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 마녀>는 광대들의 극중극을 통해 재치 있게 사용한 역할놀이를 극 전체를 관통하는 극구조로 사용하는 한편 ‘권력의 치명적 독성’을 주제로서 부각시킨다. 극의 앞부분은 세 마녀의 역할놀이로 시작한다. 세 마녀는 맥베스와 뱅코우가 예언을 듣게 되는 장면과 그들 사이의 권력다툼 이상을 연기한다. 세 마녀는 각각 맥베스와 뱅코우, 로스 장군 역을 나눠 맡기도 하고, 때로 맥베스의 세 분신이 되어 분열된 맥베스 내면의 갈등을 표현하기도 한다. 그의 후반부에서는 세 마녀가 맥베스와 레이디 맥베스, 맥다프의 ‘속으로 들어가’, 인간의 내면에 웅크린 악마성을 표현한다. 그의 후반부는 인물의 성격이나 사건의 전개를 셰익스피어 원작과 크게 달리했는데, 이 후반부에서 강조되는 것은 인간의 한없는 불안과 의심이 기어코 배태하고 마는 자멸의 반복이다. 왕위에 오른 맥베스는 후계자를 못 낳는다는 이유로 죄의식으로 병을 앓는 레이디 맥베스를 멀리하고, 레이디 맥베스는 맥베스의 배신을 징벌하고 뱃속의 아이에게 권력을 쥐어주기 위해 맥다프의 권력욕을 충동질하여 맥베스와 대결케 한다. 결국 레이디 멕베스만이 피의 권력을 홀로 움켜쥔 채 살아남지만, 그녀 속에 숨은 악마성으로 그녀는 이미 안전하지 않다. 뱃속의 아이를 위한 그녀의 권력욕은, 씻겨 지지 않는 피를 묻히며 그 뱃속의 아이에게로 면면히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 극에서 세 마녀는 인간의 욕망이 키운 히드라이고, 인간은 이 악마성에 조종되는 가련한 허수아비로 해석된다. 마녀와 인간의 관계를 뒤얽힌 역할놀이로 풀어낸 극 구성은 혼란스러운 대로 인생이 연극이라는 인식을 떠올리게 한다. 마녀로 외화된 인간의 악마성과, 그 악마성에 들린 채 제가 맡은 역을 악착같이 연기하는 인간들의 안쓰러운 수고. 극의 마지막, 역할놀이를 끝낸 마녀들은 ‘십자가 모양의 검’을 우러르며 환하게 웃는다. ‘구원의 무늬로 치장한 악마놀이’를 다시 기다리며

작가의 글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는 인간 내면의 잠재적인 권력욕을 다룬 작품이다. 장군 맥베스가 던컨 왕을 시해하고 정권을 찬탈하기까지의 악마성을 극화한 것이다. 셰익스피어는 원래 스코틀랜드 역사의 실존 인물이었던 맥베스 왕을 소재로 삼았다. 그러나 역사 속의 맥베스가 선정을 펼쳤던 왕인데 반해, 극에서의 맥베스는 내면에 잠재되어 있던 악마성이 발현되어 왕이 됐고, 왕권을 유지하기 위해 폭력을 계속 사용할 수밖에 없었던 인간이었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중요한 것은 맥베스의 내면에 잠자고 있던 악마 성을 일깨우고 발현시키는 계기가 ‘마녀’라는 존재에 있다는 점이다. 서양 문화에서의 마녀는 기독교의 절대선인 하느님과 대립되는 사탄과 같은 존재다. 개선장군으로 돌아온 맥베스에게 마녀는 코오더의 영주와 왕이 될 것을 예언하는데, 마녀의 말대로 코오더의 영주가 된 맥베스는 결국 아내의 도움을 받아 왕권을 차지하게 된다. 서양에서의 전근대적인 마녀의 존재는 인간의 외계에 존재하면서 인간 세계를 타락과 무질서와 혼란으로 가득 찬 지옥의 세계로 전화시키는 힘을 갖는다. 따라서 마녀는 인간 세계의 지배자로 군림하면서 인간을 인형처럼 조종하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세계의 모습이 셰익스피어의 <맥베스>에 그대로 나타난다. 왕화를 차지한 맥베스의 불안과 공포는 결국 마녀를 다시 찾게 되는데, 마녀는 맥베스를 처음 만났을 때 해주었던 예언의 명료성과는 상반되게 모호한 예언올 해준다. 그러나 정작 맥베스는 마녀의 예언을 주관적이고 이기적으로 해석함으로써 기독교의 나라인 영국의 군대와 전쟁하여 비극적언 최후를 맞게 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마녀상은 내 작품에서 어떻게 새롭게 변형될 수 있을까? 우선 근대 이후의 관점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근대적인 마녀의 존재는 인간 외계의 객관적인 존재가 아니라 인간이 창조한 관념일 뿐이라는 점이다. 이제 마녀는 객관 세계의 실체이자 악마적 괴력을 지닌 소유자가 아니라, 인간의 선악에 관한 관념 중,악의 구체화된 실체인 것이다. 테리 이글턴이 말한 대로 마녀는 인간 ‘무의식의 타자’다. 제프리 버트 러셀의 『마녀의 문화사』는 서양의 중세와 르네상스시기에 성행했던 ‘마녀 사냥’의 기록을 소상히 전해주고 있다. 현대에 들어와 ‘매카시즘’으로도 통하는 ‘마녀 사냥’은 기독교 사회의 악마적 인간을 마녀로 규정하여 처단하려는 가장 천박한 폭력주의의 한 형태다. 따라서 마녀에 대한 관점을 전환시킨다면, 기본적으로 셰익스피어의 <맥베스>의 마녀를 새롭게 해석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마녀에 관해 또 하나 주목할 것은 마녀의 속성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보통 마녀는 사악한 여자의 의미를 강하게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한 『마녀의 문화사』는 서양의 역사 속에서 마녀가 단순히 여자뿐만이 아니라 남자도 포함된 시기가 있었음을 밝히고 있다. 마녀를 단순히 여자에게 한정해온 것은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 사회의 종교적 이데올로기가 만들어 놓은 것이다. <맥베스>에서 맥베스의 악마 성을 부추긴 그의 아내야말로 마녀에 대한 종래의 사고관념을 그대로 현실화한 인물이다. 마녀로서의 아내에 대한 고정 관념을 전환시킨다면, 아내를 맹목적인 악마의 화신이라는 고정된 사고에 변화를 부여한다면, <맥베스>를 새롭게 쓰려는 목적이 어느 정도 달성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쓴 <세 마녀>는 마녀들의 시각으로 맥베스를 새롭게 보려 한다. 마녀들에 대한 관점의 변화를 주목하면서 특히 실재하는 마녀로 등장하는 맥베스 아내의 악마성이 단순한 정권 찬탈과 유지를 위한 남성적 맹목성에 있는 것만이 아니라, 살인과 폭력의 악 순환적 고리를 끊고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해 자식의 탄생을 갈망하는 어머니/ 여성으로서의 모성성도 함께 작용함을 강조하려 하였다. 마녀에 대한 새로운 해석은 마녀에 대한 고정 관념을 탈피함과 동시에 <맥베스>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공하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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