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앙드레 드 라 비뉴 '악마가 지옥으로 영혼을 가져간 방앗간 주인의 소극'

clint 2019. 7. 9. 12:00

 

 

 

 

 

 

이 소극은 시인 앙드레 드 라 비뉴(Andre de La Vigne)가 쓴 연극 성 마르탱의 성사극(Mystere de saint Martin)에 나오는 오락용 에피소드이다. 성사극은 1496년 상연되었으며 프랑스 국립 도서관이 상연 원본을 소장하고 있다.

이 작품은 상연되기로 한 날, 날씨가 나빠서 상연을 연기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오후에 날씨가 좋아지자 관객들이 실망할까봐 성서 극에서 소극 부분만 따로 떼어내 상연을 했었는데 그것이 소극 장르가 점진적으로 종교극으로부터 독립되기 시작한 좋은 본보기가 된다.

 

 

 

 

 

소극(farce)’이라는 말은 예상치 못한 행동 전개와 단순한 무대 유희로 관객을 웃기는 가벼운 소 희극들을 말한다. 15세기 16세기 희극의 거의 반을 차지할 정도로 그 레퍼토리가 풍부하고 오랫동안 유행한 아주 생명력이 강한 극 장르이나 중세의 웅장하고 이례적인 성사극 상연에 가려지기도 하고 때로는 단순한 희극적 기분풀이로 치부되어 희극, 비극 같은 용어와는 달리 고전의 승인을 얻지 못한 채 뒤늦게 연극 용어로 편입되었던 연극 형태이다. 사실상 웅장한 성사극의 상연은 중세 연극 중에 가장 의미 깊은 것으로 간주되기는 하였지만 그 상연은 의외로 드물었으며 초라하기는 하지만 거리, 장터, 조그만 카페 같은 공간에서 숫자적인 면에서 더 많이 상연되고 대중들로부터 더 많은 사랑을 받았던 것은 소극이다. ()과 막의 구별도 없이 500구절을 초과하지 않는 짧은 작품들로서 대부분 34명 정도의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초라한 일상생활이나 설화 문학의 이야기들에서 주제를 끌어내는 경우가 많았다. 가정생활에서는 교활한 부인, 골탕 먹는 남편, 멍청한 하인들이 나오며, 사회적 유형으로는 정부 노릇을 하는 신부들, 호언장담하는 군인들, 잘난 척 하는 미련곰탱이 학자, 엉터리 의사, 탐욕스러운 변호사, 땜장이, 구두 수선쟁이, 방앗간 주인, 과자 장수 등이 등장한다. 이런 인물들을 중심으로 육체적 만족과 욕망, 오쟁이 진 남자들의 어리석음과 거짓말쟁이 여자를 주제로 가정불화, 직업에 대한 풍자들이 즐겨 다루어졌으며 육체적 불구와 성적불능, 어리석은 순진성 등이 잔혹하리만큼 놀림감이 되었다. 갖지 못한 권위, 먹은 것, 사랑 등을 얻기 위하여, 때로는 타인의 속임수를 피하기 위하여 교활한 속임수가 난무하며 소극의 세계에서는 모두가 서로를 속인다. 인물들은 도덕적, 지성적으로 보잘것없는 인물들이라서 어떤 인물에 대해서도 동정을 느끼거나 혐오감을 느끼게 되지 않는다. 그냥 보고 웃고 조소하게 될 따름이다. 그래서 소극은 그 명칭이 교훈적 소극이라고 붙여졌다 해도 도덕적으로 가르치거나 교화하려고 하지 않으며 결말에도 도덕성이 결여되어 있기 일쑤이다. 이 거칠고 상스러운 이야기들의 밑바탕은 인간의 그칠 줄 모르는 욕심, 허기, 정욕이다. 그러나 의도적으로 비하된 인류를 웃기는 추함으로 그리고 있는 이 정제되지 못한 이야기들에는 프랑스의 속성이라고 할 수 있는 솔직하고 격렬하며 쾌활하고 현실적인 길들일 수 없는 삶의 정신이 넘쳐흐른다. 소극이 대중장르로서 오랫동안 일반 기층민들의 사랑을 받았던 것도 그러한 측면 때문일 것이다. 오락거리가 거의 없고 다양하지도 않았던 시절, 힘들고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 기분풀이를 하러 축제의 장소나 지나가는 길로 모여들었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던 소극은 민중들의 웃음을 그 속에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