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김광림 '리회장 시해사건'

clint 2019. 4. 20. 13:10

 

 

 

 

[리회장 시해사건]은 리회장의 장례식과 사망 전 1주일간의 일들이 모자이크 식으로 전개된다. 재벌기업인 우리그룹 총수 리회장은 사돈 장회장의 회사를 적대적 M&A를 통해 인수한다. 장회장의 비서였던 진숙경은 리회장의 자택비서가 되는데, 이내 리회장의 입 안의 혀가 된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작스레 리회장이 의문의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장례식장에서 리회장의 업적을 노래하는 장면이나 이승을 떠도는 리회장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행해지는 굿 장면 등이 현대적인 모습으로 양식화 된 전통연희도 보인다.  개인적 욕망체계와 사회적 욕망체계, 죽음과 현실, 꿈과 욕망 사이의 간극과 문제들을 재벌중심적인 한국사회의 현실을 통해 극명하게 드러내 보여준다. <리회장 시해사건>은 매우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대화와 사건을 통해 오늘날 한국사회의 어두운 면모들을 풍자와 해학으로 파헤친다.

 

 

 

 

 

줄거리만 보면 진 비서의 단순 복수극이지만 형식을 들여다보면 세련된 형태로 뽑아낸 미스터리 추리극, 무용극, 마당극이 복합된 다원예술이다. 꿈과 현실을 오가는 에피소드들이 각각 종결된 형태를 갖고 있으면서도 끊어지는 부분 없이 매끄럽게 연결되었다리회장의 장례식으로 시작된 이 연극은 초반부터 우리 사회의 윗물들에 대한 공공연한 비밀들을 거침없이 쏟아낸다. 살인과 복수, 사회적 병폐 등을 모티브로 삼았지만 무겁지도 딱딱하지도 않다. 코러스의 노래와 춤으로 표현된 재벌 총수의 이야기는 저자거리의 것처럼 우습다. 무엇보다도 모든 것을 가질 수 있고 할 수 있으며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을 먹여 살린다는 대재벌에 대한 풍자가 발군이었다. 소박한 소도구들, 변비에 시달리고 비서에 휘둘리는 모습, 정략결혼으로 얻은 지친 며느리와 아비를 돈으로만 보는 자식 등 무엇 하나 부러운 점이 없다. 겉으로 보기엔 21녀의 아버지요, 대한민국 최고의 부자이지만 사방으로 탁 트인 무대 위의 리회장은 웃음거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작가 김광림은 리회장을 통해 우리들에게 개인적, 사회적 욕망을 좀 떠나보라고 메시지를 던졌다. 자신의 장례식장에 모인 주변 인물들을 내려다보며 넋두리를 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그 누구도 리회장의 타의적 죽음에 대해 애도를 하지 않는데 무엇을 위해 온갖 더러운 꼴을 다 내보이며 살았을까? 자극적인지 않게 잔잔한 웃음을 유발하면서도 큰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작품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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