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홍지현 '어떤 접경지대에서는'

clint 2019. 12. 2. 12:24

 

 

 

강원도 북방한계선 접경지역에서 농사를 짓던 사람들은 지주나 소작농을 막론하고 통일이 곧 다가오리라는 정부 발표에 제각기 나름대로 기대를 하고 있다. 군사분계선 인접지역이라 하드라도 통일이 되면 땅 값이 폭등하리라는 예상을 하게 되고 바로 그 시기에 마을의 지주나 다름없는 토지임자의 땅에 자동차 타이어를 만드는 공장이 들어서게 된다는 소문이 나돈다. 타이어공장 유치와 함께 땅값이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소작농을 하던 사람들은 그나마 발붙이고 농사를 지을 터전을 잃게 되니 타이어공장 설치를 반대한다. 마을 사람들은 자신들의 득실계산에 따라 두 패로 나뉘어서 찬성과 반대 시위를 하게 된다. 나이가 들어 아기를 밴 주인공은 직접 나서지는 않지만 사태를 관망하게 되고, 공장이 들어서면 당연히 훼손될 환경은 물론 경제적 이득을 쫓아 현재까지 지속되어 온 마을 사람들의 우정이나 의리가 경제적 득실에 따라 갈리게 되고 취업을 위해 도착한 타지 사람들의 대거 유입으로 인해 마을의 고유의 풍습이나 전통은 물론 유대감마저 사라지게 되고, 심지어는 도덕심의 이완과 타락이 눈에 보이듯 다가올 것이라는 예상을 하게 된다. 방송이나 언론사에서도 이 지역 개발에 관해 집중 보도를 하게 되면서 마을 주민들의 대립은 상승곡선을 그리게 된다. 이 와중에 아기가 태어나고 아기 아빠까지 이 일에 몰두하는 것을 본 주인공은 다가올 통일이후에는 모든 접경지역 뿐 아니라 한반도 전체가 더욱 더 분쟁과 갈등지역으로 부상하리라는 생각으로 아기의 장래를 생각하며 울음을 터뜨리는 장면에서 공연은 끝이 난다..

 

이 작품의 가장 큰 갈등은 자산을 가진 기성세대와 노동력만 있는 젊은 세대 간 부동산 개발 여부이다. 평균 나이 75세라는 접경지역 노인들은 자기는 지금이 편하다, 선산이 있다는 이유로 부동산을 반대한다. 50명 주민 중 10, 80프로의 땅을 가진 10명이 주축이다. 보상금과 이주비 받지 않아도 자신들은 여기서 잘 살고 있다는 거다. 젊은 사람들은 생각이 다르다. 그 지주들에게 노동력을 팔아야 살아갈 수 있다. 접경지대가 개발되어야 보상금 받고 공장에 취직할 수 있다. 임신한 아내가 그럼 우리 아파트에서 살 수 있는 거야?” 하듯 정형화된 중산층의 삶으로 진입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나 다름없다. 그걸 노인들은 반대하고 다수결에 부치자 하고 결국 무산시킨다. 그리고 이곳에 공장을 세운다던 대기업도 주가만 띄우곤 공장건설을 백지화 한다.

 

 

 

 

 

2018년 초연에서 경쾌한 연출로 호평 받아 올해 서울연극제 공식선정 작으로 뽑힌 극단 사개탐사의 어떤 접경지역에서는줄거리다. ‘통일이라는 민족 거대담론을 실감나는 현실의 문제로 풀어나가는 게 이 연극의 가장 큰 미덕이다. 통일을 바라보는 기성세대와 젊은 층의 시각차, 빈부격차, 접경지역 난개발과 이권에 발 빠른 대기업 행태 등을 소재로 사회 속 갈등을 끄집어내 과연 우리는 통일을 맞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홍지현 성균관대학교 약학부 출신으로 2007년도 동아일보 신춘문예 희곡부문 등단작가다. 홍지현은 4세가 되면서 글을 깨치고, 6세에는 동화까지 지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는 동화구연대회에 우산의 불평이란 자신의 창작동화를 들고 나갔다가 기성동화를 들고 나온 친구들에게 밀려 상을 받지 못하자 매우 분해했다. 이미 그때부터 책을 한 번 읽으면 몇 개월간 관련 서적만 독파할 정도로 뛰어난 집중력을 보였다. 그래서 홍 씨의 부모는 딸이 문과 쪽 재능이 있는 줄 알았다그런데 초등학교 5학년 때 시키지도 않았는데 중학교 수학교과서까지 사들고 와서 공부를 하더란다. 어머니 전 씨는 그런 딸을 오히려 혼냈다고 한다. 기초학력이 중요한데 자기 실력은 생각하지 않고 너무 앞서 가려는 것 같아서였다고 한다. 그런데 2001년 한국수학올림피아드에서 장려상을 수상했다. 대학에서 수학과 대신 약대로 전공을 바꿨지만 그는 전형적인 이과 학생이었다. 그런데 우연히 연극서클에 들어가 연극에 눈을 뜬 지 1년도 안 돼 자신의 창작희곡으로 당당히 신춘문예에 당선됐다. 남몰래 쓴 3편의 습작을 거쳐 19세의 나이에 200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희곡부문에 당선되었다. 비결은 고도의 집중력이었다. 홍지현은 연극을 처음 본 뒤 1년간 한 달 평균 12편씩 144편의 연극을 봤다. 희곡도 셰익스피어 희곡 전집과 희곡 전집을 포함해 100여 편을 읽었다. <변기>라는 홍지현의 등단 희곡도 독특하지만 후속작도 창아 기발하기 그지없다. 붓글씨도 잘 쓰고 모습도 예쁜 한국극작가협회의 기대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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