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 변두리 허름한 골목, 어떤 사연 때문인지 영정사진만 찍어주는 ‘추억관’이라는 사진관이 있다. 영정사진만 찍어주는 탓인지, 허름한 골목 구석에 있기 때문인지, 사진관 장사는 썩 잘되지 않는다. 그런 사진사는 사진관 앞에서 한 소년을 만나게 되고,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소년은 사진사에게 영정사진을 찍어줄 것을 요구한다. 터무니없는 소년의 부탁을 거절하는 사진사. 그런 사진사에게 소년은 자신의 고민을 털어 놓는다. 우연히 엄마의 유서를 발견하게 되었다고. 유서엔 어머니 당신을 포함한 모든 가족 구성원들의 자살을 결심하는 글이 적혀있었다. 소년과의 대화 도중 사진사는 소년의 집이 과거 아버지가 보증을 잘못 서, 집을 떠나 돌아가셨고, 집안은 힘든 상황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에 사진사도 옛날, 자신 역시 보증을 잘못 세워놓고 도망가 버린 일이 떠올라 소년의 가족들을 이대로 둘 수 없다고 판단해 가족들의 자살을 막으려 한다. 자살을 막을 방법을 찾던 사진사는 고심 끝에 소년의 가족들에게 공짜로 가족사진을 찍어주겠다며 ‘추억관’으로 데려오라고 이야기하는데…

이 사건들을 표면적으로만 보았을 때는 안타깝지만, 그 내면을 들여 다 보았을 때는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어렵고 삶의 끈을 놓아버리고 싶고, 희망을 찾아볼 수 없는, 그런 삶을 살아가느니 차라리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의 부모들, 그리고 그 부모들의 강요에 의해 자신의 죽음을 맡겨야 하는 자녀들. 자신들의 실패한 인생이나, 죽음을 맞이하고자 하는 여러 이유를 가진 부모들이, 과연 아직 삶을 살아보지도 못하고, 희망을 품고 살면서, 실패란 무엇인지, 죽음이란 것이 무엇인지도 잘 알지 못하는 자녀들에게 죽음을 강요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자녀들은 과연 죽음을 원했을까. 이 질문에서 이 작품은 시작되었다. 지금 우리시대에 많이 일어나고 있는 가족해체 현상. 그리고 그것이 죽음으로 연결되어지는 악순환. 이것을 작품으로 연결 지어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게 만들고, 가족과 죽음, 그리고 살인이라고 할 수 있는 자녀들에 대한 죽음의 강요를, 다시 한 번 상기시켜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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