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인의 몸 이야기>는 우리나라 40대 주부의 이야기다. 이 연극에서는 어느 특정한 주인공 여성의 이야기로 펼쳐지지만, 사실은 대부분 결혼을 해 자식을 낳고, 남편 뒷바라지를 하고 사는, 우리나라 40대 주부 모두의 이야기다. 시집을 가서 시부모를 섬기고, 남편 치다꺼리를 하고, 자식을 기르면서, 40대에 이르기까지 주부들은 거의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는다. 시부모나, 남편이나, 자식이 아프면 금세 관심을 기울이고, 약국이나 병원으로 달려가지만, 자신의 아픔은 웬만하면 대부분 참고 넘긴다. 가정을 지키고 사는 주부들 대다수가 몸의 고통을 참고 사는 것이 생활처럼, 심성처럼, 당연한 듯 자리를 잡는다. 주부들의 희생정신, 가족애, 따뜻한 마음씨가, 행여 가족들이 자신이 아픈 것을 걱정할까 보아 숨기고, 표현하지 않는 것이 미덕인양 몸에 밴 탓이리라. 그러니, 이렇듯 숭고한 마음씨를 갖고 있는 주부의 아픔을, 남편들은 대부분 외면을 하거나, 모르거나, 소홀히 하고 지내는 것이 현실이다. 이 연극의 주인공인 주부는 몸의 통증을 참고 지내다가 결국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비로소 치료를 위해 나선다. 병원을 찾아가고, 침놓고 부황 뜨는 곳도 가보고, 최면술사, 무속인, 길거리에서 전도를 하는 집단의 교회에도 가서, 기도로 치료되기를 바라기도 한다. 그러나 어느 곳에를 가도 통증을 멈추지는 못한다. 시설이나 장비를 그럴듯하게 차려놓고, 요란한 문구로 치료를 합네 하고 선전을 하지만, 제대로 치료하는 데는 없다는 것을 겪어본 사람들은 안다. 이런 것이 바로 우리의 현실이라는 것을 김윤미 작가는 연극 속에 생생하게 하나하나 그려내고, 관객의 가슴에 고발하듯 찌른다. 주부의 통증을 외면하거나, 소홀히 생각하는 남편들은 반성을 해야 마땅함을 이 연극에서는 웅변으로 그려내고 있다.

〈수인의 몸 이야기〉는 2009년 10월 동그라미 극장에서 공연되었던 작품이다.
원인 모를 통증에 시달리던 중년여자 수인이 병원을 전전하지만 병명을 찾지 못하고 결국 한국의 모든 전통요법의 ‘야메’ 의사와 최면술사까지 찾아 전전한다는 내용이다. 수인을 병들게 한 원인은 가부장적인 한국사회와 비리가 원인이지만, 계약직 강사인 수인의 위태로운 삶도 원인이다. <수인의 몸 이야기>는 통증, 그러니까 병명을 알 수 없는 통증에 대한 이야기다. 한국사회의 모든 병리적인 현상과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통증의 원인을 한 여성 지식인이자 어머니인 수인을 통해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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