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여명출연 3시간 공연 대작/현대극으로 국내 처음 소개/중국 현실 투영된 개혁메시지/중국 연극의 자존심으로 꼽히고 있는 북경인민예술극원의 「천하제일루」이다. 제1회 베세토 연극축제 참가를 위해 서울을 찾은 「천하제일루」는 경극이 아닌 현대극으로는 국내에 소개되는 첫 중국연극일 뿐만 아니라 규모와 내용면에서도 중국 특성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 북경인민예술극원은 지난 52년 설립된 중국의 대표적 극단. 40년간 2백여 편의 작품을 공연하면서 「북경의 보석」이라고 불릴 정도로 중국 전역에서 사랑을 받아 왔다. 「천하제일루」는 공연시간 3시간, 출연진 60여명의 대작으로 중국연극의 진수를 보여 준다.

허지핑 작 시아춘 쿠웨이 공동연출로 제목에서도 나타나듯 북경의 유명한 오리요리점이 그 배경. 노 주인이 두 아들과 함께 경영하는 오리요리점 「푸쥐더」는 아들의 방탕으로 점점 어려움에 빠진다. 두 아들을 믿지 못하는 노주인은 전문경영인 「루멍쓰」에게 요리점 경영을 맡기고 임종을 맞는다. 그는 전체 종업원들과 합심해 식당을 정상궤도에 올려놓는다. 10년이 지난 후 「푸쥐더」는 북경 최고의 식당으로 자리 잡는다. 그러자 두 아들이 달려들어 재산권을 놓고 루멍쓰와 다투게 되고 결국 루멍쓰는 고향인 산동으로 떠난다. 루멍쓰는 고향으로 돌아가며 이렇게 독백한다.
『식당의 진정한 주인은 누구며 객은 또 누구인가. 삼간초가에 때로는 명월, 때로는 바람이 이는구나. 만남이란 언제나 헤어짐을 맞게 마련이지만…』

이 작품은 결국 개혁을 이야기하고 있다. 식당 「푸쥐더」를 국가에 견주어보면 노주인은 경영을 아들이 아닌 전문경영인에게 맡김으로써 개혁을 실천한 것. 능력 있는 사람 손에 정권이 주어지면 나라는 편안하고 그렇지 않으면 불행해진다는 가장 현실적인 중국의 문제를 이 작품은 담고 있다. 지난 88년 초연 이후 2백회가 넘게 공연되면서 매회 만원을 기록하는 대성공을 거뒀고 북경 우수연극 상을 비롯해, 여러 연극제에서 수상했다.
해방 이후 <뇌우>를 통한 리얼리즘 연극의 수용은 우리 연극사에서 공인되는 부분이다. 그러한 중국 리얼리즘 연극의 저력은 베세토연극제 참가작인 <천하제일루> 등을 통해 다시 확인되었다. 약 반세기에 걸친 단절의 기간 동안 중국은 리얼리즘 연극을 탄탄하게 다져 왔음을 말해준다. <천하제일루(天下第一楼)>는 청말 베이징 오리요리 집 푸쥐더[福聚徳]를 배경으로 구습을 타파하고 경영개혁을 이루는 내용으로, 자본주의 시장 경제 도입을 긍정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사실주의 연극의 깊이와 감동을 재확인시켜준 무대”라는 평론처럼, 작품과 베이징 배우들의 완숙한 리얼리즘 연기에 찬탄을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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