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기쿠치 간 '지붕 위의 광인'

clint 2019. 9. 20. 17:12

 

 

 

 

 

 

<지붕 위의 광인>은 작가 기쿠치 간이 1916년에 제4<신사조>(新思懶)를 창간하고 발표한 희곡이다. 여기에서 기쿠치 간은 자신이 태어난 지역을 배경으로 하고, 그 지역 언어를 생생히 담아 정서적인 깊이를 더하고 있다. 단막극으로 극적 효과를 올릴 수 있는 작품이다.

세토나이카이에 있는 어느 섬마을. 그 지역 부자인 가츠시마씨의 집에는 태어날 때부터 정신장애를 앓고 있는 장남 요시타로가 있다. 요시타로는 매일 자기 집 지붕꼭대기에 올라가서 하루 종일 평온한 바다를 바라본다. 그는 금비라 신령님이 계신 하늘 저편에 신전이 있고 천인과 탱구(天狗)가 춤추는 모습이 보인다고 말하면서 천진난만하게 즐거워한다. 그러나 부모 입장에서는 주변 사람들에게 체면이 서지 않고, 어떻게든 병을 치료하려고 고심하지만 아무 방도가 없다. 어느 날, 섬마을에 무당이 들어왔고 장남이 여우에 흘린 탓이라고 해서 푸닥거리를 하기로 한다. 푸른 소나무 잎을 태워서 연기를 내기 시작하는데, 시내 중학교에 다니는 동생 스에지로가 집에 돌아와서 그것을 보고 분개하며 무당을 내쫓는다. 그리고 그는 형은 지금 이대로 행복하게 사는 것이 바람직하며, 자신이 일생동안 형을 돌보겠다고 가족들 앞에서 다짐한다. 온화한 가족의 정이 흐르는 가운데, 지붕 위의 형과 마당에 있는 동생이 함께 세토나이의 바다 위에 비추는 금빛 노을을 바라보고 있다.

 

 

 

 

근대화를 상정하는 메이지(明治)시대의 사회상, 그 중에서도 서민의 모습이 드리워져 있는 작품이다. 조그만 섬마을을 배경으로 정신장애를 앓고 있는 24세의 청년 요시타로를 통해 인간의 숨겨진 욕망과 그 그림자를 드리우면서, 아무리 세상이 변한다 해도 의지할 곳은 가족이라는 것을 진지하게 보여준다. 요시타로는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는 욕망을 가지고 있고 인간이 아닌 탱구와 대화하는 듯이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환청의 증상, 그리고 금비라의 궁전에서 신들이 춤추는 모습을 보며 즐거워하는 환시의 증상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요시타로는 가츠시마의 탱구 미치광이로 유명 인이 되어 있다. 일반인들은 그러한 요시타로를 정신장애인이라고 진단하지만 사실 이는 근대화의 자본을 쫓아 살아가는 인간들이 앓는 증상(욕망, 환청, 환시, 유명인)과도 다를 바가 없다. 요시타로는 평소 방에 갇혀 산다. 부모가 그를 가엾이 여겨 문을 열어주면 그는 바로 지붕 위로 올라간다. 오색구름을 보며 흥분하고, 때로는 뛰어내려 다치기도 한다. 그의 부모는 무당에게 푸닥거리를 의뢰하교 무당은 요시타로를 나뭇가지에 메달아 푸른 소나무 잎을 태운 연기를 쏘이려고 한다. 이때 집에 돌아와, 이를 본 동생 스에지로는 이러한 구시대적 발상을 규탄한다. 요시타로의 부모는 이 병을 고치기 위해 주술적 방법을 선택하지만, 동생은 합리적인 입장에서 반대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과학적 방법인 의학도 소용이 없다는 것에는 절망적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기쿠치 간은 이 작품을 통해 주술적 의학적인 치료보다 인도적인 치유를 소중히 여기는 인간미 넘치는 동생의 심성을 목가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병의 치료나 증상의 경감보다도 환자의 입장을 배려하는 마음을 우선시하고, 현명한 동생을 통해 진정한 형제애를 보여주고 있다.

정신장애인이 건강한 사람들보다 오히려 행복하지 않을까하는 인생에 대한 회의와 비판적 관점을 묘사하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열쇠는 가족의 정이라는 것을 답으로 제시한다. 핵가족과 자유방임주의가 팽배한 현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