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풀 몬티의 한국판 번안 공연 대본이다. '강철군단'은 한마디로 정말 재밌는 연극이다.
관객들로 하여금 시종일관 웃음 웃게 할 뿐만 아니라 그 탄탄한 구성 속에 낮게 흐르는 실직자들의 아픔과 그로인해 망가져가는 가정에 대한 가슴 답답한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바로 그 영화처럼 '강철군단' 역시 그렇게도 무거운 주제를 유쾌한 코미디로 풀어간다. 그리고 무엇보다 놀라웠던 건 영화와 똑같이 벗는 그들의 대담함과 열성이었다. 하지만 연출자의 말대로 이 연극은 '옷 벗는 연극이 아 니라 옷 벗는 과정에 대한 연극'임을 나는 한시도 잊을 수가 없었다. 영화 '풀 몬티'의 번안극. 해설자가 있는 반 뮤지컬.
해설자는 막이 바뀔 때마다 나와서 각기 다른 창작곡을 부르는 것으로 해설을 대신한다. 그 자연스런 노래도 좋았지만 그 역을 한 배우는 정말 누가 뭐래도 적역이었다고 생각된다. 그 할아버지가 마이크를 들고 나올 때마다 관객들은 모두 웃으며 박수를 쳤다. 하지만 그 터져나오는 웃음 뒤에 남겨진 씁쓸함은 이 연극이 마냥 벗거나 마냥 웃고 끝나는 연극이 아니라는 점을 되풀이해서 인식시켜 주었다.

그렇다. 줄거리는 영화와 똑같다. 하지만 영화를 볼 때와는 달리 공감과 감동이 느껴졌다. 그것은 바로 영어로 얘기하는 먼 나라 사람들의 얘기가 아닌, 이 힘겨운 IMF시대 에 실직자가 된 그들이 내가 알아듣고 이해할 수 있는 말로 얘기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짜장면 배달부 청년의 아버지가 들려준 아픈 우리 역사에 대한 이야기 한 토막은 정말 이 연극이 '우리 것'으로 너무나 훌륭히 재창조되었다는 것에 놀라운 감탄을 금치 못하게 했다. 그리고 영화가 아닌 연극만의 특징인 배우와 관객간의 호흡이라는 점. 중반까지도 무대 위의 그들의 현실을 바라보며 그저 맘 아파하던 관객은 극의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 모두 배우가 된다. 바로 그 5명의 남자들이 공연을 하기로 한 클럽의 관객이 되는 것이다. 쇼가 시작되자 관객들은 환호를 하고 휘파람을 불고 박수를 쳐댄다. 정말 남자스트립쇼를 보러 온 느낌이다. 그리고 이윽고 그들이 실오라기 하나 없이 완전히 벗었을 때, 불이 꺼지면서 우뢰와 같은 박수와 비명과 함께 연극은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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