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는 카프카 원작의 ‘어느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란 작품에 ‘순이’를 결합시켜 재창작한 작품이다. 그 외형적으로 이 ‘순이’가 바로 해설 겸, 상대역 겸 자신 본연의 역할을 하고 있다.
“순이라는 인물은 우리 시대 인종 간 입양인의 소외와 정체성 분열을 대변하는 인물이다. 우리가 티브이에서 만나는 성공한 입양인들의 환한 얼굴에 감동을 느끼는 동안 그보다 백 배 천 배의 수많은 입양인들이 본인들의 혈통적 뿌리와 양육된 의식 사이에서 오도 가도 못 하고 몸부림치고 있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낡은 식민주의 진화론에 대한 빗나간 맹신과 인종차별주의 사대주의와 성장 신화에 매달려 있는 정신적 후진국의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작가의 말에서)
작가도 밝혔듯이 물론 ‘순이’는 단순한 인물이 아니다 관객들은 보통의 안내자인줄만 알고 ‘순이’를 따라가다 덜컥 진짜 ‘순이’를 만난다.

빨간 피터, 키스를 갈망하다’의 원작은 1917년 발표된 프란츠 카프카(1883~1924)의 단편 소설 ‘어느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 소위 인간으로 변한 원숭이 빨간 피터가 어떤 학자 모임의 요구에 따라 원숭이 시절의 삶과 인간으로의 변화과정에 관하여 강연을 한다. 그는 이 과제를 아주 능란한 언변으로 풀어나간다. 빨간 피터는 자기기만에 사로잡혀 있다. 그는 과거를 반추하면서 동물 상태에서의 자유를 과대평가한다. 다윈의 진화론뿐 아니라 문명 전체를 이 작품은 조롱한다. 이 작품에서는 두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아프리카에서 붙잡혀온 원숭이 피터와 어린 시절 독일에 입양 된 순이. 원숭이 피터는 버라이어티 쇼 무대에서 사람 흉내를 내면서 인간세계에 적응하며 살던 중 소중하고 결정적인 존재가 나타난다. 서울 고아원에서 독일 양부모에 의해 입양되어 살다가, 자신이 부모와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혼란스러워하는 순이다. 원숭이와 인간의 뒤섞인 냄새에 괴로워하던 피터는 순이도 자신과 똑같은 처지에 있음을 알고, 그녀와 교감하며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고백한다. 연극 자체만으로도 독일어 텍스트를 독문학자가 직접 번역하고, 희곡작가가 각색함으로써 명실상부한 외국문학의 이해와 문학의 연극화에 이바지 한다는 게 그 하나며, 실존적 인간존재의 의미를 다룬 원본에 입양 이야기를 새롭게 추가하여 고전의 현대화를 시도했다는 점이 그 둘이다. 그간 원작에 대한 많은 번역이 이루어졌으나, 카프카 작품이 지닌 난해한 내용을 살린 번역이 없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번역을 바탕으로 요즘 감각에 맞게 세태를 되짚어 볼 수 있는 무대로 만들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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