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닉 페인 '별무리'

clint 2019. 6. 16. 14:08

 

 

 

영국 극작가 닉 페인의 '별무리'2012년 영국 로열코트 극장에서 초연되었다.

연극은 양봉업자 '롤란드'와 천체물리학자 '마리안'의 로맨스를 다룬다. 두 사람의 로맨스가 이뤄지는 과정을 천체물리학의 평행우주이론에 접목해 사랑에 내재한 수많은 가능성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물리학자인 미국 컬럼비아 대 브라이언 그린(51) 교수의 3부작 다큐멘터리 '우아한 우주' (Elegant Universe)를 우연히 접한 페인은 양자 평행우주이론에 심취했다. 이것은 작품의 중요한 모티브가 되었고 결국 '별무리'2012년 영국 3대 연극상 중 하나인 '이브닝 스탠더드 어워드'에서 '최고 연극상'을 받았다. 당시 29세였던 페인은 최연소 수상자로 기록돼 화제를 모았다.

 

 

 

 

연극이 시작되고 줄거리를 짐작할 수 없는 대화로 시작되다가 갑자기 암전되고 똑같은 상황이 반복된다. 잦은 암전과 비슷한 대화내용에 처음에는 혼란스러웠지만, 극이 점점 진행되고 또 다른 상황으로 넘어가면서 그것이 말하고자 하는 의미를 알게 된다. 전체적인 스토리는 두 남녀가 처음 만나고, 사랑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고, 다시 헤어질 준비를 하고, 회상하는 '연인 사이의 처음과 끝'이다. 줄거리는 단순하지만 각각의 시점에서 일어날 수 있는 하나의 똑같은 상황을 다른 말로, 표현으로, 제스처로, 감정으로 보여주면서 다른 결말로 뻗어갈 수 있는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한다. 두 배우가 보여주는 흔히 연인사이에서 있을 법한 상황과 할 수 있는 말 그리고 행동들은 큰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내 자신에 빗대어 생각하게 만든다. 똑같은 상황에서 똑같은 두 남녀가 별처럼 수많은 가능성들 보여주는 시간동안 ', 저 상황에서 저런 말투로 말하니까 훨씬 기분 좋게 받아들일 수 있구나, 저런 태도로 말하면 상대방이 오해할 수 있겠구나'하며 이때까지 나 자신이 해왔던 여러 말과 행동들을 되새겨볼 수 있게 된다. 보통의 사람들은 '말과 행동' 그리고 '태도'의 중요성을 알기 때문에, 그런 모두에게 기회가 된다면 한번은 꼭 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그 중에서도 특히 싸움이 잦은 연인들이나, 관계에 회의를 느끼는 사람들, 말과 행동과 태도로 상처를 주고, 받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 외에 다른 현실이 존재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평행우주론이다. 이 이론이 처음 나왔을 당시는 말도 안 되는 추측이라며 많은 사람들의 야유를 받았지만 이제는 저명한 과학자들 역시 이러한 세계가 실제로 존재한다고 얘기한다. 평행우주론이란 쉽게 이야기해서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세계가 우주 속 다른 세계에도 존재할 것이라는 이론이다. 과학자들은 양자역학에 의거해, 혹은 팽창이론과 다중 우주에 근거해 평행우주 이론을 설명한다. 의거하는 논리는 모두 다르지만 요점은 하나다. 우리가 현재 보고 있는 이 우주는 매우 작은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무한히 크고 거대한 우주 속에 있다면 그곳 안에서 원자와 분자의 배열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어쩔 수없이 반복된다. 즉 이들 이론은 지금 우리의 모습이 우주 속 다른 세계에서도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작품은 양봉업자 롤란드(Roland)와 천체물리학자 마리안(Marianne)의 대화를 여러 형태로 되풀이하면서, 둘 사이에 로맨스가 이뤄지는 과정을 천체물리학의 평행우주이론과 접목해 보여주고 있다. 사랑에 관한 많은 연극이 있지만 별무리는 하나의 내러티브로만 전개되지 않기에 기존의 연극과 다른 발상을 지녔다고 할 수 있다.

 

 

 

작가가 이 작품을 집필하게 된 계기는 영국 로열코트 극단으로부터 신작 의뢰를 받은 직후인 2010, 심장질환을 앓던 아버지가 수술이 불가능할 정도로 병세가 악화돼 숨을 거두면서다. 아버지의 죽음을 경험한 작가는 어느 날 우주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접하게 된다. () 미국 콜롬비아대학교 물리학과 교수였고 현재 미국 코넬대학교 물리학과 교수인 브라이언 그린(Brian Greene) 교수의 3부작 다큐멘터리 우아한 우주(Elegant Universe)’. 이후 페인은 양자 평행우주이론에 심취하기 시작했다.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그녀는 우리가 단 하나뿐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는 우주는 언제 어디서든 어떠한 형태로든 존재 가능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는 연극 별무리라는 작품을 집필하는 데 중요한 동기로 작용했다. 다큐멘터리를 본 후 그녀가 받은 느낌이 어느 정도였는지는 대본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다큐멘터리에 나온 내레이션이 그대로 인용돼 있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대본 첫 장에는 환원주의적 세계관은 으스스하고 인간미가 없다(브라이언 그린, ‘우아한 우주’, 17)’라고 쓰여 있으며 이외에도 과학과 마술의 혼동은 처방 없는 질환의 일종은 아니다. 오히려 현대의 삶에 잘 부합한다(존 그레이, ‘불멸 위원회’, 109)’, ‘우리의 우주가 그렇게 존재한다는 것이야말로 상당한 위엄을 보여주는 것이다(피터 에트킨스, ‘존재에 대하여’, 19)’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더불어 대본에 등장하는 장면들은 다른 우주를 의미한다고 표기돼 있다.

 

 

 

 

작품에는 두 배우만 등장하나 평행우주이론을 접목한 만큼 실제로 이들은 각각 다른 인물인 셈이다. 수많은 장면 속에서 배우들은 매 순간 다른 존재를 연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같은 시각, 우주 속 다른 공간 안에 존재하는 연인들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관객이 아무런 사전정보 없이 작품을 접할 경우 10분 동안은 머리를 갸우뚱할지도 모른다. 동일한 장면이 두 세 번에 걸쳐 반복되기 때문이다. 마치 영화 어바웃 타임에서 주인공이 가까운 과거로 여러 번 시간 여행을 하듯, 이 작품도 그렇게 해석될 여지가 있다한 주제의 대화가 여러 번 반복되는 만큼 극 중에는 암전도 많다. 때문에 초반에는 극을 관람하는 데 조금 불편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꺼졌다 켜지는 조명이 무수한 우주 속에서 점핑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면 보다 자연스럽게 연극을 관람할 수 있을 것이다.   

작품은 여느 연인의 대화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이야기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평행우주이론을 접목한 작품이라고 해서 어렵게 느낄 수 있으나 남녀의 사랑을 색다른 형태로 풀었다고 받아들이면 보다 여유 있게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별무리는 사랑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같은 상황에 놓였을 때 어떤 연인은 헤어지고 또 다른 연인은 어려움을 극복한다. 서로 오해할 수 있는 상황에 놓였을 때 어떤 연인은 싸우지만 다른 연인은 서로를 배려한다. 이처럼 우리에게는 사랑에 대한 다양한 모습이 있다. 더불어 그러한 사랑을 다른 각도에서 언급하는 작가의 발상 역시 매우 신선하다.

 

닉 페인 (Nick Pay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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