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 ‘천상천하 유아 직지’는 직지의 최고 권위자 한갑수 교수가 어느 날 프랑스 대사관으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고 파리의 국립도서관으로 가면서 직지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시대는 1352년 고려 공민왕 1년. 청주 흥덕사에 거하는 백운스님이 그의 제자 석찬과 법린, 달담과 수행중이다. 또 다른 주인공 연화는 오래전 어머니의 영혼구제를 위해 백운을 찾아왔지만, 백운을 사랑하게 돼 결국 비구니가 된다.
백운은 중국으로 가 고승들의 어록을 기록한 직지심체요절을 받게 되고, 연화는 후에 묘덕이라는 법명을 받고 ‘직지’를 널리 알리기 위해 전 재산을 시주한다. 백운은 우여곡절 끝에 여주 취임사에 입적하고 그의 제자들은 직지를 정리한다는 것이 결말인데, 여주에서는 철이 없어 목판으로 정리하지만 청주에서는 철이 많아 금속활자로 만들게 된다는 내용이다.

이 연극은 청주 흥덕사에서 제조된 직지에 대한 사실성을 조명해 청주의 정신·문화적 자산으로써 직지의 우수성을 널리 알린다는 취지를 갖고 제작됐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직지에 담긴 의미와 사상은 비교적 무리 없게 전달됐다 하더라도 역사적 고증을 왜곡한 부분이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는 건 지적을 받기에 지나치지 않다. 먼저 1352년 고려 공민왕 1년에서 출발한다는 시기설정이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1352년은 이미 백운스님이 중국에서 청공화상의 불조직지심체요절을 받고 귀국한 시점으로 이 연극을 무리 없이 진행하려면 시기를 10년 정도 충분히 앞당겼어야 맞는다는 것이다. 사실상 백운스님이 중국에서 머문 기간은 1년임에도 3년으로 기간을 늘린 것도 불필요한 설정이다. 백운화상초록불조 직지심체요절을 제작하는 데 처음 금속활자를 이용한 것처럼 이 작품에서 그려지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도출됐다. 연극의 특성상 허구가 가미된다 해도 직지가 갖는 역사적 가치 (현존하는 세계 최고)는 분명히 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직지전문가는 “직지를 연극으로 쉽게 해석하려고 시도한 것은 좋았지만 역사적 기록에 맞지 않는 시기와 상황설정이 눈에 띄었다”며 “사전에 전문가의 자문을 받았으면 좋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문제점을 잠시 접어두면 이 연극은 직지의 문화적 가치를 제대로 살려냈다. 직지라는 주제에서 오는 무거움을 연극적 요소로 풀어내 관객들을 쉽게 이해시켰다는 평가다. 직지에 담긴 뜻이 무엇인지, 탄생하게 된 배경은 어떤 것인지 등을 적절히 짚어내 관객들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반응이다.

작가의 글
청주는 세계 最古의 금속활자인 <직지>의 도시이다. 2001년 9월 유네스코가 세계기록 유산으로 지정한 <직지>는 지금까지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라고 알아왔던 쿠텐베르그의 <42행 성경>보다 70여 년이나 앞선 금속활자 본으로서 일곱 분의 부처님과, 인도의 28祖師, 중국 110輝師들의 145가지 법어를 가려 307편의 게, 송, 찬, 법어를 덧붙여 선의 요체로 집대성한 책이다. 이 책의 원래 저자는 중국의 석옥청공 선사였으며 원래 이름도 <직지심체요절>이었는데 법을 배우러 중국에 온 고려의 고승인 백운화상에 대한 믿음이 돈독해 이를 친히 하사하자 백운은 그 사상에 동감하여 가장 요긴한 내용을 손수 추리고, 일부는 증보하거나, 일부는 나름의 사상으로 각색하여 상하권을 직접 써 재편집하였다. 이렇게 완성된 <직지심체요절>은 그가 입적한 지 3년 뒤인 1377년 7월 제자들에 의해 청주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간행되었으며 일시와 장소, 책을 낸 사람들의 명단이 직지의 마지막 장에 주자로 직접 인쇄되어있어 청주가 직지의 도시가 되는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그리하여 <백운화상 초록불조 직지심체요절>이라는 긴 이름을 갖게 되었으나 편의상 줄여서 지금은 <직지>라는 이름으로 통용되고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 책은 1886년 한불수교조약 후, 고서 수집광인 초대주한대리공사 꼴랭 드 뿔랑시에 의해 수집되어 프랑스로 넘어갔으며, 상 · 하권 중 상권은 아직 행방이 묘연한 채 하권만 프랑스로 넘어갔음. 1911년 프랑스 드루오 호텔에서 치러진 경매에서 앙리 베벨에 의해 180프랑에 다시 팔리게 되는 신세가 된다. 그러다 베벨의 유언에 따라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기중되는데 그곳에서 보조원으로 일하고 있던 한국유학생 박병선 여사에 의해 발굴돼 세계에 알려지게 되면서 오늘에 이른다. 이 작품은 청주 시와 청주연극협회의 주관으로 의뢰를 받아, 청주 뿐 아니라 국내 모든 무대, 더 나아가 국제무대에도 <직지>의 우수성을 알리고 한국의 위상을 고양시키기 위해 쓰여진 작품이다 직지라는 세계문화유산을 울림이 큰 연극으로 만들면서 그에 합당한 모범적인 전형을 세우려 고민이 많았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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