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경상일보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고해告解, 고해苦海>는 매우 강력한 상황에서 출발한다. 한 남자가 한 여자를 매장시키기 위해 땅을 파는 동안 여자의 셀프 살인청부가 드러난다. 서로를 시험에 들게 하는 쌍방향의 탐문을 통해서 두 인물 사이의 숨은 관계가 알려지고 진실이 폭로되며, 두 사람은 결국 운명적인 파국을 마주하게 된다. 남자의 죄책감의 연원과 여자가 품은 증오의 기원, 애증과 복수심으로 점철된 두 인물의 어긋난 관계는 용서와 구원의 불가능성으로 달려간다. 제목에서처럼 ‘고해’ 과정을 통해 인간사가 번뇌와 고통으로 가득 찬 ‘고해’임을 드러내는 비관적인 이야기다.

[심사평] 김영무 / “탄탄한 극적 구성력·긴장감 있는 대사 돋보여”
시인이나 소설가와 달리 희곡작가는 문학수업과 아울러 반드시 연극적 미학에 대한 탐구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희곡의 대사는 극적 흐름 속의 대화로서 시적 절제미가 그 생명이어서 소설 보다는 오히려 시에 가까운 법인데, 그냥 재치있는 말장난을 대사로 여기려 든 경우가 허다한 것 같았다. 무대 위에 전개될 사건이나 스토리는 객관화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작가 자신의 관념적 유희나 편견 내지 어떤 선입견에 의탁한 넋두리들을 막무가내 식으로 나열하거나 강조하려는 경향을 띠었다. <침대 택시>는 감동적인 요소의 결여가 아쉬움으로 남았고 <유토피아>의 경우에는 작가의 의도가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다는 점이 결점이라고 들 수 있을 것 같다.
당선작 <고해(告解), 고해(苦海)>는 깔끔하고 심플한 2인극임에도 불구하고 작품 속에 응축되어 있는 중량감이 결코 만만치 않아 심사위원의 마음을 움직였다. 복수라는 극적 시추에이션에 살인청부 행위를 무대상의 사건으로 채택한 이 작품은 우선 극적 구성력이 탄탄한데다 팽팽한 긴장감을 끝까지 이끌고 가는 대사의 구사력이 돋보였는가 하면, 아주 능청스럽게도 마지막 대사 한마디에 작가 자신의 시니컬한 사회의식까지 얹어 놓은 수법 등이 무척 탁월하게 느껴졌다.

[당선소감] “꿈을 찾아 더 치열하게 고민해 좋은 글 쓸 것”
제가 다녔던 고등학교는 그때나 지금이나 최고의 입시 명문학교로 손꼽히는 곳입니다. 2학년 때인가, 가정환경조사를 하면서 장래희망을 적는 칸이 있었습니다. 친구와 함께 한창 대학로를 누비며 연극관람에 빠져있던 저는 별다른 망설임 없이 ‘연극 연출가’라고 적었는데 담임선생님께서 따로 호출을 하시더군요. 전교생중에 이런 장래희망을 적은 사람은 너 하나라면서 한심한 표정을 지으셨습니다. 신춘문예 당선 전화를 받고 갑자기 그때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그런 꿈을 꾸던 시절도 있었구나. 그리고 오랜 시간동안 생활에 지치고 세상과 타협하며 살아왔던, 그리고 너무 나태했던 시간들을 반성했습니다. 한편으론 너무 늦었지만 이제라도 꿈을 찾아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안도감도 들었습니다. 신춘문예 당선이라는 좋은 기회를 얻은 만큼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좋은 글을 써야 겠다는 다짐을 마음에 새긴 하루였습니다.
부족한 제 작품을 선정해주신 심사위원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오랜 시간동안 문학의 끈을 놓지 않도록 저를 격려해준 영하 형에게도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습니다. 끝으로 항상 절 아껴주고 위로해주고 사랑해준 아내, 성실이에게 이 모든 영광을 돌리고 싶습니다.

김환일 -서울 출생 -명지대 문창과 졸업, 동대학원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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