 썼다. 5년여를 틀과 티격태격 싸우면서, 한 인물을 제대로 만들고 싶어, 그 정체를 찾으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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