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윤미현 '철수의 난'

clint 2019. 12. 8. 21:08

 

 

 

무대는 허름한 네 개의 나누어진 공간에 하수 쪽에서부터 구멍가게, 세탁소, 채소가게, 그릇가게가 이어져 있고, 그 가게들의 위쪽은 대로이지만 비포장도로다. 주변에 억새풀이 풍경을 이루고 있다. 네 가게 앞 통로에는 가로로 움푹 파인 커다란 웅덩이가 있어 바닥에는 물이 흐르는 것으로 설정이 되고, 극중 작업부들이나, 토끼가 그 속에서 기어 나온다. 무대하수 쪽 객석 가까이에는 연주석을 마련하고, 전자건반악기, 타악기 현악기 등을 연주한다.

 

 

 

 

 

내용은 전쟁이 곧 발발할 것이라는 국민 대다수의 생각 때문에 생업이나 직업을 중단하고 국외로 떠나거나 포기한 상태라서 가게에는 손님이 끊어진지 오래고, 세탁소는 세탁물을 맡기고는 아예 찾아가지도 않고, 채소가게는 장사는커녕 채소농사를 짓지를 않아, 산에서 도라지를 캐어다가 껍질을 벗겨 가족들이 먹을 뿐이다. 가전제품을 취급하고 라디오나 축음기를 수리하던 가게는 세탁기, 냉장고 김치냉장고 같은 제품이 고물상처럼 잔뜩 쌓여 있고, 탁자에는 고장이 난 라디오를 올려놓고 수선 중인 것으로 설정된다. 그릇가게 역시 벽에는 수많은 철 그릇이나 플라스틱 그릇을 매달아 놓았지만, 손님 발이 끊어진지 오래라, 여주인 아낙은 플라스틱 함지박에 식기를 담거나, 수저를 담아 웅덩이에 내어다 버리는 게 일이다. 연극은 도입에 웅덩이에서 커다란 토끼가 등장을 하고, 출연자들의 생활모습이 펼쳐진다. 도라지 껍질을 계속 벗기는 노부부, 함께 작업을 하는 동네 장정들이 물웅덩이에서 기어오르고, 그들은 할 일이 없으니, 술을 마시는 것이 일인 듯싶고, 막걸리나 소주가 떨어진지 이미 오래니, 에틸알코올에 곡식분말을 섞은 뿌연 용액을 술대용으로 마시는 모습이 연출된다. 주인공인 철수는 체구가 작달막한 소년체구의 인물이라, 소형 냉장고 속에서 등퇴장을 하고, 전쟁발발예고로 모두 피란을 가고, 남자의 모습을 볼 수가 없는 동네인데도 불구하고 야채가게 집 딸은 성형수술을 해서 얼굴을 붕대로 감고 등장을 한다. 철수는 경찰공무원시험공부를 십년간 계속하는 것으로 설정이 되고, 정신이상증세인지 이웃이나 가족까지 의혹과 불신의 눈으로 보고, 아버지가 이웃 장정과 무선전화 통화나, 라디오 수리하는 것을 적과 내통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극의 후반에 경찰에 신고까지 한다.

 

 

 

 

 

작가는 전쟁발발의 예감을 극으로 묘사를 하고, 그로인한 국민들의 생업포기와 무기력이 생산중단과 경제파탄으로 이어져, 극심한 생활 곤궁으로 나타난다. 극중 등장인물들이 식량이 떨어진 상태에서 풀뿌리나 캐어다 먹고, 들짐승이나 산짐승을 잡아먹는 모습을 절묘하게 그려냈다. 도입에서 토끼가 등장하는 것처럼 대단원에서 물웅덩이에서 핵 폭발음과 함께 불길이 치솟아 오르면, 암흑 속에서 번쩍이는 토끼형상의 전기섬광이 이동하면서 극은 마무리가 된다.

<철수의 난>은 일종의 희극처럼 시종일관 펼쳐지지만, 관객의 가슴속에 전쟁발발 예측과 그와 연관된 생업중단이 생활파탄으로 이어지고, 인간의 무기력과 사고력 상실을 극 속에 적나라하게 그려내어 관객의 공감대를 형성시킨다.

 

 

 

윤미현은 동덕여자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석사과정을 이수했다.

2004년 [통조림] 세계의 문학 중편소설등단, 2012년 [우리 면회 좀 할까요?] 한국희곡작가협회 신춘문예 당선, 2012년 [텃밭킬러]한국공연예술센터 <봄작가, 겨울무대> 작품 선정, 2012년 [평상] 서울연극협회 <2012 희곡아 솟아라> 공모당선, 2014년 <젊은 후시딘> <팬티 입은 소년>을 발표 공연하고, 2016년 서울연극제 <장판>으로 희곡상 수상, 2016년 <철수의 난>으로 대통령상을 수상한 여류작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