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김광탁 '해피엔딩'(원제 : 오장환과 이성복이 만나면)

clint 2019. 3. 19. 10:46

 

 

 

  

 

주인공 미남은 때수건 좀약 빨래집게 등을 파는 노점상을 한다.

그의 아버지는 오래 전 중풍으로 쓰러졌다.

전신마비 증세가 호전되긴 했지만 여전히 몸을 가누기란 쉽지 않다.

그들이 사는 곳은 반 지하 단칸방. 월세를 놓은 주인집 아줌마는 벌써

몇 년째 방세를 올리지 않았다고 고마운 사람이라고.

그리고 순애, 미남의 애인이다. 아름답고 착한 그녀는 맹인이다.

적어도 현재로선 그렇지만 그렇게 보이지만 어쩌면 그녀는 이 지상의 여인이

아닐지도 모른다, 알지 못하는 어떤 다른 세계에서 온 것 같은... 

먼 훗날 그녀를 다시 만난 미남은 비로소 현실의 모든 처지와

조건을 뛰어넘는 자유를 느끼게 되는데...

 

김광탁 작가의 오장환과 이성복이 만나면2005년 국립극장 창작공모

장막희곡 당선작으로 부자유한 현실의 근원적 슬픔을 장애라는 비유로

비극적 서정성에 버무린 작품이다. 극중 인물들은 해피엔딩을 희망하지만

각자 원하는 해피엔딩에 다다르지 못한다.

꼭 껴안을수록 뼈가 걸리는 당신 이라는 어느 시인의 시()처럼 완전한

사랑이란 불가능한 것일까?

 

 

 

 

 

작가의 글

내 삶을 자유롭지 못하게 하는 것들, 그 현실의 작용과 해석으로 탄생한 이 희곡은 누가 오장환을 대변하고 있다거나 또 이성복에 은유되고 있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적용되지도 않을뿐더러 그런 재결로 인물을 구성한 것도 결코 아니다. 그것은 단지 그들 삶의 저편에 놓인 상처와 치욕에 관한 이야기이며, 더 이상 잃을 것도 얻을 것도 없는 삶의 막다른 길에서 갖게 되는 존재에 대한 몇 가지 의문일 뿐이다 아들은 늘 어딘가 모자란 사람이었고 아비는 하등 필요 없는 존재였던 그 혹은 어떤 관계에 대한 연민, 누구나 한번쯤 겪은 아름다운 사랑, 세상 모든 꿈으로 다가왔고 모든 꿈을 앗아가기도 했던 그 대상에 대한 희미한 기억들 또는 기다림과 증오, 이념과 현실, 폭력과 자유, 인간의 성숙과 상처 따위의 몇 가지 단상에서 출발한 이 연극은 아주 느린 연극, 느리기 때문에 더 역동적인 힘이 느껴지는 무대가 되길 기대하며 구성하였다 두 돌 지난 아들이 유아원에서 배워온 첫 말은 내 거야시도 때도 없이 그 말을 달고 사는 놈에게 어미는 뒤좇아 타이르길 반복한다. ‘내 것은 없어. 다 같이 나눠 갖는 거야저놈이 살아갈 세상도 자본주의 사회, 이 징그러운 천민자본주의는 또 당분간 계속 되겠구나. 뭐든 영원한 것은 없으니까 당분간이라는 말에 방점을 찍는다. 방점을 찍는 심정으로 오장환과 이성복이 만나면을 썼다 아들을 생각하다 아들이 살아가야 할 세상을 생각하다 주제넘게 하루를 보내고, 퇴근 시간이면 어김없이 지친 염곡 사거리에서 나는 또 벌떼처럼 몰려드는 오장환의 아들들을 만난다. 그리고 그토록 유치찬란한 이성복의 체념을 다시 읽고야 만다.

오래 고통 받는 사람은 알 것이다 그토록 피해 다녔던 치욕이 뻑뻑한, 뻑뻑한 사랑이었음을 소리 없이 돌아온 부끄러운 이들의 손을 잡고 맞댄 이마에 이는 따스한 불, 오래 고통 받는 이여 네 가슴의 얼마간을 나는 덥힐 수 있으리라

 

 

 작가 김광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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