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박상현 '대흥안령'

clint 2019. 1. 4. 19:13

 

 

 

<대흥안령>은 셰익스피어의 마지막 희극 <태풍>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쓰여진 작품이다.

<대흥안령><태풍>'프로스페로'로 대표되는 이성의 세계와 '캘리번'으로 대표되는 본성의 세계, 에어리얼의 환상의 세계를 넘나드는 작품으로 마법, 태풍, 무인도 등 전기적인 요소를 기본 구조로 사용한다. 하지만 <대흥안령>은 시대적 배경을 북만주 일대의 사막으로 구성한다. 시간을 고구려 시대로 옮긴것, 고구려의 역사와 동양의 도가사상, 음양오행설과 요정이 아닌 늑대의 정령 등으로 작품을 구성하고 있는 등, 소대가 더욱 풍성해졌다. 또 공간을 무인도에서 사막으로 이동하면서, 여기서 오는 물과 모래의 물질성의 차이가 작품을 느끼는 질감을 다르게 열어준다.

 

곳은 북만주 흥안령 북방의 사막, 때는 서력 696, 고구려 패망 후 28년이 지난 후다.

영주에서 거란군과 대치 중이던 돌궐 카한, 묵철의 무리는 갑자기 분 모래폭풍에 휩쓸린다.

바람에 날려와 사막에 떨어지게 되고, 카한의 아들 토문은 무리와 떨어져 연남건의 혈거가 있는 곳으로 오게 된다. 이곳에서 토문은 그의 딸 유화를 만나게 되고, 이들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이때 1244여년 후의 일제강점기 인물인 삼돌석과 김정웅도 시공간을 넘어선 바람에 휘말려 696년의 북만주 사막으로 불려 들어오게 되는데, 이들은 남건의 수하에 있는 반수반인의 추왜에 의해 발견이 되고, 추왜가 남건을 배반하려는 목적으로 그들을 주인삼아 남건의 거처로 동행하게 되는데 그 사이 이들은 사막 한 가운데에서 돌궐족과 맞닥뜨리게 된다. 돌궐족과 김정웅 일행이 싸움을 벌이는 사이, 이를 지켜보던 허랑이 남건에게 상황을 보고하고, 남건이 나타나 싸움을 중재하고 일의 자초지종을 설명한다....

 

 

작가의 글 - 박상현

셰익스피어의 <태풍 The Tempest>을 처음 읽었을 때, 왕쟈웨이 감독의 <동사서독>을 떠올렸다. 나는 바다에 둘러싸인 멀고 먼 섬 대신 흙먼지가 이는 사막에서의 동양적 무협을 그려보았고, <태풍>의 무대로 그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로부터 몇 년 뒤, 지금으로부터 8년 전 여름, 나는 심심파적으로 지도를 보다 흥안령이라는 만주 북쪽의 어느 한 지점에 눈이 갔고, 그곳에서 사막을 심어 놓으며 다시 <태풍>을 읽었다. 그리고 망국의 한을 품고 그곳에 은거하고 있을 한 노인을 떠올렸다. 이 노인은 누구인가? 나는 역사를 뒤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프로스페로를 대신해 연남건이 탄생했다. 역사서에서는 그의 이름 석자만 나와 있으니 재생보다는 탄생이 맞을 것이다. 또, 흥안령 북쪽에 사막이 있는지 나는 모른다. 아니, 없는 게 맞다. 그러니 대흥안령 또한 탄생한 것이다. 그리고 연남건과 돌궐의 묵철 카한이 만났다는 기록이 없고, 연남건이 발해의 건국에 힘을 보탰다는 증거도 없으니 <대흥안령>을 구성하는 역사적 사실 또한 탄생한 것이다. 이 거짓 이야기를 통하여 나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여기에는 민족주의가 문제이다. 작게는 외세의 개입에 의해 멸망한 고구려의 맥을 세대간의 화해를 통하여 발해에 이어보자는 생각이고, 크게는 돌궐, 몽골, 만주, 한반도와 일본에 이르는 북방 계열의 민족주의이다. 이것은 이 작품을 끌고 가는 근원적 추동력이자 치명적 독소이다. 유럽, 미국,  중국, 일본 등을 보아도 대민족주의가 평화와 문화적 번영에만 머문 예는 역사적으로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지막 장에서 나는 연남건으로 하여금 허무주의 또는 무위사상 비슷한 넋두리를 토하게 했는지 모르겠다.  <태풍>에서 끌어온 반성과 화해라는 주제는 <대흥안령>에서도 여전히 귀중하다. <대흥안령>은 시대적 배경을 우리나라의 고구려 시대로, 공간적 배경을 북만주 일대의 사막으로 구성한다. 시간을 고구려 시대로 옮긴 것, 고구려의 역사와 동양의 도가사상, 음양오행설과 요정이 아닌 늑대의 정령 등으로 작품을 구성하고 있는 등 소재가 더욱 풍부해졌다 . 또 공간을 무인도에서 사막으로 이동하면서, 여기서 오는 물과 모래의 물질성의 차이가 작품을 느끼는 질감을 다르게 열어준다. <대흥안령>은 바람을 불러일으킨 집단과 바람을 타고 사막에 오게 되는 집단 - 이 집단도 시공간을 서로 달리하는 두 개의 집단- 등의 세 무리의 여정을 그리게 된다. 그리고 정령들의 무리들까지 더해져, 네 개의 무리들의 흐름과 충돌, 그리고 융화됨을 스펙타클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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