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우산그늘>의 때는 가까운 미래, 돌봄 노동을 제공하는 안드로이드 인공지능 로봇 아버지 우문준과 인공난자수정실험으로 태어난 아들 우새미, 난자제공자로서 생물학적 엄마에 그치는 김연성 3인이 이끌어가는 연극이다. 세팅된 구도는 SF에 가까우나 미래 사회를 설명하는 정보량보다는 그 안에 흐르는 정서를 그리는 일에 주력했다. 자신을 돌본 AI 아비의 ‘회수’를 신청하게 된 아들의 선택을 중심으로 핵심 갈등이 진행되지만 사실 벌어질 일과 결말이 어찌될까 하는 점에 극의 방점이 있는 것 같지 않다. 극을 이끌어가는 것은 사건의 박진감이라거나 인물의 동기와 방향, 목표 행동에 있기 보다는 애틋함과 안타까움에 가까운 정서구축과 관객의 감정이입에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인간과 인공지능 로봇 사이 누가 더 인간적인가 하는 고전적인 질문을 담아냈다. 이 오래된 질문을 깊이와 새로움으로 다뤘다는 측면보다는 오히려 ‘민준’과 ‘연성’으로 드러낸 부성애와 모성애의 역전 구도가 새롭고 날카롭게 느껴진다. 이 작품은 인간과 AI 캐스팅을 남녀구성 및 연령 배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다른 상상이 가능하기에 그에 따라 달라질 구도를 상상해보는 것은 흥미롭다. AI 로봇인 아비가 만일 소년 ‘새미’와 비슷한 연령의 배우로 캐스팅된다면 새미가 아비 ‘문준’을 세상에 드러내지 않으려는 욕구는 분명해 진다. 인간 새미는 성장하지만 AI 로봇 문준은 생산된 시점에서 멈춰있게 되므로, 이 때문에 일어나는 외부시선의 오해와 자잘한 소동 등의 다른 사건들을 상상해볼 수 있다는 점이다.
심사평 SF 요소, 극적 서사로 조율... 무대 상상한 노력 엿보여
올해 응모작들은 비교적 고른 수준의 완성도를 보였다. 무엇보다도 꽤 많은 응모작들이 무대를 만나기 직전의 희곡모양새를 갖추고 있었다. 다만 발상과 설정이 참신했던 것에 비해 서사를 구축하는 박력은 다소 아쉽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희곡의 앞날이 결코 어둡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며 최종심에 오른 6개의 작품들 중에서 ‘밤도둑’과 ‘우산 그늘’을 두고 오랫동안 논의 했다.
‘우산 그늘’은 근 미래배경으로 수명이 다한 비인간을 회수하면서 발생하는 유사가족관계를 다룬다. 후반부 서사가 단조로운 점이 지목되기도 했지만 정서적 울림을 조율하며 가족 구성원의 실체보다는 실체가 없었던, 또는 실체를 잃은 관계에 집중해 압축된 무대로 희곡을 완성하고 있다. 역전된 부자관계를 우산과 그늘로 상징화한 것도 흥미롭다. SF 요소들을 활용하면서 소재주의에 빠지지 않은 점과 가족의 조건이 무엇인지 탐색하는 과정을 극적 서사로 풀어낸 점도 인정할 만하다. 또한 2차원 텍스트에 머무르지 않고 무대를 상상하면서 희곡을 쓴 노력이 엿보인다. 무대 적 글쓰기의 가능성을 기대하며 당선작으로 뽑는다. 희곡을 붙들고 있는 응모 작가들에게 건필과 정진을 기원한다.
당선소감
생애 처음으로 본 연극은 ‘신춘문예 단막극전’이었습니다. 매번 접해 왔던 영상 매체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특별한 일이었습니다. 바로 눈앞에서 벌어지는 상황과 인물들이 대사를 주고, 받을 때 나오는 에너지에 감탄했습니다. 특히 연출된 상황들이 제 머릿속으로 자연스럽게 뛰어드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이토록 멋진 시작점을 주신 심사위원님께 감사합니다.
희곡의 매력과 아름다움을 알게 해준 것은 학교 수업이었습니다. 여러 명작들을 감상하고 탐구하던 시간들, 교수님의 희곡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 저를 당선으로 이끌어 주셨습니다.
알찬 수업을 해 주신 조광화 교수님에게 감사의 말을 드리고 싶습니다.
힘들 때, 멍하니 응시하던 포항 바다는 낯선 경기도의 밤에 자주 떠올랐습니다. 바다와 관련된 추억들이 가족을 가리켰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영광을 가족들과 함께 나누겠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엄마, 할머니, 이모들. 사랑하고 있는, 새로운 시작을 맞은 아빠. 언제까지나 멋진 귀정이 언니, 오빠. 든든한 데칼코마니. 또한 흔들리지 않게 저를 잡아 준 친구이자 동료들을 기억합니다. 밤하늘을 걸어준 권미솔 언니. 만남이 행운인 뽀짝이들. 알파카 같은 김남주. 일상의 단어에 빛을 담는 조은영. 마지막으로, 저의 우산을 내려놓게 해준 모든 이들에게 고맙습니다.

조은희
-1996년 경북 포항 출생
-영남대 외식산업학과 중퇴
-서울예술대학 극작과 재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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